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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자기노선 고백운동’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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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1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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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탈당 뒤 탈당이유서 공개한 김성호 전 의원…모든 정치인들이 자기 이념과 노선 천명하고 헤쳐 모여야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김성호 전 의원(통일을 만드는 사람들 상임대표)을 10월13일 만났다. 2003년 창당에 앞장섰던 김 전 의원은, 지난 9월4일 탈당계를 제출했고 최근 장문(A4용지 5장 분량)의 탈당이유서를 공개했다. 햇볕정책, 대북포용 정책을 버린 참여정부, 열린우리당과 같이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김 전 의원의 탈당을 정계 개편과 연결지어 보는 해석이 많다. 새로 벌어질 판을 대비해 민첩하게 움직인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그는 “정치노선에 따른 분화가 일어나고 내가 동의하는 새로운 정당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어떤 정당에도 몸담을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다. 돈키호테 같다. 김 전 의원은 ‘자기노선 고백운동’을 제안했다.


계보가 판치는 당, 우상을 따르는 식

열린우리당이 정체성을 상실했다고 비판한 여러 사안 중에는 창당 초기, 의원 시절(김 전 의원은 2004년 총선 당시 당내 경선에서 떨어졌다) 일들도 많다. 김 전 의원 주장대로라면 탈당을 해도 여러 번 했을 것 같은데 왜 지금 이 시점인가.

=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이 대북송금 특검이었다. 당시엔 대통령이 냉전수구 세력의 공세를 막아내기 어렵지 않았을까 하고 이해했다. 그런데 모든 정책이 후퇴하기 시작했다.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이 점진적으로 훼손됐다. 사람마다 정치를 하는 이유가 다를 것이다. 나는 평화통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분단 극복보다 더 큰 개혁이 없다고 생각한다. 햇볕정책, 대북포용 정책을 쓰레기통에 처박는데 견딜 수 없었다. 7월쯤 아프리카 여행 중이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쌀과 비료 지원을 중단하고 미국 일본과 함께 대북 제재에 동참했다는 기사를 읽고 충격을 받았다. 돌아오자마자 탈당계를 써서 제출했다. 더 이상 민주개혁 세력, 평화통일 정권으로 보지 않는다. 같이할 수 없다.

열린우리당이 조금씩 정체성을 상실했다는데 김 전 의원은 무엇을 했나. 2004년 5월까지는 의원이었고 그 이후에도 당에서는 비중 있는 인사가 아니었나.

=국회의원일 때는 대북송금 특검과 이라크 파병에 반대했다. 평당원이 된 뒤에는 당 간부직을 맡은 적이 없다. 총선 이후 국회 중심, 의원 중심의 정당으로 바뀌었다. 의원총회의 결론이 당론이었다. 당론 결정 과정에 참여할 길이 없었다. 지난해 노 대통령의 대연정 발언 이후 직접 당 지도부를 찾아갔다. 당이 대연정을 추인하는 순간 민주개혁 세력들의 영원한 적으로 낙인찍힌다고 설득했다. 5·31 지방선거 이전에도 당이 정체성을 지키지 못하고 망가지고 있다고 여러 경로를 통해 내 의견을 밝혔다. 대통령과 정부가 당의 정책을 훼손하면 당 지도부가 정면으로 공격해야 한다고. 평당원으로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이 뭔가. 정체성을 잃어버렸다면 누구의 책임인가.

=상당 부분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책임이 있다. 열린우리당도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 대선후보 공약은 개인 공약이 아니다. 당시 민주당의 정책 노선이었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고 해놓고 우파 친재벌 정책을 폈다. 그 결과 서민 경제는 파탄나고 서민들의 조세 부담률은 오히려 높아졌다. 대미관계도 마찬가지다. 친미자주라면서 미국 네오콘(강경한 대북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신보수주의자 집단)들의 요구를 다 들어줬다. 햇볕정책을 훼손할 때도 당은 제동을 걸지 못했다. 당이 중심을 잡아야 했는데 의회에서 압도적 다수이면서 관련 법과 예산을 다 통과시켰다. 창당 정신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정치 행태는 어떤가. 우리가 만든 정당이 맞나 싶을 정도다. 잡탕, 누더기 정당이다. 기간당원제를 만들어놓고 이제는 오픈 프라이머리 한다고 한다. 마땅한 대선 후보가 없으니 문호를 개방한다는데, 어떻게든 당에서 후보를 내고 선거에서 지면 야당 하는 게 맞다. 게다가 친노직계, 정동영계, 김근태계 등 각종 계보가 판을 치는데, 정책과 노선에 따른 분화가 아니라 우상을 따르는 식이다.

범여권신당은 구태정치의 전형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참여 문제를 놓고 김근태 의장과 재야파 의원들은 나름대로 애쓰고 있지 않나.

