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폭언·폭행 피해사례 조사하는 이학승 전공의노동조합 위원장…“오죽하면 신고할까 싶은 일들… 폭력이라 생각 못하는 시스템이 문제”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전국 병원의 인턴과 레지던트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대한전공의협의회에는 올해 들어 심각한 폭언·폭력 사건이 20여 건이나 접수됐다. 폭언과 폭력의 가해자는 대부분 의대 교수와 선배 전공의들이었다. 접수된 사건을 들여다보면 폭언은 인격 모독 수준이다. “쓰레기 같은 ×, 미친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 “개××, 니 머리에는 ×만 찼냐?”(경기도의 한 대학병원 교수), (여성 피해자에게) “넌 병원 관두고 집에 가서 애나 보고 살아라. 이 병신 같은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 교수)….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들에게 쏟아부은 폭언이다.
폭력사건의 양상은 더 심각하다. 주먹으로 머리를 8번 때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만들거나, 수술방에서 쓰는 뾰족한 수술도구로 가슴을 여러 번 찌르고, 환자와 동료 전공의들이 있는 자리에서 뺨을 주먹으로 때리는 등 쉽게 상상하기 힘든 장면들이다. 11월16일 전공의들의 피해사례를 접수해 조사 중인 이학승(35)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겸 제2대 대한전공의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났다.
‘오죽하면 신고했을까’ 하는 사례들 신고된 내용을 보면 군대 폭력이나 스포츠 분야에서 접할 수 있는 폭력만큼이나 심각한 수준이다. = 모욕적 언사는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물리적 폭력의 경우에는 외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은 수준, 즉 어디가 부러지거나 크게 다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만큼 일상적이라는 얘기다. 흔히 비속어로 ‘조인트 깐다’고 부르는, 구둣발로 정강이를 걷어차는 것도 다반사다. 일부 병원에서 생긴 예외적인 경우이기는 하지만, 올해 한 대학병원에서는 인턴 1년차들에게 의국의 1년 경비를 나눠 부담하게 한 경우도 있었다. 한 사람당 1천만~1500만원 정도 되는 금액이었다. 2004년 임기영 아주대 교수팀이 전공의와 개원의 97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14.2%가 폭행을, 55.0%가 폭언을 각각 당한 것으로 나와 있다. 피해자가 광범위하다는 얘기인데, 개인적으로 폭언·폭력의 피해를 본 경험이 있나. = 물론 있다. 1998년에 인턴이었는데, 교수님은 회진을 돌기 전에 (예비 동작으로) 손가락을 꺾으면서 두드득 두드득 소리를 냈다. 그러면 우리 인턴들은 사시나무 떨듯 떨어야 했다. 교수님이 환자 앞에서 차트로 내 머리를 내려치거나 발로 어디를 차더라도 그것이 폭력이고 인격모독인지 생각조차 못했다. 시스템 안에 갇혀 있으면 그렇게 된다. 지금도 이런 내용으로 취재에 응해달라고 하면 전공의들이 취재에 응할 것 같은가. 기댈 곳이 여기(전공의협의회와 전공의노조)밖에 없으니까 이곳으로 피해 내용이 몰리는 것이다. 신고되지 않은 경우는 더 많을 것이다. 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일단 신고되는 사건들을 보면 대부분 ‘오죽하면 신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환자의 목숨과 직결된 공간에서 일한다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서른 살이 넘어 결혼까지 하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이런 식의 폭력을 쓰는 것은 용납돼서는 안 된다. 의사라고 하면 시쳇말로 배울 만큼 배운 엘리트들인데 어떻게 이런 비이성적이고 반상식적인 일들이 벌어질 수 있나. = 진짜 문제는 이런 일들에 대해 일부 의사들이 ‘그럴 수도 있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점이다. 이들은 두 가지 이유를 든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사람들은 엄격하게 교육받아야 한다는 것, 또 하나는 ‘우리도 옛날에 그랬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런 논리가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시대다. 지금은 인터넷으로 그런 사실이 공개되기도 하고 다른 곳과 비교하니까 문제가 불거지고 대책도 마련되는 것이다. 피해자는 애꿎은 환자들 이런 폭력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른바 ‘의국 문화’가 여전히 전근대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 의대는 외부에서 이해하기 힘들 만큼 폐쇄적이고 경직돼 있다. 학업 과정 6년과 전공의 과정 5년까지 합치면 한 학과 선배들을 10년 이상 계속 만나야 한다. ‘원래 그런가 보다’ 하고 잊고 지내니까 다른 곳과 비교가 안 된다. 