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타 만행을 어찌 잊으랴
등록 : 2001-03-20 00:00 수정 :
“왜 한글이나 거북선 같은 자랑거리만 전시합니까?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우리 민족의 아픈 과거도 당당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사업가인 김창권(49)씨는 98년부터 사재를 털어 일제시대 많은 독립운동가를 생체실험대에 올렸던 731부대의 이른바 ‘마루타’ 만행 자료를 수집해왔다. 그의 수집목록은 나무로 만든 당시의 생체해부대와 각종 생체실험 장면 모형, 군의관 및 수송열차 등의 장면이 담긴 사진 400여장, 실험대상이 됐던 포로들의 인적사항이 적힌 문서 등 1천여점에 이른다.
“98년 중국 하얼빈에 갔다가 ‘일본 관동군 731부대 죄증(罪證)박물관’을 관람하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 독립운동가 30여명이 이곳에서 희생된 기록도 확인했고요. 그때부터 박물관의 협조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99년에는 서울 용산의 전쟁박물관과 부산에서 한 차례씩 400여평 규모의 전시를 열기도 했다. 수집과 전시를 하면서 그가 개인적으로 쏟아부은 돈은 7억원을 넘는다. 전국순회 전시를 하고 싶었지만 돈이 부족해 좌절되고 지금은 그가 운영하는 주류수입업체의 물류창고에 쌓여 있는 상태다. 지난 3월1일 문을 연 경기도 화성군의 ‘제암리 3·1운동 순국기념관’을 비롯해 전국의 관련기관과 문화관광부에 기증이나 상설전시를 위한 지원을 의뢰했으나 예산과 공간부족을 이유로 거절당했다.
“일본의 교과서 왜곡문제를 가지고 모든 사람들이 흥분하면서 일본을 비난합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 스스로 왜곡되고 잊혀진 과거를 복원하는 데는 무관심한 것 같아 안타까워요.”
김씨는 최근 정현웅씨의 소설 <마루타>를 무대에 올릴 준비를 하고 있는 극단 성난포도와 함께 공연장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수집자료들이 훼손되기 전에 적절한 전시 여건을 갖춘 상설전시관을 구하는 것이 더 급한 문제다.
“객관적인 자료 수집과 교육을 통해 과거의 비극을 알리는 것은 과거의 영화를 자랑하는 것보다 중요합니다. 안 그러면 잘못된 역사는 다시 반복되게 마련입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