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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오른쪽 날개도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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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0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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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길 교수 실명비판한 뉴라이트 기관지 <시대정신> 신지호 편집인…“책 속엔 올드라이트 비판도 많아… 좌파는 정권 잃어야 변신할 것”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시대정신>은 1998년 이후 김영환씨 등 이른바 ‘전향 386그룹’이 중심이 되어 발간해오던 잡지다. 최근 발간된 가을호에서 <시대정신>은 매체의 위상을 ‘뉴라이트 기관지’라고 재규정했다. 재창간호(통권 32호)에서 <시대정신>은 새로운 시리즈도 시작했다. ‘우리 시대의 진보적 지식인’이 그것이다.

최홍재 자유주의연대 조직위원장이 쓴 이 글의 제목은 ‘민중을 저버린 민족사학자, 강만길 교수’. “좌파들의 이념적 지주 구실을 한 원로 학자와 지식인 그룹을 실명 비판하겠다”는 게 이들의 계획이다. 9월1일 <시대정신> 편집인인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를 마포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편은 안병직의 ‘백낙청론’

<시대정신>에서 ‘우리 시대의 진보적 지식인’ 시리즈를 시작하는 배경이나 동기는 무엇인가.

= 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대한민국은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라고 했다. 그런 역사관을 (우리는) ‘자학사관’이라고 부른다. 그런 역사관 때문에 국정 주요 과제에 ‘역사 바로잡기’가 나왔다.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이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뿌리를 캐보면 70·80년대에 대학가에서 읽혔던 책들을 쓴 학자들이 나온다. 그들의 주장은 현재 나라 전체 운용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분들 입장에서 보면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한 것이다. 당시에는 탄압받는 양심적 지식인의 상징으로 비쳐졌지만, 이제는 대통령의 정신세계에까지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국정 수행에 현실적인 힘으로 나타나고 있다.

분석 대상이 되는 진보적 지식인은 누구인가.

= 강만길, 리영희, 백낙청, 최장집, 한완상 선생들이 거론됐다. 11월 말에 나오는 다음호에는 안병직(서울대 명예교수) 뉴라이트재단 이사장이 백낙청 교수(서울대 명예교수)에 대한 글을 직접 쓸 예정이다. 두 분은 동고동락하면서 서로를 잘 아는 사이다. 안 선생은 생각이 바뀐 분이고, 백 교수는 과거 생각을 그대로 이어가는 분이니까 흥미로울 것이다. 강만길, 백낙청 두 분을 가장 먼저 다루는 이유는 두 분이 현 정부에서 각각 광복6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장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를 지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몇몇 학자들의 영향력보다는 시대가 요구했던 이념의 방향이 있었던 것 아닌가. 사실 80년대의 사상적 기반을 따져본다면 더 근원적으로는 마르크스-레닌주의나 주체사상 같은 것이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일부 원로교수들을 사상의 원류로 보기에는 부적절한 것 같다. 정치적인 고려 때문에 현 정부에 참여했던 인물들을 우선적으로 다루는 것은 아닌가.

= 아까 거론했던 다섯 분 모두 학자이자 이데올로그들이다. 더 꼽을 수 있는 분이라면 작고한 민족경제학자 박현채 선생 정도인데 돌아가신 분이니까 비판하기가 좀 그랬다. 한 시대의 정신세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 이들은 분명하다. 물론 80년대 골수 운동권들은 이분들 책은 별로 안 읽었다. 대신 원서나 원전을 봤다. 거론된 학자들 책을 ‘아류’ 정도로 여긴 것은 맞다. 오리지널 마르크스-레닌주의자나 김일성주의자도 아니다. 그러나 대중적인 차원에서 이분들이 미친 영향은 크다. 한국판 버전을 만든 이들이다. 결국 (대중이) 이분들을 보면서 ‘386 정서’라는 게 형성된 것 아닌가. 지금 이들의 영향이 정치권력뿐만 아니라 문화권력에도 반영되고 있다. 한국방송 드라마 <서울 1945>를 보라. ‘해전사’가 없었다면 어떻게 그런 드라마를 만들 수 있었겠는가. 현재진행형의 문제다. 이를테면 지난해 광복 60주년 기념행사에서 태극기가 한반도기에 의해 수난을 당한 바 있다. 6·15 공동선언의 가장 큰 상징이 한반도기다. 이는 또 ‘우리 민족끼리 주의’라는 말도 만들어냈다. 백낙청 교수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다.

