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10년 뒤에 저는 아마, 불도 안 켜놓은 골방에 처박혀서 컴퓨터 모니터만 하루 종일 쳐다보며 시리얼 같은 걸로 밥을 대충 때우고 있겠죠.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사람들이랑 말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그렇게 사는 거예요.”
현민(가명)이가 내뱉은 말은 충격적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인 그가 컴퓨터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때부터다. 단순히 인터넷 서핑이나 게임을 즐기는 수준을 벗어나 중독적으로 컴퓨터에 빠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학교를 갈 필요도 없다”며 가족과도 대화를 단절한 채 컴퓨터만 한다고 한다. 자신은 이렇게 컴퓨터만 하다가 유명한 게임 하나를 개발한 채 죽으면 그만이란다. 환상 속의 어떠한 이미지에 끌려 그는 그렇게 폐인이 됐다. 걱정이 극에 달한 현민이 엄마는 아들에게 조언을 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며 한 정보기술(IT) 회사에 무작정 메일을 보내 도움을 요청했다.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의 말이라면 아들이 귀기울이지 않을까 하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서였다.
한 연구원이 그를 만났다. 그리고 물었다. “너 그렇게 살면 10년 뒤에는 어떤 모습일 것 같니?” 그 대답이 골방에 처박혀 시리얼을 먹으며 컴퓨터만 하는 모습이라니. 같은 자리에 있던 모두의 숨이 턱 막혔다. 연구원이 조언했다. “현민아, 컴퓨터만 알면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니? 게임은 스토리, 음악, 디자인 등 다양한 부분이 조합되어 만들어지는 거란다. 컴퓨터 지식은 일부에 불과해. 즉,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필요하고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얘기야. 네가 혼자 골방에 처박혀 오직 컴퓨터만 한다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을 개발할 거란 것은 환상이야. 그렇게 살면 결국 너는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거고, 컴퓨터 이외에는 어떤 분야도 모르는 사람이 될 수 있어. 너는 지금 편협한 생각을 하는 거야.”
지금 인터넷 세상에는 컴퓨터에만 빠져들어 세상에 등을 돌리는 청소년이 너무도 많다. 국내의 한 대학연구소의 조사 결과 청소년 3명 중 1명이 남과 어울리기보다 혼자 인터넷을 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단순한 게임 중독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컴퓨터에 중독된 학생들을 살펴보면 게임 중독만을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현재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입김이 세고 활동력이 왕성한 유저들을 추적해보면 중학생이 놀랄 정도로 많다. 한 기업의 온라인 대응 담당자는 “온라인에서 중학생 파워 유저들을 파악하고 그들에 대응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업무이다”라고 밝힐 정도다. 온라인에서만큼은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그들은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할애해 커뮤니티나 파워 유저들이 모이는 각 분야의 사이트에 자취를 남긴다. 일상생활에서는 외부와 소통하려 하지 않는다. 오직 방 안에 나와 그, 컴퓨터만이 있을 뿐이다.
현민이는 엄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지만 그가 컴퓨터를 적당히 하며 적어도 가족과라도 소통하게 되리란 기대를 하긴 힘들었다. 그는 돌아가기 전에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왜 나한테 이런 얘기를 해주는 거예요?” 할 일 없이 자신을 불러 소통을 하려는 이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이제 해킹도 해볼 거라고 말하는 아이는, 사회가 기대하는 ‘컴퓨터 잘하는 아이’와 ‘컴퓨터로 망가진 아이’의 경계선에 서 있었다. 그리고 어른들은 ‘왜 그에게 말을 건네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현민이는 엄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지만 그가 컴퓨터를 적당히 하며 적어도 가족과라도 소통하게 되리란 기대를 하긴 힘들었다. 그는 돌아가기 전에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왜 나한테 이런 얘기를 해주는 거예요?” 할 일 없이 자신을 불러 소통을 하려는 이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이제 해킹도 해볼 거라고 말하는 아이는, 사회가 기대하는 ‘컴퓨터 잘하는 아이’와 ‘컴퓨터로 망가진 아이’의 경계선에 서 있었다. 그리고 어른들은 ‘왜 그에게 말을 건네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