또 의사를 키우는 시스템이 도제식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외국에는 없는 한국적 현상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1년차가 아무리 뛰어나도 2년차를 뛰어넘을 수 없고 그들에게서 배워야 하는 구조다. 2년차가 1년차를 가르치기 때문에 그렇다.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간다고 볼 수 있지 않은가. = 그게 심각한 문제다. 대형 병원에 가면 환자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의사가 인턴이고 레지던트다. 그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국민 건강 위협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피곤하고 맞는 상황이 겹치면 환자들에게 어느 정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인턴들은 2주일에 한 번 집에 보내고 하루에 3시간씩 재우는데, 거기에다 맞기까지 하면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건 당연하다. 군대나 스포츠 분야에서 이뤄지는 폭력이 심각한 점은 폭력이 선배들한테서 후배들에게로 전달돼 대물림된다는 데 있다. 의사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폭력의 대물림’이 자칫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닌가. = 간호사와의 관계에서도 이런 일이 생길 개연성이 있지만, 간호사들의 경우 노조가 따로 있어 중재자 구실을 한다. 전공의노조가 생겼던 배경 가운데 하나도 그렇게 중재자가 될 수 있는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었다. 환자와 의사 사이에 생기는 폭력의 경우에는 의사들이 피해자인 때가 많다. 보호자들한테서 멱살 몇 번 잡혀보지 않은 의사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의료진이 신체적인 위협을 느껴서는 안 된다.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서 이뤄지는 폭력에 대해서는 가해자를 가중 처벌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폭력과 저임금으로 점철된 전공의 생활 때문에 의사들이 그 뒤에 더욱 보상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다 보면 부작용이 더 커질 것 같다. = ‘보상심리’라고 부르는 데 찬성하지는 않지만, 경제적 보상에 집착하는 경우는 있다. 그러다 보면 비정상적으로 환자를 많이 보든지, 아니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환자를 보게 되는 것이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 기준으로 하루 75명까지 환자를 볼 수 있게 돼 있다. 그 수도 엄청난데, 실제로는 150명이나 200명까지 보는 의사도 있다. 이는 환자를 정상적으로 볼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1년에 이틀만 병원 문을 닫는 의사도 있다. 폭력과 저임금의 ‘보상심리’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 일단 의사들이 반성해야 한다. 예전보다는 상황이 나아졌다고도 할 수 있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제도적으로는 전공의 제도를 비롯한 국가의 의사 양성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때가 왔다고 본다. 3년 안에 의사 수는 10만 명이 넘어간다. 전공의 문제가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불거지는 것은 최근 병원들이 경영난을 호소하면서 그 부담을 의사의 하부 구조인 전공의에게 일방적으로 지우려 하기 때문이다. 조사를 해봤더니 인턴·레지던트 제도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4월 휴가 규정이 생겼다. 올해 7월4일 전공의노조가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전공의 제도를 편법적으로 1~2년 연장함으로써 저임금을 지속시키는 ‘전임의 제도’ 역시 저임금 구조를 확대하려는 장치에 불과하다.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전국 병원의 인턴과 레지던트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대한전공의협의회에는 올해 들어 심각한 폭언·폭력 사건이 20여 건이나 접수됐다. 폭언과 폭력의 가해자는 대부분 의대 교수와 선배 전공의들이었다. 접수된 사건을 들여다보면 폭언은 인격 모독 수준이다. “쓰레기 같은 ×, 미친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 “개××, 니 머리에는 ×만 찼냐?”(경기도의 한 대학병원 교수), (여성 피해자에게) “넌 병원 관두고 집에 가서 애나 보고 살아라. 이 병신 같은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 교수)….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들에게 쏟아부은 폭언이다.
