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사 뭉친 영동은 신났다
등록 : 2001-03-20 00:00 수정 :
“서로 하는 일은 달라도 ‘영동 주민을 위한 의료’라는 큰 틀 안에서 한 걸음씩 양보하는 의·약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지역은 의약분업이 별탈없이 잘 정착되어가고 있습니다.”
의약분업을 둘러싼 의사와 약사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충북 영동군은 갈등에서 멀찌감치 비켜나 있다. 오히려 의·약사협의회를 중심으로 다져지고 있는 화합과 우의가 이 지역 의료계를 지배하는 주류다.
영동군 의·약사협의회 정순헌(55·중앙가정의학과 원장) 회장은 “다른 지역을 보면 의사와 약사들이 서로 얼굴도 모르고 남처럼 지내지만 우리 영동군의 의사, 약사, 한의사는 너나할 것 없이 협의회에 참여해 한달에 한번씩 만나 얼굴을 트고 지낸다”며 두터운 친목을 과시했다. 회원은 의사 25명, 치과의사 8명, 약사 18명, 한의사 7명으로 영동군에서 개업중인 의료인 전원이 참여하고 있다.
의·약사협의회가 꾸려진 건 지난 99년 10월. 당시는 전국 의사들이 서울 장충체육관에 모여 의약분업안에 대한 반발 집회를 갖는 등 의사와 약사간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던 때였다. 즉각 영동군의 의사, 약사, 한의사 등 의료분야별 회장들이 모두 모였다. 의·약사협의회는 몇 차례 모임을 거쳐 그렇게 구성됐다.
지난해 8월 의약분업이 실시된 이후 다른 지역과 달리 영동군은 약품처방 등을 둘러싼 혼란을 전혀 겪지 않았다. 혼란을 피할 수 있었던 건, 이해관계에 따른 의사들만의 또는 약사만들의 ‘각자 단결’이 아닌 의사, 약사, 한의사 등 ‘의료인 전체의 단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제로 영동군 의사들은 의약분법 실시 직후 밤을 새워가며 이 지역에서 자주 쓰는 400여종의 약품 품목(상용약품처방 리스트)을 작성해 곧바로 약사들에게 넘겨줬다.
“다른 지역에서는 의사 처방약품이 약국에 없어서 큰 혼란을 빚기도 했지만 우리 지역은 그런 불편을 비켜갈 수 있었습니다. 의·약사협의회를 통해 다져온 이 지역 의료인들의 우의가 기반이 됐죠.”
영동군 의·약사협의회는 오는 5월 농촌의료봉사에 나설 예정이다. 영동군 4∼5개 산간마을을 정해 약사와 의사 등 전 회원이 참여하는 ‘의약분업 봉사활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또 지난해 걷은 회비 중에서 남은 300여만원은 장학기금으로 군내 학교에 기탁하기로 했다.
“같은 지역에서 의료업을 하고 있다는 것도 큰 인연이죠. 사실 병원이나 약국 모두 지역주민들이 이용해줘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수익금을 주민을 위해 쓰는 건 당연하죠.”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