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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강안 남자여, 끝장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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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1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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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쟁점화한 연재소설과 싸우고 있는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신종 언론탄압이라면 이건 신종 포르노 장사… 법 개정안 제출할 터”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강안 남자’와 한 달째 싸우고 있는 이가 있다.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이다. 정 의원은 10월13일 문화관광부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11월9일 국회 대정부 질문까지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문화일보>의 연재소설 <강안 남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유는? 청소년을 유해매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 한 달 동안 <강안 남자>의 선정성과 음란성은 눈에 띄게 낮아졌다. 그런데 다른 데로 불이 옮겨붙었다. 청와대가 정 의원의 문제제기 이후 <문화일보> 구독 부수를 대폭 축소하자 청와대 대 ‘문화+조·중·동’ 대결 양상으로 번졌다.

청와대는 선정성을 절독 사유로 꼽았는데 <문화일보> 등은 ‘신종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한다. 아마 종합일간지 연재소설이 정치 쟁점으로 번진 최초의 사례일 거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정 의원을 11월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작가 이원호씨도 좋고 <문화일보> 이병국 사장이나 이용식 편집국장도 좋다”며 “이 문제를 놓고 끝장 토론을 벌여보자”고 제안했다.


표적 수사? 입에 담지 못해 복사해 돌린 것

<문화일보>가 연재를 시작한 지도, 선정성이 인구에 회자된 지도 꽤 됐다. 지난해로 기억하는데 소설에 등장했던 교가가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졸업한 고교의 것과 같아 해프닝이 있었다는 얘기도 국회에서 화제가 됐다. 그런데 왜 뒤늦게 올해 국감에서 문제점을 지적했나.

=솔직히 몰랐다. 문화관광위원회 위원으로서 소관 업무에 소홀한 점을 인정한다. 나도 <문화일보>를 매일 보는데 주로 정치·경제 기사만 읽고 덮어서 몰랐다. 국감 한 달 전에 지인이 그러더라. 정 의원이 문광위 소속 아니냐고, 심각한 수준이니 눈여겨보라고 했다. 하필이면 그날 연재분이 처음부터 끝까지 폰섹스 얘기였고, 표현 수위가 상상했던 수준 이상이었다. 보좌진들이 조사해보니 이미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경고를 26번이나 받았더라.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화일보>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전체 언론의 선정성으로 아이템을 넓혀 잡기까지 했다.

정 의원이 문제의 소설을 확대 복사해 국감장 주변에 전시까지 한 것을 보면 표적 감사라는 오해를 살 만하지 않나.

=어떻게 국감장에서 얘기를 할까 고민이었다. 문제점을 제기하려면 읽어야 하는데 차마 입에 담지 못하겠더라. 그리고 속기록에 남지 않나. 그래서 들고 있었다. 의원들에게는 복사해 돌렸다. 모두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고 하더라.

정 의원은 아직도 <조선일보>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지 않고 있나. 이제 그 대상이 하나 늘어난 건가.

=그렇지 않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언론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 내가 <문화일보>와 싸우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 유해매체와 싸우고 있는 것이다. 10월13일 국감에서 문제를 제기하니까 <문화일보> 기자가 찾아왔다. ‘취조’를 하더라. 무슨 의도로 그러냐, 정치면 기사가 맘에 들지 않아서 그러는 것 아니냐고. 그리고 내 발언을 취소하거나 수정할 생각이 없느냐고 하더라. 못한다고 했다. <문화일보>의 공식 입장이 아닌 개인 입장이라고 해서 묻어두려고 했는데 며칠 뒤 보복이 시작됐다. 국감장에서 잠깐 눈 감고 생각을 했는데 그때 사진을 찍어 국감장에서 졸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감장에서 그동안의 경과를 공개했더니 전화가 와서 <문화일보>의 공식 입장을 부를 테니 받아적으라고 하더라. (수첩을 보여주며) 이거다. 10월27일 화요일 6시45분부터 7분59초 동안 통화했다. 공식 입장이라면 지면에 싣거나 문서로 보내면 되지 전달하는 방법도 신문 색깔처럼 참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여야 의원들 모두 국감 방해행위로 보고 문광위원장 명의로 항의 공문을 채택해 <문화일보>에 보냈다.

