▣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상반신을 드러낸 얼짱 각도의 사진. MSN 메신저 공개사진을 바꾸는 김씨의 입가에 뿌듯한 미소가 번졌다. 한동안 몸 만들기에 집중했더니 가슴 근육이 보기 좋게 자리잡았다. 공개사진 설정을 마친 뒤 홍콩 친구에게 말을 건다. 하이. 동성애자인 그의 ‘국제적인 급만남’에는 온라인 메신저가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다. 해외 어딘가에서 스쳤거나 누군가의 소개를 통해 이메일 주소를 확보하면 이메일을 몇 번 주고받은 뒤 본격적인 탐색을 위해 메신저에 서로를 등록한다. 이때부터 사진이 공개되고 직접적인 대화가 가능해지며 원하면 음성이나 영상을 동원할 수도 있게 된다. 일상에서 인연을 만나기 어려운 그들에게 이런 방식의 소통은 절실하다 . 온라인은 이렇게 그들에게 인터내셔널한 커뮤니케이션을 허하셨다.
‘MSN 메신저’가 전세계에 확보하고 있는 사용자 수는 1억5천만 명에 달해 ‘인스턴트 메신저=MSN’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공식은 ‘글로벌’ 영역에서만 통한다. 한국에서 ‘MSN 메신저’는 네이트온에 밀린 지 오래다. 코리안클릭 조사 결과 2007년 5월 현재 네이트온 순이용자(실제 로그인 사용자) 수는 1392만3046명, MSN 메신저는 564만9410명이다. 아니, 선택의 여지 없이 운영체제인 MS 윈도와 함께 깔려버리는 ‘MSN 메신저’가 번거롭게 별도로 설치해야 하는 네이트온에 밀린 (그것도 배 이상의 차이로) 까닭은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답은 네이트온의 ‘끈적함’에 있다. 현재 네이트온은 SKT, 싸이월드와 찐득하게 연결돼 있다. 이메일 주소를 입력해야 온라인 대화 상대가 되는 ‘MSN 메신저’와 달리 네이트온은 휴대전화번호와 이름만 입력하면 이메일 주소를 포함한 ‘그’의 존재가 검색되면서 ‘친구’ 추가를 요청할 수 있다. SKT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매달 100개의 무료 문자 서비스도 휴대전화번호를 이용한 친구 추가를 부추긴다. 로그인할 때는 싸이월드의 일촌들을 대화 상대로 추가하라는 유도창이 뜬다. 다시는 이 창을 열지 말라고 할 때까지 매일 로그인할 때마다 끈질기게 ‘일촌의 친구화’를 독촉한다. 일단 대화 상대가 되면 대화 목록에 그 사람의 대화명과 함께 싸이 미니홈피 바로가기 아이콘이 뜬다. 네이트온 상단에는 내 미니홈피의 새글 알림 기능도 있으니 이래저래 편리하다. 이렇게 네이트온은 네티즌들이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는 미니홈피와 휴대전화를 온라인 메신저에 연동하면서 사용자의 사생활에 밀착했고 ‘끈적한 인맥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역시 이렇게 ‘들이대는’ 서비스는 불편도 수반했으니. 그저 공적인 관계로 휴대전화번호를 알려줬을 뿐인 사람이 네이트온의 친구 요청을 해오면 내 온·오프라인 상황과 미니홈피의 개인사까지 다 노출해야 하니 곤란하기 이를 데 없다. 미리 알아서 이래저래 ‘비공개’로 설정해둬야 하는 것이 늘어만 간다. 네이트온에도 로그인시 ‘남몰래 들어가기’ 서비스가 있을 정도. 휴대전화 하나면 내 사생활에 그렇게 밀착할 수 있다니 뭔가 뻥 뚫린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이런 끈적함은 편리함, 친숙함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한국 네티즌의 욕구를 충족해주고 있다. MSN 메신저가 채팅 도중 게임, 주식거래 등의 기능을 강화하고 ‘폰친구 서비스’를 통해 휴대전화에도 팔을 뻗쳤지만 그런 시도들이 ‘넷심’(net心)을 잡아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글로벌’의 쿨한 만남과 한국의 끈적한 소통. 온라인 메신저에 로그인하는 순간, 저마다 그 사이 어디쯤인가를 서성이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 이강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