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명예주차단속원, 고난의 2박3일… 위반 딱지를 붙이기까지의 천태만상
“지금 막 댔어요. 1분도 안 됐어요.” 불법주정차를 하다가 단속원에게 걸린 운전자들은 백명이면 백명 모두 똑같은 대답을 한다. 사실이라면 여기에는 거대한 음모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 서울시의 교통질서를 전복하려는 세력이 수십만대의 차를 동원해 1분씩 릴레이로 도로변에, 보도 위에 세워놓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개미집의 개미보다 많은 차들이 하루 종일 불법주차공간을 점거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서울시 광진구청의 명예주차단속원이 되어 거리를 누비고 다닌 지 반나절 만에 나는 ‘1분 음모론’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세종대 도로변에 서 있는 소형승합차 앞에서 “0000 카니발 차량이동해주세요” 방송이 나가자 바로 옆 미용실에서 종업원이 총알같이 튀어나왔다. “차 들어온 지 1분도 안됐어요. 바로 나갈 거예요.” “이제 들어가셨으면 한참은 더 하셔야겠네요. 빨리 차 빼주세요.” “아니에요. 벌써 머리 다 자르고, 감고, 드라이도 끝났어요. 금방 나가요.” 1분 만에? 대한민국의 운전자들은 1분 만에 머리도 자르고, 밥먹고 이도 쑤시고, 영화도 한편 다 본다.
현실로 드러난 ‘1분 음모론’의 실체
‘기자가 뛰어든 세상’에 주차단속원을 제안했을 때, 우리 부서 사람들은 “제복 입는다고 다 심은하되냐?”며 코웃음을 쳤다. 그러건 말건, 나는 설레었다. 유치원 졸업하고 처음 입어보는 제복에 깜찍한 경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가게 아저씨가 떠다주는 시원한 물도 마시고…. 혹시 알아? 한석규 같은 오빠 만나서 허구헌 날 회사 근처 포장마차를 전전하는 이 생활도 청산하게 될지.
그러나 나의 착각과 망상이 깨지는 데는 불과 몇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시원한 물 한컵은커녕 거리에서 물바가지나 뒤집어 쓰지 않으면 본전인 직업이 바로 주차단속원이었던 것이다. 3월15일, 구청장으로부터 명예주차단속원이란 위촉장까지 받고 당당하게 제복까지 입은 나는 다른 단속원들과 함께 단속길에 올랐다. 정확하게 말하면 2인1조로 움직이는 단속원의 보조역할을 하는 공익근무요원 2명 가운데 한 사람의 몫을 하게 된 것이다. 주차단속을 하는 광진구 7개 구역 가운데 한곳인 화양동과 노유동 일대가 이날의 활동무대였다. 건국대학교 맞은편 대로변에서 단속이 시작됐다.
“0000 포터, 0000 코란도, 0000 쏘나타 불법주차지역에서 차량이동하십시오. 즉시 이동하시지 않으면 단속들어갑니다.” 방송이 나가고 1∼2분이 지나자 몇몇 운전자들이 나와 운전대를 잡았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그대로 서있는 차에 단속원들이 스티커를 붙이면 나는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가게 주인 한 사람이 나왔다. “단속 좀 잘해줘요. 저녁 때면 여기에 이중삼중으로 차가 서 있어서 나갈 수가 없어요.” ‘그럼요, 아주머니 저만 믿으시라니까요.’ 이때만 해도 나는 우쭐해 있었다. 대로를 지나 양쪽에 가게들로 둘러싼 노유동 동사무소길에 들어섰다. 양쪽에서 황색선(주차금지선)을 밟고 있는 차량들이 마치 시위하듯 어지럽게 서 있었다. 은행 앞에는 유난히 불법차량들이 많았다. “선생님, 바로 앞에 은행 주차장이 있지 않습니까.” “일분이면 돼, 금방 나가요.”
차들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운전자가 없는 차에 스티커를 붙이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번만 봐줘요. 지금 막 왔어.”, “나 짐날라서 먹고 사는데, 딱지 한번 먹으면 일당이 다 날아가요.” “아가씨 맨날 보는 처지에 이렇게 야박하면 어떡해.” 이유도 다양했다.
인상이 예사롭지 않은 아저씨가 나왔다. “며칠 전에도 뗐잖아. 또 이러면 어떡해.” “선생님, 요 근처에 주차장 있지 않습니까?” “당신이 돈낼거야?” “빨리 빼주세요.” “알았어, 나가면 될 거 아냐?” 점점 더 험악해지는 얼굴 아래로 보이는 팔뚝에 큼지막한 푸른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一心’. 나불대던 나는 순간 한 마리 순한 양으로 변해서 단속원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지지 않는 단속원에게 결국 아저씨는 “붙이고 빨리 꺼져. 씨발.” 내뱉고 돌아섰다. 운전자가 아닌 모양이었다. 뒤통수에 길게 이어진 칼자국을 보며 나는 더욱 위축됐지만 단속원 언니는 무심한 표정으로 차에 올라탔다. “저런 사람 많아요?” “저 정도면 양반이야. 몇년 전만 해도 멱살잡이당하다가 파출소가는 게 일이었어.”
