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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개악 막아냈는데 웬 야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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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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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맵 합의 뒤 민주노총으로부터 공격받은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복수노조는 산별체제와 직접 관련 없어… 직권중재 폐지한 건 큰 성과”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민주노총을 뺀 한국노총과 경영계, 정부 대표자들이 9월11일 합의한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합의안에 따르면 노·사·정 3자는 2007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해 2009년 12월 말까지 3년간 시행을 늦췄고, 직권중재를 폐지하는 대신 필수 공익사업장의 대체 근로 허용에 합의했다.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노총 쪽에서는 “이번 결정은 ‘야합’에 불과하다”며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민주노총의 항의를 받던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이 폭행을 당하는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노-노 갈등으로 사태가 번지고 있다. <한겨레21>은 9월15일 논란의 핵심 당사자인 이 위원장을 만났다. 이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협상 종결 직전에 보였던 정부의 고압적이고 독단적인 자세 때문에 협상을 하지 않았더라면 법이 일방적으로 개악됐을 것”이라며 “개악된 뒤에 하는 투쟁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며 무책임한 투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무책임한 투쟁보다는 협상력을 극대화해 정부의 일방적인 개악을 막아낸 것으로 봐야 한다”며 “‘협상’과 ‘야합’은 엄연히 다르다”고도 했다.


폭력사건엔 적절히 대응할 것

한국노총 위원장이 민주노총 조합원들한테서 폭행을 당한 사건은 초유의 일이다.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민주노총 앞에 가서 항의시위를 한 일도 처음인 것 같다.

= 민주노총이 그동안 수없이 난리를 쳐도 묵묵히 대처했다. 해도해도 너무하니까 이제는 적절히 대응하려 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그동안 생각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아직 두 개의 조직으로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미 통합했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이 다르다고 폭력을 사용하면 말이 되나. 상대를 인정하고 차이를 존중해야 한다. 한국노총은 그동안 협상을 많이 해왔다. 야합이라고 하는데 뭐가 야합인가. 협상 과정을 산하 조직에 그대로 공개하고 하부에 동의를 구했다. 대부분 다 동의하고 만족했다. (한국노총은) 단결이 어느 때보다 잘돼 있다.

협상 과정을 ‘야합’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다. 투쟁을 선언했다가 갑자기 합의한 과정을 소개해달라.

= 협상장에서 복수노조 허용에 대해 가장 강하게 얘기한 것은 나다. 나는 복수노조 허용론자다. 그런데 전임자 임금 문제가 정부 뜻대로 됐다면 노동운동 위축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민주노총 사업장들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게 발생했을 것이다. 복수노조 허용 문제가 처음 논의된 것이 8월26일이었다. 4개월 내내 다른 것 하다가 1주일 만에 처리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처음부터 “노사가 합의해도 필요 없고 정부는 강행 처리한다”고 했다. 그래서 국제노동기구(ILO) 아태총회 때 뛰쳐나온 것이다. 1주일 논의해서 정부안대로 가는 것에 동의할 수 없었다. 이번에 방향은 잡힌 것이다. 복수노조는 허용하되 유예기간을 둬 혼란을 최소화하자, 전임자 임금은 노조가 부담하는 것으로 하되 (사용자도 함께) 노조의 재정자립 방안을 협의하자는 것이다. 3년 유예에 대해서는 5년은 너무 길다는 여론이 많았다. 5년 뒤면 다음 대통령 임기 말이 된다. 대통령 임기 말에 하면 또다시 유예된다고 하니까 임기 중간에 논의하자는 것이다.

정치력인가, 야합인가는 계속 논란거리다. 9월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노사정위원회에서 열린 노사 로드맵 3년 유예 협정식에 참석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위 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양대 노총이 이번 ‘로드맵’을 보는 기본 관점은 크게 달랐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즉, 민주노총은 산별 교섭 제도화를, 한국노총은 전임자 임금지급을 핵심 쟁점으로 삼고 있었다는 것이다. 산별 교섭은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가 강조점이고, 전임자 임금은 기존 정규직 노동자가 중심이 된다. 때문에 이번 합의와 관련해 ‘한국노총이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의 열악한 지위와 고통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있다.