청와대 절독과 사전 교감 없었다

이미 인터넷에는 <강안 남자>보다 심한 수준의 음란 소설이나 동영상이 판을 치고 있고 청소년들이 노출돼 있는데 그런 규제가 더 시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문광위 업무이기도 하지만 언론개혁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성인 잡지에 실렸다면 문제 삼지 않는다. 비디오의 경우 성인물은 영상물 등급 심의를 받게 돼 있고 대여점에서도 한쪽에 비치된다. 나름대로 거르는 장치가 있는 셈이다. 문제는 공신력 있는 활자매체인 일간지에 실렸다는 점이다. 요새 청소년들은 논술 준비를 위해 신문을 자주 본다. 그런데 버젓이 포르노가 실려 있다. 언론은 성도덕이 무너졌다, 성매매가 심각하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청소년 유해물을 실어 장사를 하면 되나. 언론은 빛과 소금에 비유되곤 하는데 바른 소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상실하는 것 아닌가.

청와대에서 대량 절독한 조처는 어떻게 보나. 사전에 교감이 있었나.

=신문을 보고 알았다. 관여할 위치에 있지도 않고 사전에 교감할 내용도 아니다. 청와대 절독과 정치 쟁점화는 내가 원했던 바도 아니고 예상도 못했다. 신종 언론탄압이라는 주장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건 신종 포르노 장사다. <문화일보> 사람들은 <문화일보>를 집에 가져가서 부인, 자녀들과 같이 감상할 수 있는지부터 대답해야 한다. 이원호 작가든, 이병규 사장이나 이용식 편집국장이든 <강안 남자> 연재가 옳으냐 그르냐, 청소년에게 유익한지 유해한지 토론을 제안하면 응할 것이다. 편집국이라는 장막 뒤에 숨어 욕만 하지 말고 끝장 토론을 해보자.

성인물 등급 심의와 관련해선 논쟁의 여지가 많다. 규제 일변도를 벗어나 시민사회의 자율적인 정화 기능에, 소비자의 판단에 맡기자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독자의 판단에 맡기자는 주장이 전혀 일리가 없지는 않다.

=포르노는 청소년들에게 독 묻은 사탕을 주는 거다. 영혼을 죽이는 독이다. 100번 양보해 범죄자들이 독을 바른다면 이해하겠다. 공익을 표방하는 언론이 독을 바른 사탕을 미끼로 신문 장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그런 소설을 계속 연재하려면 성인잡지처럼 포장을 해서 팔고 배달해야 한다.

일간지도 유해매체 판정할 수 있도록

정 의원의 문제 제기와 청와대의 구독 중단이 외려 모르던 사람들에게까지 <강안 남자>를 선전해준 역효과가 났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결과적으로 <문화일보>의 ‘노이즈 마케팅’(상품을 판매할 목적으로 각종 이슈를 요란스럽게 치장해 구설수에 오르도록 하거나, 화젯거리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현혹해 판매를 늘리는 마케팅 기법)이 성공한 것 같다는 얘기도 들었다. 일시적으로 부수가 오르든 떨어지든 관심 없다. 조만간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제출하려 한다. 현재 일간지는 청소년 유해매체 판정에서 제외돼 있다. 입법 취지는 설마 일간지가 청소년 유해물을 게재할까 했던 것이겠지. ‘일간신문이라도 연재소설과 연재만화의 경우 선정성과 음란성이 도를 넘을 경우에는 청소년 유해매체 판정을 할 수 있다’는 문구를 추가하려 한다. 현재 신문법에는 ‘음란한 내용의 정기간행물을 발행하여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현저하게 침해한 때’는 문화부 장관이 일정 기간 발행 정지를 명하거나 법원에 등록 취소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문화부 장관은 할 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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