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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굿바이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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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2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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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경태 한겨레21 전 편집장 k21@hani.co.kr

“그 잡지가 될까?”

1994년 1월1일로 정확히 기억납니다. 그날 눈 내린 북한산을 친구들과 올랐습니다. 아침에 읽은 한겨레신문 1면 알림기사가 단연 화제에 올랐습니다. 한겨레신문이 시사주간지를 창간한다고 발표했는데, 과연 성공할 것인지였습니다. “잘될 거다” “분명히 망한다” 따위의 갑론을박이 오갔지만, 그저 남의 이야기였을 뿐입니다.

그 시사주간지가 제 청춘과 운명을 지배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뜻밖에도 한 달 뒤 저는 <한겨레21>이라는 시사주간지 창간준비팀에 합류했습니다. 스물일곱 살의 막내 기자였습니다. 그리고 12년8개월이 흘렀습니다. 저는 이제 전혀 다른 곳에서 혼자 중얼거립니다. “새 잡지가 잘될까?”


며칠 전 누군가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제목을 ‘한겨레21 고경태입니다’로 달았습니다. 언제나처럼 무심코 그랬습니다. ‘보내기’ 단추를 누르자마자 뭔가 불편하고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맞아, 나 이제 <한겨레21> 아니잖아?” 그렇습니다. 1년6개월간의 편집장 생활을 마지막으로 <한겨레21>을 떠납니다. 한겨레신문사는 저에게 새로운 미션을 요구했습니다. ‘편집국 주말판 준비팀장’입니다. <한겨레> 독자의 주말을 위해 잡지 같은 신문을 준비합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합니다. 안개 휩싸인 언덕길에 혼자 버려진 듯한 충격도 컸지만, 새로운 드라마의 주역이 된다는 설렘도 없지 않습니다. <한겨레21> 편집장의 바통은 얼마 전까지 <한겨레> 정치팀장을 맡아온 정재권 기자가 받습니다. 그 역시 <한겨레21> 창간 멤버입니다. 또 다른 변화를 기대합니다.

돌이켜보면 희비의 쌍곡선이었습니다, 는 식의 회고담은 읊지 않겠습니다(대신 제가 편집장 시절 만든 표지를 보여드립니다). 나름대로 치열했던 제 자신을 의심하지는 않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입니다. 투박하기보다는 세련되게, 엄숙하기보다는 재미있게, 앙앙거리기보다는 쿨하게 <한겨레21>을 꾸며보고자 했습니다. 1년 전 지면 개편 때에도 밝힌 바 있지만, 꼰대가 아닌 친구 같은 언론이 되고자 했습니다. 진정성과 선정성이라는 양날의 날개로 독자들을 향기롭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유능한 기자들과 여러분의 도움으로 ‘기본’은 했다고 자부합니다. 더 폼나게, 더 쌈빡하게, 더 전복적으로 만들지 못해 때때로 스스로를 비하했지만 말입니다.

어디에 가든 당당하고 색깔 있는 언론인이 되겠습니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놈이 되지 않겠습니다. 그동안 과분한 사랑을 주신 독자 여러분께 큰절을 올립니다. <한겨레21>의 보도로 인해 상처를 받은 분들께는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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