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우리나라에서 포토라인이 공식적으로 거론된 것은 고 정주영 회장 때문이었다. 1993년 1월 대선에서 패배한 정 회장이 국민당 대표 시절 대통령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출두하던 중 취재진의 취재 경쟁에 카메라 스트로보에 이마가 부딪혀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한국사진기자협회와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는 취재현장의 무질서한 관행을 바로잡고자 ‘포토라인 운영 선포문’을 제정했다.
당시만 해도 포토라인에 대한 개념 자체가 전무하던 시절인지라 검찰에 출두하는 사람을 기자들이 마치 닭(?) 몰듯 쫓아다녔고 출두하던 피의자들은 검사 앞에 서기도 전에 1층 로비에서부터 진을 다 빼고 올라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사진기자들은 대가 센 피의자들을 미리 길들이기 위해 검찰 쪽이 출두 예정일을 알려주고 사진기자들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포토라인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현장의 질서가 어느 정도 정착돼 각종 매체를 통해 검찰에 출두하는 피의자들이 포토라인에 잠깐 서주는 것이 비치고 또 그것이 관행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인식에서 나왔다. 우선 포토라인에 서는 것이 마치 자신이 죄인임을 인정한다는 생각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2000년 2월17일 이른바 ‘언론대책 문건’ 폭로와 ‘DJ 1만달러 수수 사건’ 폭로 등으로 명예훼손 소송에 걸린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의 검찰 출두 장면이다. 정 의원은 며칠 동안 문을 걸어잠그고 집 안에서 버티다 느닷없이 검찰로 자진 출두했는데 미리 쳐놓은 포토라인에 서달라는 취재진에게 “내가 죄인이냐”고 되물으면서 막무가내로 검찰 기자실로 밀고 들어갔다. 포토라인이 무너지면서 현장은 일대 아수라장이 됐는데, 정 의원은 자신이 당당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면서 또 자신이 기자들을 몰고 다니는 대단한 거물임을 지지자들에게 보여주려는 정치적인 목적 두 가지를 보기 좋게 성취한 셈이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프로덕션의 6mm 카메라를 비롯한 여러 카메라가 현장에 출동해 혼잡을 빚을 때 포토라인이 깨지는 경우가 많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귀국, 황우석 교수 기자회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입국, 영화배우 장동건의 1인 시위 등 대중적 관심이 집중되는 현장에서는 어김없이 포토라인이 붕괴된다. 스타의 일거수일투족까지 잡으려는 인터넷 매체들의 특성상 포토라인이 유지되기는 처음부터 어려운 것인지 모른다. 별로 인지도가 높지 않은 가수의 음반 발표 현장에도 영상, 카메라 관련 기자들이 100명 넘게 몰리기도 한다. 지난 8월31일 한국사진기자협회와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포토라인 준칙 선포식을 가졌다. 이 단체들은 ‘포토라인 준칙위원회’를 구성해 운영상의 문제가 발견되면 즉시 수정·보완할 것이라 한다. 이 준칙은 9월 한 달 동안 시범 운영하고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자 개개인의 의식 부족과 자사 이기주의, 취재 대상에 대한 인격 존중이 없다면 우리는 또 닭 몰러다녀야 할지 모른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검찰 출두를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언론사 기자들.
포토라인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현장의 질서가 어느 정도 정착돼 각종 매체를 통해 검찰에 출두하는 피의자들이 포토라인에 잠깐 서주는 것이 비치고 또 그것이 관행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인식에서 나왔다. 우선 포토라인에 서는 것이 마치 자신이 죄인임을 인정한다는 생각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2000년 2월17일 이른바 ‘언론대책 문건’ 폭로와 ‘DJ 1만달러 수수 사건’ 폭로 등으로 명예훼손 소송에 걸린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의 검찰 출두 장면이다. 정 의원은 며칠 동안 문을 걸어잠그고 집 안에서 버티다 느닷없이 검찰로 자진 출두했는데 미리 쳐놓은 포토라인에 서달라는 취재진에게 “내가 죄인이냐”고 되물으면서 막무가내로 검찰 기자실로 밀고 들어갔다. 포토라인이 무너지면서 현장은 일대 아수라장이 됐는데, 정 의원은 자신이 당당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면서 또 자신이 기자들을 몰고 다니는 대단한 거물임을 지지자들에게 보여주려는 정치적인 목적 두 가지를 보기 좋게 성취한 셈이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프로덕션의 6mm 카메라를 비롯한 여러 카메라가 현장에 출동해 혼잡을 빚을 때 포토라인이 깨지는 경우가 많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귀국, 황우석 교수 기자회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입국, 영화배우 장동건의 1인 시위 등 대중적 관심이 집중되는 현장에서는 어김없이 포토라인이 붕괴된다. 스타의 일거수일투족까지 잡으려는 인터넷 매체들의 특성상 포토라인이 유지되기는 처음부터 어려운 것인지 모른다. 별로 인지도가 높지 않은 가수의 음반 발표 현장에도 영상, 카메라 관련 기자들이 100명 넘게 몰리기도 한다. 지난 8월31일 한국사진기자협회와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포토라인 준칙 선포식을 가졌다. 이 단체들은 ‘포토라인 준칙위원회’를 구성해 운영상의 문제가 발견되면 즉시 수정·보완할 것이라 한다. 이 준칙은 9월 한 달 동안 시범 운영하고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자 개개인의 의식 부족과 자사 이기주의, 취재 대상에 대한 인격 존중이 없다면 우리는 또 닭 몰러다녀야 할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