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편의점에서 음료를 고르고 있는 한 남자에게 섹시하고 아리따운 여성이 다가온다. “오늘 밤에 뭐 할 거예요? 나랑 같이 파티 갈래요?” 당황하면서도 좋아 죽는 남자. 냉큼 좋다고 대답하는 순간, 멈칫하며 긴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 여성. 아뿔싸, 귀에 있는 헤드셋은 바로 블루투스 전화기! 그녀는 ‘통화 중’이었던 것. 최근 ‘블루투스 착각 동영상’이란 제목으로 퍼지고 있는 이 동영상은 한 외국 음료회사의 광고다. 안타까운 순간에 부드러운 음료 한 잔 하란다.
국내에서는 문근영이 이미 2005년에 두 손에 테이크아웃 커피를 든 채 춤을 추다가 전화가 오자 어깨로 귀에 있는 헤드셋을 눌러 전화를 받음으로써 블루투스의 출현을 알렸다. 초기에는 주로 휴대전화 단말기에 사용됐던 블루투스는 이제 노트북, 프린터, 홈네트워크 기기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아직까지 무선의 혜택을 받지 못한, ‘블루투스’라는 말이 생소하기만 한 사람들도 많지만 말이다.
블루투스(Bluetooth)란 영어 그대로 해석하면 파란 치아. 블루베리를 좋아해 늘 이가 파란색이었다는 바이킹왕 해럴드의 별명에서 가져왔단다. 블루투스가 스칸디나비아반도를 통일한 것처럼 PC와 휴대전화, 각종 디지털 기기 등을 하나의 무선통신 규격으로 통일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는 설명이다. 주파수 2.4GHz를 이용해 기기 간 무선통신을 이뤄냈다. 컴퓨터 비슷한 것들이 알아서 서로 연결되다니 편리해질 미래를 상상하면 꿈만 같다. 아니, 꿈만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블루투스 이어셋을 흥행시킨 데 이어 블루투스를 적용한 MP3 플레이어와 내비게이션을 선보였다. 선 없이 음악을 듣고 내비게이션을 눌러 가방 안의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이다. LG전자가 내놓은 블루투스 영상통화폰은 1.8M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어 화상 통화는 물론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도 즐길 수 있다. 반경 30m 이내의 거리에서는 휴대전화를 집전화처럼 이용할 수 있다는 ‘기분존 서비스’도 블루투스의 작품이다.
너무 편리함만 찬송하니 찜찜하지 않은가? 이 사건을 한번 돌아보자. 2005년 여름, 핀란드 헬싱키. 세계육상선수권 대회가 열리고 있던 경기장에서 관람객 사이에 휴대전화 바이러스인 카비르(Cabir)가 퍼졌다. 누군가의 휴대전화에 자리하고 있던 바이러스가 주변에 블루투스 장치가 없나 스캐닝을 한 뒤에 자기복제를 시도한 것이다. 이미 150종이 넘게 발견된 휴대전화 바이러스는 자기복제에 그치는 놈부터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전송하거나 문자를 마구 발송하는 등 악의적인 놈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아직까지는 외국의 사례지만 말이다.
블루투스가 전달하는 두 가지, 음성과 데이터는 각각 해킹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미 외국에선 블루투스 단말기에서 헤드셋으로 전달되던 음성 채널을 훔쳐 녹음해 도청을 한 사례도 보고됐다. 음성이 둥둥 떠 헤드셋까지 가는 과정에서 주파수를 이용해 가로채기를 한 것이다. 데이터도 훔쳐가고 조작하자면 문제는 끝도 없다. 연결되는 기기가 많아질수록 구멍이 날 곳도 많아진다. 안철수연구소 강은성 연구소장은 “블루투스 역시 보안 위협에 노출돼 있어 사용자와 업체 모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전자상거래, 금융거래, 홈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역에 확대될 블루투스. 늘상 컴퓨터라는 단말기에, 편리한 신기술에 전폭적인 신뢰와 찬사를 보내기보다는 이 세상이 더 위험해지고 있는 건 아닐지 뒤집어봐야 하진 않을까.

블루투스가 전달하는 두 가지, 음성과 데이터는 각각 해킹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미 외국에선 블루투스 단말기에서 헤드셋으로 전달되던 음성 채널을 훔쳐 녹음해 도청을 한 사례도 보고됐다. 음성이 둥둥 떠 헤드셋까지 가는 과정에서 주파수를 이용해 가로채기를 한 것이다. 데이터도 훔쳐가고 조작하자면 문제는 끝도 없다. 연결되는 기기가 많아질수록 구멍이 날 곳도 많아진다. 안철수연구소 강은성 연구소장은 “블루투스 역시 보안 위협에 노출돼 있어 사용자와 업체 모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전자상거래, 금융거래, 홈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역에 확대될 블루투스. 늘상 컴퓨터라는 단말기에, 편리한 신기술에 전폭적인 신뢰와 찬사를 보내기보다는 이 세상이 더 위험해지고 있는 건 아닐지 뒤집어봐야 하진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