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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저 게시물을 지워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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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12 00:00 수정 : 2010-02-0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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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엄연히 저작권을 갖고 있어도 인터넷 세상에선 ‘내 것을 내 것이라’ 부르기 힘들다. 공들여 만든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자. 어느 날 검색해보니 한 포털에 개설된 블로그·카페에만도 수십 개 이상의 불법 다운로드 유도 게시물이 돌고 있다면? 우선 급한 마음에 해당 포털 사이트의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거나 사이트를 뒤져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게시물 삭제’의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준비 서류와 절차가 기다리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포털이나 공유 사이트마다 게시물 삭제 요청 서비스의 이름은 다르지만 기본 논리는 비슷하다. ‘저작권 침해를 당했다니 안 됐다. 다만 자세한 사정은 내가 모르니(알아볼 생각도 없으니) 자신을 증명하고 저작권을 증명해 정확히 어떤 게시물이 저작권을 침해했는지 밝혀서 보내라. 다만 게시물을 올린 자가 재게시를 요청하면 우리는 다시 올려줄 것이다. 치사하면 법적인 절차를 밟아라’ 정도다.

네이버에 게시 중단 요청을 할 때 보내야 할 자료는 우선 신청인(대리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신상정보를 담은 서류와 요청 내용, 요청 게시물의 위치(게시물의 고유 URL을 모두 기입), 요청 이유 등을 담은 게시중단요청서, 주민등록증이나 사업자등록증 등 신분 입증 서류, 대리인인 경우 위임장, 소장 등 게시 중단 요청의 근거가 되는 자료 등이다. 만약 오늘 10개의 게시물을 발견해 이 모든 서류를 갖춰 신고하고 났더니 다음날 또 다른 10개의 게시물이 나타났다면 이 모든 서류 준비와 접수 과정은 반복된다. 기업의 경우에도 한 사람이 위임을 해서 일을 처리해야 할 터이니 매번 써내야 하는 위임장에는 애먼 사람의 주민등록번호까지 밝혀야 한다.

요청이 접수되면 게시물을 올렸던 자에게는 이런 메일이 간다. “게시물이 뭐 어쨌다는 것은 아닌데 ○○○ 회사에서 저작권 위반이라며 콕 집어 당신의 게시물을 삭제해달라더라. 그래서 일단 삭제는 하는데 억울하면 ‘재게시 요청 서비스’를 이용해 재게시를 하라.” 네이버만 슬쩍 빠진 자리에 기업과 네티즌의 싸움만 남기도 한다. 원칙에 따른 회원 관리가 아니라 기업이 ‘꼬질러서’ 이렇게 됐다니 맘이 상해서이다.


엠파스는 ‘권리침해신고센터’라는 곳을 두고 ‘회사의 서비스 약관 및 정책, 저작권법 및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저작권을 보호하겠다고 밝힌다. 하지만 ‘신고하기’를 통해 신고접수를 먼저 할 수 있을 뿐 서류나 절차는 네이버와 유사하다. 야후의 경우는 ‘지적재산권 침해구제센터’를 따로 뒀다. 이름은 거창하나 우편 접수만 가능하며 침해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확인서까지 요구한다.

발전된 방식도 있다. 공유 사이트인 짱공유닷컴(www.jjang0u.com)의 경우 ‘클린캠페인’을 통해 저작권을 보호하고 있다. 이곳에선 타인이 저작물을 침해하는 행위를 발견하지 못했어도 저작권 침해 예방을 위해 저작권 보호 요청을 미리 할 수 있다. 한 번 서류를 갖춰 저작권 보호 요청을 해놓으면 ‘정보게시 보호목록’으로 지정돼 보호가 된다. 해당 제품 이름이 포함된 게시물의 등록이나 검색을 막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보호 요청 뒤 몇 달이 지나 공유실에 들어가보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관련 불법 게시물이 난무한다. 관리 능력이 시스템을 따르지 못한 까닭이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는 2006년 한 해 저작권 피해 규모를 1조7천억원으로 추산했다. 포털을 통한 피해는 잡지도 않았는데도 이 정도다. 단순 검색에 그치지 않고 모든 서비스를 장악하려는 한국의 ‘포털’ 문화. 그들 안에서 그들의 회원이 만들어내는 저작권 침해 게시물에 오늘도 기업이나 개인은 발을 동동 구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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