= 사용자들은 사실 복수노조 허용 부분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노동계는 ILO의 원칙도 있고 하니 그 주장을 유지하면서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와 연계한 것이다. 두 문제는 따로 해결할 게 아니다. 그런 면에서 연계한 것이 맞다. 맞바꾼 것이다. 협상은 주고받는 것이다.

한국노총만 복수노조 반대하나

사실 우리 내부는 복수노조에 대해 반발이 심하다. 노동운동은 항상 정직해야 한다. 협상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현장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한국노총 다수가 복수노조에 실질적으로 반대한다고 하면 (지도부는) 반대해야 하는 것이다. 민주노총 역시 복수노조에 대해 반대가 더 많다. 민주노총 관계자들한테서 여러 번 확인한 바도 있고 여론조사도 있었다고 들었다. 우리는 90% 이상이 300명 미만의 중소영세 사업장 위주이지만, 민주노총은 대기업 위주다. 대기업들의 경우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100% 복수노조로 간다. 중소영세 사업장들은 상대적으로 복수노조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그런데도 (민주노총 쪽에서는) 그런 사정은 감추고 있다가 나중에 합의하니까 꼬투리를 잡는다.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노동운동은 대중운동이다. 조합원 다수의 뜻을 따라야 한다. 다수를 소외시키면서 소수 중심으로 가면 안 된다. 복수노조 전면 허용에 대해 민주노총 하부가 그렇게 동의하겠는가.

민주노총의 금속 대공장을 중심으로 한 산별 전환 움직임의 본격화는 한국 노동운동사와 노사관계에서 한 획을 긋는 대사건이라는 평가가 많다. 복수노조가 유예되면 산별 전환이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때문에 이번 결정이 한국 노동운동사에서 뼈아픈 합의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 그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나는 8만 명을 조합원으로 둔 금융산별노조를 만들어 운영했던 사람이다. 예를 들어 산별 노조는 복수노조가 되면 더 분화될 수도 있다. 보건의료노조도 산별 노조인데 대학병원들은 산별 체제에서 이탈했다. 작은 연관은 있지만, 마치 전부 다인 양 얘기하는 것은 억지다. 현재도 산별의 경우 복수노조가 허용돼 있다. 기업 단위까지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동일 업종에서 2개, 3개 산별 노조가 나올 수 있다. 유럽의 산별 노조와 평면적으로 비교해서 그런 시각이 나오는데 우리는 기업별 노조를 중심으로 하는 산별 노조가 될 수밖에 없다. 유럽에서 산별노조운동이 일어난 것은 직업별 노조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1기업-1노조를 기반으로 하는 1산업1노조 체제를 만들기위해서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거꾸로 산별노조를 만들기 위해 기업 단위에 복수노조를 만들자고 주장하는 격이다. 앞뒤가 맞지 않다. 이렇게 되면 산별노조가 산업 전체를 대표하기는커녕 기업과 산별 모두 찢어놓게 된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는 산별 노조 체제가 되면 노조 조직 가능성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지는 것 아닌가.

이 위원장은 조인식을 마친 뒤 한국노총으로 향하는 길에 민주노총 관계자들의 거친 항의를 받았다(오른쪽 사진, 가운데).

= 그것도 산별 체제와 별로 연관이 없다고 본다. 지금도 비정규직 노조를 만들 수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비정규직 노조가 있다. 금융산별노조에도 비정규직 지부가 있다. 진짜 문제는 각 단위 사업장 지부에서 규약상 비정규직을 조직 가입 대상자로 만들어놓고도 실제로는 가입시키지 않는 것이다. 복수노조가 되어서 비정규직 노조가 생기더라도 그것이 모두 하나의 산별로 가입하는 것도 아니다. 또 산별 체제가 되더라도 모든 지부가 산별 규약을 따라오는 게 아니다.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실제 그렇게는 안 된다. 단체협약 역시 산별 노조 차원에서 만들어지더라도 기업별로 체결된 보충협약에 의해서 그 내용이 달라진다. 물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악의적인 규약에서 벗어나는 계기는 될 수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들이 다 산별로 가는 것은 아니다. 별도의 비정규직 노조를 만들 수도 있다. 비정규직의 경우 (노동부가) 조직대상이 다른 노조 결성을 제대로 보장한다면, 이것은 운동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이지 법·제도적인 문제는 아니다.

