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학교 지키려 모자는 걸었다
등록 : 2001-03-07 00:00 수정 :
어머니와 아들은 걸었다. 산마루에선 눈보라가 몰아쳤고, 국도변에선 거친 먼지를 뱉어내는 대형 트럭들이 스치듯 지나갔다. 그렇게 350km를 걸었다.
그 긴 여정은 지난해 11월 준비됐다. ‘비인가’ 간디중학교에 대한 경남도 교육청의 폐쇄명령이 내려지자, 김혜영(44)씨는 ‘걸어서 서울까지’를 결심했다. 두 자녀를 간디고교와 간디중학교에 보내고 있던 김씨의 서울 순례는 간디학교를 지키자는 목적에서 시작됐다. 또 “말만 무성한 세상에서 실천하는 삶을 자녀들에게 직접 보이고” 싶기도 했다. 여기에 아들 황성하(15·간디중3)군도 함께 떠나겠다고 나섰다. 간디중학교 교과목으로 해마다 5월 말 지리산 종주를 했던 이력이 있어 걷는 데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월6일 경남 산청 간디학교 운동장을 출발한 이들은 곧바로 난관을 만났다. 첫날 31km를 걸어 경남 함양까지 다다랐을 때는 발바닥이 화끈거려 숙소 방바닥도 걷기 힘들 지경이었다. 다음날부터는 발바닥에 청테이프를 붙이고 다리 전체를 파스로 ‘도배’했지만 다리를 질질 끌며 걸어야 했다.
나흘째가 더 큰 고비였다. 무주에서 영동으로 넘어가는 길에 높은 고개 두개를 연달아 만난 것이다. 둘째 고갯마루에 도착하자 오후 4시가 넘었다. 인가도 없고 까마득한 저 아래 작은 마을이 희미하게 보였다. 영하 5∼6도의 추위도 문제였지만 눈보라가 몰아쳤다. 아들 성하는 전날 먹은 빵과 우유가 잘못돼 설사 기운마저 있었다. 날마저 곧 어두워질 무렵이어서 최악의 상황이었다. “만약 그 마을 주민을 만나지 못했다면 큰일 치를 뻔했어요. 그때가 유일하게 차를 얻어 탔던 때였습니다.” 이렇게 고비를 넘기고, 영동군을 벗어나자 다리도 많이 적응해 훨씬 수월했다.
이들이 걸은 하루 80리(30km) 길은 ‘기도의 길’이었다. 매일 아침 어머니 김씨는 성하와 함께 그날의 기도 거리를 정했다. ‘간디학교를 지키자’, ‘대안학교 아이들이 더 많이 베푸는 삶을 살자’ 등 일그러진 교육 현실을 극복하자는 간절한 염원을 담은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기도하는 맘으로 걸었습니다. 낮 12시까지는 말없이 걸었어요. 오후에는 나란히 걸으면서 모자 사이에 더없이 좋은 대화시간을 가졌지요.”
서울에 32년 만에 폭설이 내린 며칠 뒤인 2월17일 이들은 서울 명동성당에 도착했다. 12일 동안의 긴 여정이 끝나는 날이었다. 그 흔한 기념사진 한장 일부러 찍지 않았다. “내년에 중등 의무교육이 전면화되면서 당국은 대안중학교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 같습니다. ‘의무교육’은 국가의 의무이지 국민에게는 권리입니다. 다양한 교육을 받을 권리도 인정돼야 합니다.”
안창현 기자/ 한겨레 교육공동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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