=10월9일 핵실험 이후 김 의장과 대변인이 뭐라 했나. 대북포용 정책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고, 앵무새처럼 청와대와 똑같이 떠들었다. 햇볕정책 옹호자들이 비판하고 나서니 뒤늦게 놀라서 다시 포용정책을 사수한다고 법석이다. 정책은 모든 사람들이 욕할 때, 돌팔매질할 때 꿋꿋이 지킬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봐라. 말과 행동에 일관성이 있지 않나. 40, 50년 전부터 주장했던 햇볕정책을 옹호하고 있다. 모두들 돌멩이를 들고 죽이겠다고 달려드는데 오로지 DJ 한 명만 햇볕정책을 지켰다.

참여정부 내내 당정 갈등, 당청 갈등 때문에 시끄러웠다. 국민들은 한 덩어리로 보는 공동운명체임에도 끊임없이 분란이 일어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엉터리 공동운명체론 때문에 노 정권과 열린우리당이 망가졌다. 정당은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노 대통령이 공약을 실현하지 않을 때 열린우리당은 형편없는 태도를 취했다. 정당의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대통령이 당의 정강·정책을 따라야지, 정당이 대통령의 정책을 따를 의무는 없다. 대통령이 당의 정체성을 훼손하는데도 엉터리 공동운명체를 들먹이면서 추인해줬다. 단호하게 노 했어야 했다. 지금 열린우리당은 임시 피난처다.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과 달라졌다면 명확히 표명하고 떠나는 게 맞다.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나처럼 떠나는 게 맞다. 통합신당 얘기가 나오는데 우르르 몰려다니지 말고 신당을 만들기 전에 자기노선 고백운동부터 벌여야 한다.

자기노선 고백운동이 뭔가.

=현재의 열린우리당은 더 이상 정당으로서 기능을 상실했다. 한나라당은 반민족적 정당이고, 민주당도 수명을 다했다. 모든 정치인들이 자기 이념과 노선을 천명하고 헤쳐 모이는 게 맞다. 예전 민주당은 서까래가 좀 썩었지 대들보는 건강했다. 노선은 건강한데 정치 행태가 옳지 못했다. 그래서 민주당의 정책과 노선을 계승한 열린우리당 창당이라는 게 가능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은 노선도 없고 정치 행태도 형편없다. 계승할 게 없다. 해산하는 게 옳다.

김 전 의원의 탈당을 정계 개편과 연관짓는 시각이 있다. 뜻을 같이하는 정치세력이 있나. 정치권에서는 범여권신당 얘기가 나오는데 이와 관련 있나.

=터무니없다. 범여권신당은 권력을 좇아 정치적 야합을 하는 구태 정치의 전형이다. 지난 대선 때는 의미가 있었다. 6·15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부정하는 한나라당의 집권은 냉전시대로의 회귀를 의미했다. 지금은 다르다. 한나라당이 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못했지만, 나라를 망친 게 한나라당은 아니다. 그런 식으로 신당을 만든다면, 한나라당의 집권을 돕는 꼴이 될 것이다. 정책과 노선이 분명한 당을 만들어야 대선에서 제대로 겨룰 수 있고, 지더라도 과거 냉전시대로의 회귀를 막는 제대로 된 야당을 할 수 있다. 정체성을 상실한 열린우리당, 부패한 지역주의 정당인 민주당, 기회주의적인 고건 전 총리가 모여 시너지 효과가 날까. 아니라고 본다.

2008년 총선에서 무소속 출마할 수도

범민주개혁세력연합론을 펴는 쪽의 논리는 지난 대선 때와 유사하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10년간 이어져온 대북포용 정책이 폐기되고 냉전시대로 돌아갈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범여권신당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 정권의 실패를 책임져야 할 이들이다. 해방 정국에서 과거 친일했던 자들이 반공의 기치 아래 숨어드는 것과 같다. 책임 정도에 따라 정계를 은퇴해야 할 사람들도 있다.

김 전 의원이 주장하는 노선이 뭔가. 완벽하게 새로운 정당을 혼자서 할 건가.

=두 가지다. 정당의 정체성과 관련한 문제다. 하나는 민족 문제인데 대북포용 정책을 지지하는지 여부, 또 하나는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는 정당에 동의하는지 여부다. 최소한 이 정도만 맞는다면 다른 문제들은 맞춰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누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정치를 하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자기노선 고백운동을 하자는 거다. 현재 무게 있는 인사 중 유일하게 밝힌 사람이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대표 정도다. 북한 핵실험 이후 대통령과 총리가 잘못했다고, ‘때문에’가 아니라 ‘불구하고’ 논리로 포용정책을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의 역사의식과 문제의식이 유일하게 같다. 내가 주장하는 방식의 새로운 정당이 아니라면 어떤 정당에도 몸담을 생각이 없다. 아무도 없다면 혼자라도 가겠다. 이념과 노선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얼굴과 이미지를 따라다니는 식의 정치는 하지 않겠다. 2008년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도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데 때로는 가이드를 따라가는 패키지 여행이 좋을 때도 있지만, 혼자 가는 배낭여행도 묘미가 있다. 정치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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