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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한국만화의 뿌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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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2-2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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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산업의 폭발적 성장, 33개의 대학 만화학과에다 만화고등학교의 등장, 만화아카데미 등 사설학원의 난립…. 외형만을 놓고 보면 한국만화는 제2의 도약기를 맞은 듯하다.

그러나 한재규(53) 명지대 만화예술창작과 교수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는 “그리는 기술만을 강조한 채 정신을 잃어버린 한국만화의 위기는 무척 심각하다”고 진단한다.

“만화학과에 진학하는 학생들조차 대부분 일본만화에 빠져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젊은 기성작가들이나 만화출판사들도 이런 풍토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어요. 일본만화만을 보고 자란 대학생들은 일본의 조상신인 ‘천조대신’을 로마의 신인 줄 알고 있더라구요. 일본만화가들이 자기나라 신을 로마신들과 교묘히 섞어놓은 것을 한국 젊은이들이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입니다.”

한 교수는 왜곡된 현실을 바로잡고 한국만화사를 재정립하는 작업의 하나로 최근 <한국만화원형사>를 펴냈다. 30여년 동안의 역사만화 그리기 작업과 7년 동안의 강의경험을 모아놓은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만화의 기원을 3천년 전 선사시대의 암각화로 끌어올릴 것을 주창했다. “지금까지는 고구려의 고분벽화에서 우리 만화의 시원을 찾았지만, 그것은 일제의 식민사관에 의존해서 나온 것입니다. 선사시대의 암각화가 지닌 주술적·제의적 성격이나 표현기법들은 모두 만화적 표현과 맞닿아 있어요. 사슴이나 고래 등의 구체적 동물그림은 만화의 원형태이고 각종 기하학적 문양도 구체적 그림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만화의 함축성과 다르지 않죠.”

그는 “역사만화가들이 조선시대의 역사에만 치중하고 그 이전 시대에 관심을 돌리지 않는 것은 진지한 고민과 연구가 부족한 탓”이라며 “철저한 고증을 통해 만들어진 역사만화가 독자들의 인기를 끄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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