일제시대를 보는 시각

<시대정신>에 나온 강 교수에 대한 글을 보면 학문적 성실성과 치밀성, 전문성 측면에서 많이 부족하다. 친일파 문제만 보더라도 실증적인 근거 제시가 부족하다. 감정적인 표현들도 거슬린다. ‘김정일의 어용학자’로 표현한 대목은 심했다. 또 북한 주민이 굶고 있다, 인권이 없다 하는 식의 얘기는 본론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데도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논리적인 전개에서도 문제가 많다는 얘기다. 이성적 토론보다는 감정적인 비난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글의 목적이 이해나 설득이라기보다는 선동인 것 같다. 정치적인 목적이 너무 앞서는 것 아닌가.

뉴라이트의 기관지로 변신한 <시대정신> 가을호에는 올드라이트를 비판하는 특집이 실렸다.

= 물론 이 글을 학술논문으로 보기는 힘들다. 학자로서의 강 교수에 대한 비판은 다른 기회에, 따로 이뤄져야 한다. 이번 글은 방대한 작업의 한 꼭지에 불과하다. 강 교수가 남긴 학문적 결과물은 학계의 룰에 따라 규명돼야 한다고 본다. 이번 글은 사회활동가로서의 강만길에 대한 비판이라고 보면 된다. 글을 쓴 사람도 학자가 아닌 운동가다.

문제의 그 글을 읽어보면 일제시대에 대한 성격 규정, 친일파에 대한 개념 규정, 해방 정국의 이해 등에서 기존 시각과는 차이가 있었다. 일제시대를 너무 한쪽 시각으로만 보지 말자는 얘기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친일파가 해방정국에서 별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고, 그 존재도 모호하다’거나 ‘분단 냉전세력은 한반도에 존재한 적이 없었다’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것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것 아닌가.

= 구체적으로 해방정국에서 친일파가 누구인가.

그렇다면 친일파를 청산하려고 세워졌던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 활동이 무산되고 결국 조직 자체가 사라진 것은 역사적 허구란 말인가.

= 정확히 말하면 이렇다. 반민특위가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아니고 일부를 처벌했다.

식민지 체제의 유지와 온존, 확대재생산을 위해 기능한 식민국가기구의 상층부를 차지했던 인물들은 친일파로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 일제시대 때 고위관료를 지냈다고 해서 친일파로 처벌해야 한다면 유신시대에 판사 생활을 한 노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하나. ‘독재협력 사범’으로 봐야 하나. 어느 직책 이상은 모두 범죄자로 모는, 이른바 ‘당연범’으로 따지면 안 된다고 본다. ‘행위범’의 기준으로 봐야 한다. 친일파 청산은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중 잣대는 안 된다.

행위범의 기준으로 봐도 친일 청산은 제대로 됐다고 보기 힘들지 않나.

= 노무현 정부 아래서 반관반민의 형태로 추진됐던 친일 과거사 처리 과정에서는 당연범 기준으로 했다. 경찰은 어느 직급 이상, 관료는 어느 직급 이상이 친일파다는 식으로 진행하다가 신기남 의원이나 김희선 의원이 파편을 맞아서 정치적으로 힘들어하지 않았나. 블랙코미디였다.

