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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호전성이 국방위원 자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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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0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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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춤 사건’으로 국방위 국정감사 참여 못한 원혜영 의원…“육체적 폭력 이상으로 참담… 단호함 보일 때라 방북은 반대”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불과 4, 5년 전인 16대 국회 때만 해도 집권여당의 사무총장은, 날아가는 새를 떨어뜨릴 정도는 아니더라도 당 3역 중 ‘넘버원’이었다. 당 총재가 대통령이던 시절이었으니 당에서는 물론 국회에서도 정치적 무게가 상당했다. 그런데 시대가 많이 변했다. 열린우리당의 사무총장으로 국방위원회 소속인 원혜영 의원은 10월24일 국정감사를 하지 못했다. 나흘 전 원 의원이 개성공단을 방문해 춤을 췄다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막았기 때문이다.

원 의원은 인터뷰에 앞서 “또 한 번 망신을 주려고?” 하며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은 표정이었다. “호전적이고 전쟁불사론을 주장하는 사람만 국방위에서 활동할 자격이 있는 겁니까.” 그는 인터뷰 말미에 볼테르를 인용했다. “나는 당신의 사상에 반대한다. 하지만 당신이 가진 사상 때문에 탄압을 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편에 서겠다.” 인터뷰는 10월27일 국회 의원회관의 원 의원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보이콧 운운해서 먼저 내려

일단 국감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경위부터 들어보자.

=24일 오전 9시 경기도 오산에 있는 공군작전사령부를 시찰할 계획이었다. 나는 국방부 당정협의 때문에 조금 늦었다. 한나라당 국방위원 8명 가운데 4~5명은 버스를 타고 있었고 나머지는 오는 중이었다. 내가 나타나자 당황해하면서 버스에서 내리더라. 한나라당 간사인 황진하 의원이 “개인적으로는 미안하지만 당의 방침이라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황 의원은 전날 김성곤 국방위원장에게 “개성 춤판의 주인공이 국군을 격려하고 전투태세를 독려하는 데에 가는 것은 부적절하다. 원 의원이 참석하면 한나라당은 보이콧하겠다”고 했다. 실랑이 끝에 내가 내렸다.

국정감사 참여를 저지당한 것인가, 스스로 내린 것인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그런 조처를 용납해놓고 나중에 ‘반의회적인 폭거’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

=우리 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하더라도 우리끼리 그냥 가자고 했다. 부대 시찰이기 때문에 의결할 안건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국감이 파행으로 치닫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군 쪽, 특히 사병들의 노고를 헛되게 하는 게 맘에 걸렸다. 다음날 국감장에서 정식으로 따지고 오늘은 양보하겠다고 했다. 군 생활을 해본 사람은 다 안다. 나도 1971년 교련 반대 시위로 강제징집돼 전방 철책선에서 근무했는데, 대령급인 연대장이 부대 방문을 하면 일주일 전부터 난리난다. 이번에도 국방위원들이 방문한다고 고초를 겪었을 것이다. 그런 장병들한테 도리가 아닌 것 같았다. 그냥 내가 망신당하고 말자고 생각했다. 사실 물리적 폭력, 언어적 폭력만 폭력인 것은 아니다. 국감 보이콧을 걸어 나의 불참을 요구한 것은 육체적 폭력 이상이었다. 참담한 심경이었다.

25일 국감장에서는 이 문제를 가지고 양당 간의 언쟁이 있었지만, 26일 공군 방공포사령부와 국군 논산병원 시찰 때는 양당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조용했다.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나.

=애초 한나라당이 문제 삼은 것은 개성공단 방문 자체였다. 나중에는 춤판 어쩌고저쩌고했지만. 개성공단 방문이 잘못이라는 데 동의할 수 없다. 한나라당이나 국방위원들의 사과는 없었다. 이번 사건과 아무 관련 없는 한나라당 의원 한 명이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국감 저지 이후 여론이 안 좋아지니까, 한나라당이 또 저지하기에는 부담스러우니까 어물쩍 넘어간 것 아닌가.

개성공단은 대결 국면에서 소중한 끈

개성공단을 방문한 이유는 비록 북한의 핵실험으로 위기·대결 국면이 조성됐지만 평화의 끈은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내가 국방위원 자격이 없으니 사퇴하라고 주장하는데, 호전성이 국방위원의 자격 요건인가. 평화적으로, 대화와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람은 국방위원이 돼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용납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그 사람들은 호전적, 전쟁불사론 얘기를 들으면 펄쩍 뛴다. 자기들은 아무 데나 대놓고 친북좌파 운운하면서….

원 의원은 김근태 의장이 20일 개성공단을 방문하려 했을 때 반대하지 않았나. 또 춤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는 유감 표명을 하지 않았나.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한다. 개성공단은 평화의 끈을 놔서는 안 되기 때문에 대결 국면이 가속화될수록 소중한 끈이다. 개성공단을 유지하는 데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도 그런 입장이다. 미국과 유엔도 정면으로 문제 삼고 있지 않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개성공단을 방문해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 최선이냐는 문제에 관해서는 난 신중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김근태 의장에게도 강하게 얘기했던 것이다.

방문 시점이 부적절하다고 하면서 왜 같이 갔나.

=금강산 관광 사업과 관련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나 충분히 의지를 보여줬으니 조금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것이 낫지 않겠나 하는 의견이었다. 사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복합적이다. 평화를 지지하는 절대 다수 국민들이 평화적 해결을 바라고 있고, 북한 핵실험 이후 남과 북이 대결 국면이더라도 경제협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수를 유지한다. 하지만 집권세력으로서 북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보일 필요도 있다.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여당 지도부의 언행으로 적절한지 신중했던 거였지만, 일단 결정된 뒤에는 같이 가는 것이 옳지 않겠나 싶었다.

독재정권 때도 없던 국감 보이콧

최근 <시사저널>이 전문가 1천 명에게 ‘한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 혹은 세력’을 묻자 한나라당을 1위(35%)로 꼽았다. 열린우리당은 23.5%로 많이 처지는 2위였다. 이번 일만 봐도 그런 것 같다.

=그렇게 비치긴 하지만 한나라는 과장됐고 우리 당은 폄하됐다. 열린우리당은 여전히 국회의원 141명이 있는, 최대의 정치세력이다. 실제 의회에서 법안과 예산 심의 때 절반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 생각이 다르니 개성공단에 가고 거기서 일어난 해프닝을 가지고 비판하고 공격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독재정권 때도 없던 국감 보이콧으로 협박하고 국감 참여를 막았다. 충격이 너무 컸다. 국방위원들은 반드시 호전적이어야 하나. 군사적으로, 강경한 방법으로 대처하는 사람만 국방위원 자격이 있다는 식의 태도에 충격받았다. 볼테르가 “당신의 사상을 반대한다. 하지만 당신이 사상 때문에 탄압받는다면 당신의 편이 되어 싸우겠다”고 말한 게 18세기다. 그런데 21세기의 국회 모습이 이러니 부끄럽고 참담한 심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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