스티커 한장 붙이고 욕설 한 접시 듣고
좁은 이면도로로 들어갈수록 불법주차차량은 끝없이 이어져 서 있었다. 최근의 홍제동 화재사건 이후 불법주차 문제의 심각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남의 차에만” 해당되는 일인 모양이다. 반면에 여기저기 서 있는 유료주차장들은 텅텅 비어 있었다. 광진구 주차장들은 30분당 1000원 정도로 주차요금도 저렴한 편이지만 단속에 걸린 운전자들은 언제나 “차댈 데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주차공간의 절대부족도 심각한 문제지만 막상 주차단속을 다녀보니 운전자들의 의식수준이 더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살 때는 내 돈으로 사도 주차는 내 돈으로 하지 않는다는 게 당연하다는 식이다. 당장 내 주변만 봐도 골목길을 헤매고 다니다 빈 공간을 발견하면 특종상을 탈 때보다 더 환희에 찬 표정으로 주차를 하는 선배와 동료들이 여럿 있다. 나야 운전을 못하니까 그 감격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빈 공간을 찾기 위해 기기묘묘한 운전기술을 자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돈문제를 넘어선 베테랑 운전자로서의 자부심마저 섞여있는 것 같다. 웬만한 데서 유료주차장에 들어가는 건 순진한 초보운전자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그런 생각말이다.
단속원들은 오전에 단속구역을 한 바퀴 돌고 오후에 같은 장소를 다시 점검했다. 그러나 차는 결코 줄지 않았다. 단속을 해도해도 끝없이 나타나는 차들을 보니 죽여도 죽여도 스멀스멀 집안으로 기어드는 바퀴벌레가 생각났다. 불법주차해 있는 차들의 대부분이 오전에 서 있던 그 자리에 있었다. “단속 방송이 나가면 움직이는 시늉은 해요. 어차피 우리가 나갈 걸 아니까 차 빼서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거지.” 단속원들은 단속예고 방송을 하고도 운전자가 나타나지 않는 차량에 한해서만 스티커를 붙인다. 상습 불법주차자들은 그걸 악용하는 것이다. 상습주차자가 아니라도 운전석에 앉아서 휴대폰을 하며 딴청을 피우거나 “금방 나가요”를 연발하며 움직이지 않는 차들이 많다. 속터지는 일이지만 단속원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운전자가 있는 차량은 계도를 해야 하는 게 방침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왜 내 차에만 스티커를 붙였냐”는 민원이 쏟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주변의 차들이 유유히 동네 한 바퀴 돌고 다시 돌아왔을 때 불행하게도 방송을 못 들었던 운전자는 다른 차들 사이에서 외롭게 스티커가 붙여진채 서 있는 자신의 차를 발견하고는 단속도 차별한다는 항의를 하는 것이다.
하루 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 너무 많아
오후에 대로변 단속을 하는데 허름한 옷차림의 아저씨 한 사람이 뛰어왔다. “나 요 앞에 고물상 하는데 이렇게 딱지를 붙여 놓으면 어떡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하는 사람인데 좀 봐줘요. 짐싣다 보면 방송도 못 듣는다고. 다음부터 조심할게.” 단속원도 사람인지라 이렇게 말하는 사람 앞에서는 마음이 흔들리게 마련이다. “선생님 여기 불법주차구역인 것 아시잖아요.” 말은 하지만 계속 팔꿈치를 잡고 애원하는 사람을 뿌리치기는 어렵다. 그러나 봐주고 싶어도 한번 발부한 스티커를 회수하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그럴 때는 “구청에 오셔서 이의신청하시면 처리해 드릴게요”라고 말한다. 모든 이의진술이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지만 단속원들은 사정이 뻔한 위반자들을 종종 이런 식으로 구제해준다.
오후에 돌아와보니 이의진술서들이 꽤 쌓여 있었다. 그중 대부분이 이의가 아니라 고물상 아저씨처럼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인데 한번만 선처해달라”는 내용이다. IMF 이후 이런 읍소형 이의진술서가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주차단속도 없는 사람들이 당할 때가 많아. 힘있고 돈있는 사람들은 아예 윗선에 민원을 하니까 오히려 쉽게 처리되지. 그럴 땐 참 우리가 한심해져.”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95년 이후 주차단속이 더 힘들어졌다고 한다. 민원이 표와 직결되니까 민원이 많아지는 걸 꺼리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주차단속의 수위도 요령껏 조절해야 한다. 단속 건수가 많은 게 결코 칭찬받을 일이 아닌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우리 속도 모르고 건수 올리려고 표적단속, 함정단속한다고 욕하잖아.”