‘오죽하면 신고했을까’ 하는 사례들 신고된 내용을 보면 군대 폭력이나 스포츠 분야에서 접할 수 있는 폭력만큼이나 심각한 수준이다. = 모욕적 언사는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물리적 폭력의 경우에는 외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은 수준, 즉 어디가 부러지거나 크게 다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만큼 일상적이라는 얘기다. 흔히 비속어로 ‘조인트 깐다’고 부르는, 구둣발로 정강이를 걷어차는 것도 다반사다. 일부 병원에서 생긴 예외적인 경우이기는 하지만, 올해 한 대학병원에서는 인턴 1년차들에게 의국의 1년 경비를 나눠 부담하게 한 경우도 있었다. 한 사람당 1천만~1500만원 정도 되는 금액이었다. 2004년 임기영 아주대 교수팀이 전공의와 개원의 97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14.2%가 폭행을, 55.0%가 폭언을 각각 당한 것으로 나와 있다. 피해자가 광범위하다는 얘기인데, 개인적으로 폭언·폭력의 피해를 본 경험이 있나. = 물론 있다. 1998년에 인턴이었는데, 교수님은 회진을 돌기 전에 (예비 동작으로) 손가락을 꺾으면서 두드득 두드득 소리를 냈다. 그러면 우리 인턴들은 사시나무 떨듯 떨어야 했다. 교수님이 환자 앞에서 차트로 내 머리를 내려치거나 발로 어디를 차더라도 그것이 폭력이고 인격모독인지 생각조차 못했다. 시스템 안에 갇혀 있으면 그렇게 된다. 지금도 이런 내용으로 취재에 응해달라고 하면 전공의들이 취재에 응할 것 같은가. 기댈 곳이 여기(전공의협의회와 전공의노조)밖에 없으니까 이곳으로 피해 내용이 몰리는 것이다. 신고되지 않은 경우는 더 많을 것이다. 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일단 신고되는 사건들을 보면 대부분 ‘오죽하면 신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환자의 목숨과 직결된 공간에서 일한다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서른 살이 넘어 결혼까지 하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이런 식의 폭력을 쓰는 것은 용납돼서는 안 된다. 의사라고 하면 시쳇말로 배울 만큼 배운 엘리트들인데 어떻게 이런 비이성적이고 반상식적인 일들이 벌어질 수 있나. = 진짜 문제는 이런 일들에 대해 일부 의사들이 ‘그럴 수도 있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점이다. 이들은 두 가지 이유를 든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사람들은 엄격하게 교육받아야 한다는 것, 또 하나는 ‘우리도 옛날에 그랬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런 논리가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시대다. 지금은 인터넷으로 그런 사실이 공개되기도 하고 다른 곳과 비교하니까 문제가 불거지고 대책도 마련되는 것이다. 피해자는 애꿎은 환자들 이런 폭력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른바 ‘의국 문화’가 여전히 전근대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 의대는 외부에서 이해하기 힘들 만큼 폐쇄적이고 경직돼 있다. 학업 과정 6년과 전공의 과정 5년까지 합치면 한 학과 선배들을 10년 이상 계속 만나야 한다. ‘원래 그런가 보다’ 하고 잊고 지내니까 다른 곳과 비교가 안 된다. 또 의사를 키우는 시스템이 도제식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외국에는 없는 한국적 현상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1년차가 아무리 뛰어나도 2년차를 뛰어넘을 수 없고 그들에게서 배워야 하는 구조다. 2년차가 1년차를 가르치기 때문에 그렇다.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간다고 볼 수 있지 않은가. = 그게 심각한 문제다. 대형 병원에 가면 환자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의사가 인턴이고 레지던트다. 그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국민 건강 위협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피곤하고 맞는 상황이 겹치면 환자들에게 어느 정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인턴들은 2주일에 한 번 집에 보내고 하루에 3시간씩 재우는데, 거기에다 맞기까지 하면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건 당연하다. 군대나 스포츠 분야에서 이뤄지는 폭력이 심각한 점은 폭력이 선배들한테서 후배들에게로 전달돼 대물림된다는 데 있다. 의사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폭력의 대물림’이 자칫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닌가. = 간호사와의 관계에서도 이런 일이 생길 개연성이 있지만, 간호사들의 경우 노조가 따로 있어 중재자 구실을 한다. 전공의노조가 생겼던 배경 가운데 하나도 그렇게 중재자가 될 수 있는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었다. 환자와 의사 사이에 생기는 폭력의 경우에는 의사들이 피해자인 때가 많다. 보호자들한테서 멱살 몇 번 잡혀보지 않은 의사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의료진이 신체적인 위협을 느껴서는 안 된다.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서 이뤄지는 폭력에 대해서는 가해자를 가중 처벌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폭력과 저임금으로 점철된 전공의 생활 때문에 의사들이 그 뒤에 더욱 보상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다 보면 부작용이 더 커질 것 같다. = ‘보상심리’라고 부르는 데 찬성하지는 않지만, 경제적 보상에 집착하는 경우는 있다. 그러다 보면 비정상적으로 환자를 많이 보든지, 아니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환자를 보게 되는 것이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 기준으로 하루 75명까지 환자를 볼 수 있게 돼 있다. 그 수도 엄청난데, 실제로는 150명이나 200명까지 보는 의사도 있다. 이는 환자를 정상적으로 볼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1년에 이틀만 병원 문을 닫는 의사도 있다. 폭력과 저임금의 ‘보상심리’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 일단 의사들이 반성해야 한다. 예전보다는 상황이 나아졌다고도 할 수 있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제도적으로는 전공의 제도를 비롯한 국가의 의사 양성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때가 왔다고 본다. 3년 안에 의사 수는 10만 명이 넘어간다. 전공의 문제가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불거지는 것은 최근 병원들이 경영난을 호소하면서 그 부담을 의사의 하부 구조인 전공의에게 일방적으로 지우려 하기 때문이다. 조사를 해봤더니 인턴·레지던트 제도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4월 휴가 규정이 생겼다. 올해 7월4일 전공의노조가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전공의 제도를 편법적으로 1~2년 연장함으로써 저임금을 지속시키는 ‘전임의 제도’ 역시 저임금 구조를 확대하려는 장치에 불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