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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살아있는 교육은 이런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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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3-0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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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이 어지러워서….”

서울 동작구 남성초등학교 2학년 3반 교실 구석에는 교육지도서가 가득 쌓여 있었다. 이 많은 책들과 학습도구들의 주인은 최종순(45) 교사. 지난 1년 동안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에 대한 영상다큐멘터리를 만든 6학년 2반 담임선생님이다.

이들이 만든 <정신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어볼래?>는 교육기업 ‘즐거운 학교’가 연 ‘즐거운 역사만들기 대회’에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상을 받았다. 매이지 않은 망아지같이 기운 넘치는 초등학생 서른여섯명을 이끌고 이만한 성과를 이루어낸 최 교사는 “나는 자극을 주었을 뿐 나머지는 학생들이 다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자극이란 건 만만치 않은 품이 드는 것이었다. 정신대 할머니와 관련된 현장학습 결재를 받으려 하자, 학교당국에서는 “왜 하필이면 그런 할머니들을 만나게 하냐”고 마땅찮아했다. 결국 교육청의 장학사와 상담하고 취지를 설명해 허락을 받았다.

다큐멘터리 작업이 진행되면서 어린이들이 지쳐버린 것도 어려움이었다. 몇명이 찾아와서 그만두자며 울먹이기도 했다. 곧 중학생이 될 텐데 교과서를 공부하고 시험을 봐야 한다며 걱정하는 학생도 있었다. 최 교사는 “그만두어도 좋다. 이제까지도 잘했다. 그러나 어린이회의를 통해서 합의를 이끌어내라”라고 권유했다. 치열한 회의 결과, 학생들은 “끝까지 해서 결실을 보자”는 결론을 냈다. 결국 학생 모두가 합심해서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냈다.

최씨는 원래 전교조의 전신이었던 전교협에서 활동하다, 89년 해직되었다. 당시 문익환 목사의 방북을 다룬 <한겨레신문> <평화신문>을 읽고 토론하는 수업을 이끈 것이 문제됐다. 98년에 복직하기까지 여성민우회,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참교육학부모회 등에서 일하며 10년을 견뎌냈다. 이때 만난 사람들은 지금도 수업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당시 알게 된 10여명의 전문 인력을 초빙해 지난 1년간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프레젠테이션용 프로그램 파워포인트는 대학원에 있는 후배가 와서 특강을 해줬고, 전직 기자를 불러 취재하는 법도 가르쳤다. 최 교사는 해직 때 공부해둔 능숙한 일본어를 바탕으로 지금은 일본 지바현의 나카노키 소학교와 편지 및 벽신문을 나누며 교류도 하고 있다. 이번 다큐멘터리도 이 학교에 보낼 예정이다.

“과거의 역사에 대해 분노하고 일본을 증오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알고 평화를 위해 같이 노력하자는 것을 어린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습니다.”


이민아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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