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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사이버캅이라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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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3-1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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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 대학생.’ 어느 것 하나 호락호락할 것같지 않은 세 가지 삶을 한몸으로 겪어내는 사람이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유재명(33) 경장.

유 경장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Daum)에 ‘사이버캅 카페’(http://cafe.daum.net/cybercop)를 개설, ‘사이버캅’이란 ID로 사이버 범죄의 실상을 알리고 피해를 막는 데 힘쓰고 있다. 올해 초 개설된 이 사이트에는 초등학교 학생부터 법학과 교수, 벤처기업 사장 등 다양한 분야의 약 300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제가 컴퓨터를 좀 알고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사이버범죄와 관련돼 있어서…. 날로 늘어나는 사이버범죄의 실상을 알리고 피해를 줄이는 데 보탬이 되자는 뭐, 그런 취지입니다.”

경찰 업무와는 별도로 순전히 개인적인 관심사로 사이트를 운영하다보니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피해 사례에 대한 상담 등을 꼼꼼하게 읽고 일일이 답변까지 해주려면 하루 평균 7시간씩 매달려야 하기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그렇다고 마냥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어떤 성인사이트 운영자가 유 경장으로부터 주민번호검색 프로그램을 설치해 청소년 접근을 막자는 권고를 받은 뒤 이를 수용하는 등 사이트 개설이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어 보람도 크다.

컴퓨터 게임광이기도 한 유 경장은 게임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전문가의 길로 들어설 채비를 차리고 있다. 지난달 초 세종사이버대학교 게임PD학과에 입학한 것. TV, 라디오 프로듀서(PD)에 견줄 수 있는 게임 PD는 게임의 시나리오, 시스템, 디자인, 그래픽 등 게임관련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제가 좋아서 하는 것이긴 한데, 1주일에 12시간 정도 수업시간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좀 빡빡하네요, 하하.”

성동경찰서 강력1반에서 일하던 99년 3월 유 경장은 게임 해킹과 관련한 범죄를 적발, 검찰에 넘긴 적이 있다. 이 사건은 게임 해킹에 관해 처음으로 관련법(정보통신망이용 촉진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한 사례로 기록돼 있다고 한다.

유 경장은 오는 4월 1계급 특진, 경사로 올라간다. 그에게 특진의 영광을 안겨준 것은 지난 2월 대구에서 일어난 ‘시한폭탄 폭발사건’이다. 유 경장 등 사이버범죄수사대 요원들은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이미 폭탄제조 사이트에 관한 세밀한 점검을 벌이고 있던 터여서 어렵지 않게 실마리를 잡아 용의자를 검거할 수 있었다고 한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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