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피를 나누리!
등록 : 2001-03-13 00:00 수정 :
복잡한 통계수치와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통계청 전남통계사무소 손홍식(51) 산업통계팀장. 그는 동료 직원들 사이에서 “아낌없이 주는 남자” 또는 “피뽑는 남자”로 통한다. 헌혈에 대한 그의 집념에 가까운 실천의지 때문이다.
그는 34살 때인 지난 1984년 5월29일 첫 헌혈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무려 365회나 헌혈을 했다. 연평균 22회씩 헌혈을 한 셈이다. 보통사람들이 “생피를 뽑는데 건강에 좋을 리가 없다”는 통설에 사로잡혀 단 한번의 헌혈도 꺼리는 현실의 눈으로 본다면 그는 정말 괴짜다.
“건강한 몸으로 남에게 뭔가 줄 수 있다는 것만도 얼마나 큰 행복인가. 모두들 말로는 ‘사랑을 실천하자’고 외치지만, 정작 경제적 여유가 생기지 않아 나눠줄 게 없다고 한발씩 물러선다. 하지만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자신이 건강하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것은 헌혈이다.”
그의 헌혈 기록은 국제적으로도 공인됐다. (주)한국기네스로부터 최다 헌혈자로 선정돼 지난 2월15일 발행된 기네스북에까지 오른 것이다.
그도 처음에는 보통사람들처럼 헌혈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주삿바늘에 대한 공포와 혹시 몸이 약해지지 않을까 하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고민하면서 헌혈이 가능한 16살이 된 뒤에도 18년을 그냥 보냈다. 그런데 34살 되던 해에 내 자신이 이렇게 약한가, 왜 실천을 못하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시작했다.” 그뒤 다음 헌혈 때까지 또 3년이나 걸렸다. 그런데 10번째 헌혈을 하고도 건강에 전혀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신했고, 그뒤부터는 아예 생활화했다.
“헌혈은 아침에 환기를 시키는 것이나 목욕, 이발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더욱이 혈액은 공산품처럼 공장에서 나오는 게 아니니까 지속성이 중요하다.”
그가 나눠주는 것은 피뿐이 아니다. 그는 헌혈을 시작한 지 10년째인 지난 94년 7월 광주·전남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콩팥을 기증했다. 그리고 지난 95년에는 대한적십자사 골수사업부에 골수기증까지 신청해 놓은 상태다. 자신의 골수와 조직이 일치하는 환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건강을 해치지 않고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은 혈액과 콩팥, 골수 3가지 정도입니다. 혈액의 경우 내가 내일 당장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건강할 때 건강을 잃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그들과 나의 건강을 나누는 여유와 기쁨을 가집시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