부당해고 형사처벌 조항 더 강화

복수노조가 양 노총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다수의 조합원들이 어디를 선택하는가 하는 문제다. 민주노총이 투쟁 지침을 내려서 전체 조합원 중 20% 이상이 참여한 적이 있나. 다수는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지금 노동운동의 문제는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기형적 운동이라는 것인데, 이런 점에 비춰보면 한국노총은 자신 있다. 우리 산하조직 가운데 비민주적으로 노조를 운영하는 조직도 있다. 그런 곳의 조합원들은 복수노조 허용이 이뤄지길 갈망했다. 그런 부분들은 죄송하게 생각한다. 전체를 고려해야 하는 입장임을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복수노조 체제가 되면 노총이 4, 5개 정도는 생길 것이다. 그런 변화에는 한국노총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노총이 4, 5개는 생긴다고 본다. 그중에서 비슷한 성향의 노총들은 합칠 수 있을 것이다.

이 위원장은 한국노총에서도 대표적인 개혁세력이다. 한국노총 안에서 그 누구보다 민주노총에 대한 애정이 크고 통합을 역설해왔다. 이 때문에 이번 합의 과정에서 개인적 소신이 한국노총이라는 조직적 이해관계 때문에 꺾였다는 분석도 있다. = 그렇지는 않다. 한국노총 사업장과는 무관하지만, 직권중재를 폐지했다. 악법이라고 생각했다. 민주노총도 바란 바이다. 직권중재는 우리가 얻은 것이고 필수 공익사업장의 대체 근로 허용은 내준 것이다. 민주노총은 상당 부분 동의하면서도 일부 양보 부분에 대해서는 입으로 얘기하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총대를 멘 것이다. 필수 공익사업장 중에서 철도·석유 부문을 빼야 한다고 한 것도 나였다. 혈액, 폐·하수 처리 부문은 국민의 건강과 보건에 직접 관련돼 있지만, 철도·석유는 직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철도·석유 부문에 한국노총 사업장은 없다. 부당 해고시 형사처벌하는 조항을 없앴다는 것에 대해 말하는데 실질적으로는 더 강화됐다. 사실 이 조항 때문에 징역 간 사용자는 없다. 바뀐 제도는 부당 해고를 당한 노동자를 구제하라는 명령이 나왔는데도 이행하지 않으면 형사처벌하도록 했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까지 부과하도록 했다. 또 이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고용 계약과 해고를 서면화하도록 한 내용이다. 700만~800만 명 노동자와 관련돼 있다. 식당에서 일하는 이들은 사장이 “당신 내일부터 나오지 마” 하면 해고된다. 이제는 서면으로 해고 사유를 기재해야 하고, 사유가 불명확하거나 허위로 드러나면 쉽게 구제받을 수 있다. 나에게는 이 부분이 정말 중요했다.

노동운동은 투쟁 말고도 할 게 많아야

올해 봄에 ‘노사발전재단’을 경총과 공동으로 설립하는 안을 내놓았는데 이런 종류의 재단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 지금 한국의 노동운동은 투쟁 말고 할 게 없다. 사회적 역할이 없다. 싸우던 칼을 칼집에 넣고 호미와 괭이를 들어도 땅이 없는 셈이다. 정부가 모든 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노사, 즉 민간의 사회적 역할을 높이자는 제안이다. 덴마크 같은 곳에서는 실업급여를 노총에서 준다. 노동교육도 균형감 있게 이뤄져야 한다. 노동정책 연구도 필요하다. 정부 때문에 노사가 멀어지는 것을 막고 노사가 함께할 부분을 찾자는 것이다. 한국노총과 경총의 공동 태스크포스팀이 안을 만들었고, 앞으로 노사정위원회로 넘겨 공론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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