밤에 야간단속을 나가다보니 사람들이 표적단속 운운하는 게 얼마나 어이없는지 알 수 있었다. 도로변이건, 보도건, 안전지대건 불법주차차량으로 뒤덮여 있으니 표적단속은커녕 서 있는 차만 단속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 대표적 불법주차지역인 건국대와 화양리 유흥가 사이 대로변은 불법주차차량 때문에 차들이 엉금엉금 기어갔다. 여기 서 있는 차들의 반이 노점상들의 차다. 이들도 단속원을 향해 생계 운운하지만 차종만 봐도 대부분 쏘나타, 그랜저 급이다. 욕은 노점상들한테만 먹는 것이 아니다. 방송을 하는 단속차를 향해 뒤차가 빵빵거리면서 “야, 니들 때문에 차가 막히잖아.” 고함을 치고 간다.
단속 건수 많아도 걱정… 서러운 월급봉투
버스 운전사는 “저 오토바이들도 단속해줘요” 요구한다. 나와서 단속을 하는 동안은 “깻잎 한장” 사이로 내 옆을 지나가는 차들 때문에 거의 공포스러울 지경이었다. 이튿날 나는 내근을 하면서 화양리의 주차단속을 요구하는 민원전화를 받았다. “5분도 안 되는 거리를 지나가는데 40분이나 걸렸어요. 도대체 당국의 단속의지가 있는 겁니까?” “선생님 그곳은 저희가 매일 주간, 야간에 단속을 나갑니다.” “그래도 안 되면 상주단속을 해야죠.” 맞는 말이다. 그러나 16명의 단속원이 한달의 반을 새벽, 야간근무에 휴일근무까지 하는 게 이 정도다. 95년 이후 서울시의 주차단속원은 단 한명도 증원되지 않았다. 그나마 광진구는 이 인원이라도 있지만 공무원 구조조정 기간에 주차단속원을 두명으로 줄인 구도 있다.
이튿날 다시 야, 너, 이년아 소리를 들어가며 ‘별일 없이’ 주차단속을 하고 들어오니 선화씨의 얼굴이 어둡다. “무슨 일이야?” “오전에 편의점 앞에서 만난 그 에쿠스 아저씨 있잖아. 그 아저씨를 자양주유소에서 또 만났어. 인도에서 세차하고 있길래 이동하라고 방송하니까 ‘이 미친년들이 어디다 대고 마이크로 떠드냐’고 발길질을 하잖아. 근데 주유소 직원들은 그걸 보면서 박수치고 웃는 거야.”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유난히 인도 불법주차가 많은 주유소 사람들의 단속원에 대한 곱지 않은 감정이 이 친구들을 더 비참하게 만든 것이다.
이날은 월급날이었다. 훤칠한 키에 선화처럼 언제나 밝은 혜령씨가 명세서를 보면서 “이번 달 월급 진짜 많이 나왔다”고 자랑했다. 공채 2기로 11년차인 혜령씨의 월급명세서에는 100만770원이 찍혀있었다. 기능직 10급에서 시작하는 주차단속원들의 연봉은 10년차가 되도 수당을 다 포함해 1500만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이 직업에 자부심을 갖기 힘든 건 얄팍한 월급봉투 때문이 아니다.
“얼마 전에 아이러브스쿨에서 만난 초등학교 동창들하고 모임을 했어. 다들 빵빵한 직업이더라. 그래서 나도 그냥 구청에서 일해 그랬지. 그런데 한 애가 인상쓰면서 ‘야 너 혹시 주차단속원 아냐?’ 그러면서 단속원 욕을 막 하는 거야. 그래서 뭐 그냥 복지과에서 일한다고 얼버무리고 말았지. 다음부터 모임에 안 나가.” 누군가 이야기하자 다들 거들었다. “친척들은 아직도 내가 행정직인 줄 알아. 만나면 언제 진급하냐고 물어봐.” “나도나도. 동네 사람들이 그냥 공무원인 줄만 알아.”
전쟁터에 3월의 크리스마스는 없었다
3월의 크리스마스는 일어나지 않았다. 사흘이란 기간이 너무 짧았던 걸까? 아니, 아마 3년이 지나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주차단속원이라면 모두 눈에 쌍심지를 켜는데 무슨 사건이 일어날 수 있을까. 지금 이 기사를 쓰고 있는 동안에도 어떤 선배는 “네가 운전해봐. 그렇게 안 되고 배기나” 이야기한다. 알 수 없는 일이다. 서울시에 차 한대의 주차공간을 만드는 데 드는 돈이 4천3백만원이라고 한다. 절대부족분인 50만대의 공간을 확보하려면 어림잡아 32조원이 든다. 어차피 공간문제가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라면 상습주차 위반자들에게 벌금 대신 하룻동안 아니 반나절만이라도 주차단속원을 시켜보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노상의 불법주차 퍼레이드도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대부분의 위반자들은 차에 붙은 위반딱지를 보며 '재수 더럽게 없는 날'로 생각한다. 김은형 기자(왼쪽)가 과태료부과대상 차량을 기록하고 있다.

주차단속반이 스티커를 부착하기 전에 안내방송을 하고 있다.

"차댄 지 1분도 안 됐어요." 단속에 걸린 운전자가 사정을 호소하고 있다.

업무를 마치고 휴게실에 모인 주차단속원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두꺼운 월급봉투가 아니라 최소한의 '존중'이다.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