“우리가 이중인격자냐, 카멜레온이냐”

그것은 진행 과정에서 생겼던 실무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지 않나. 당연범이 아니라 행위범으로 처벌한다면 친일 청산에도 찬성한다는 말인가.

= 과거사 청산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해야 한다. 원칙과 기준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과거 청산 논란 이전에 근본적인 역사 인식의 문제가 있다. 일제시대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인데, 남북 모두에서 유사한 논리 구조가 있다. 바로 식민사관 극복이라는 차원에서 일제시대를 착취와 수탈의 시대로만 보는 게 그것이다. 조선시대가 끝난 뒤에 일제시대가 없었더라도 우리 스스로의 힘에 따라 자생적·내재적 발전이 가능했다는 논리가 그것이다. 우리는 그런 논리가 잘못됐다고 본다. 일제시대가 식민지 시대였던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착취와 수탈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동양에서 가장 앞선 일본 체제가 이식됨으로써 근대적 발전이 이뤄진 것도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한쪽 측면은 완전히 없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두 측면을 함께 봐야 한다.

일제시대를 그런 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옛 우파(올드 라이트)의 견해하고는 완전히 다르지 않은가.

= 그렇다. 올드 라이트하고는 해방정국에 대한 평가도 다르다. 올드 라이트는 이승만을 높게 평가하고 김구를 낮게 평가한다. (우리는) 김구 선생에 대해 인간적으로 존경할 만하지만, 감상적 민족주의자로 본다. 현실정치의 냉혹함을 깨닫지 못하고 김일성에게 놀아나지 않았나. 이승만 노선이 옳았다. 올드 라이트에게는 일제시대에 대한 체계적인 인식이나 이론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

우리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가 생산적·합리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기본 관점이 현격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토론이 잘 이뤄지지 않는 측면이 크다. 접점이 안 만들어진다. 그러다 보니 상대편에 대한 전면적 부정과 말살이 일상적으로 나타난다. DJ 정부 이전까지는 올드 라이트가 올드 레프트에게 “빨갱이들은 이 세상에서 모두 사라져야 해”라고 했고, DJ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는 올드 레프트가 올드 라이트에게 “저 수구꼴통들 때문에 이 세상이 안 돼”라는 인식이 주를 이뤘다. 이런 식의 20세기형 이념 갈등은 끝나야 한다.

좌우든 진보-보수이든 간에 둘 사이를 근접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 어느 사회나 좌우는 있게 마련이다. 좌우가 있는 게 나쁜 것은 아니다. 그 내용과 모습이 뭐냐가 중요하다. 20세기형 좌우에서 21세기형 좌우로 재편돼야 한다. <시대정신> 이번호를 보면 강 교수 비판 내용보다는 올드 라이트 비판 내용이 훨씬 많다. 특집 기사는 모두 올드 라이트 비판 내용이다(신 대표는 ‘특집 뉴라이트 사상의 정립을 위하여’를 기자에게 보여줬다).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특집에 대해서는 안 쓰고 강 교수에 대한 것만 쓴다. 입맛에 맞아서 그런 것이겠지만. 오른쪽 날개도 바뀌어야 한다. 건전한 좌파가 필요하다고 하니까 우파 안에서는 “쟤들 위장 전향한 빨갱이 아니냐”는 소리를 한다. 좌파에서는 또 “포장만 뉴라이트라고 하지, 수구꼴통하고 다를 게 없다”고 비난한다. 우리가 이중인격자냐, 아니면 카멜레온이냐. 이런 게 20세기 문화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정상적인 토론이 이뤄질 수 없다. 한 입으로 두말한 것도 아닌데 이런 극단의 평가를 받아야 하나. 이런 문화가 빨리 없어져야 한다. 우파의 주도권은 뉴라이트로 가야 하고 좌파의 주도권도 뉴레프트로 가야 한다.

한나라당은 뼛속까지 환골탈태해야

현재 정치권이나 언론의 지형을 보면 아직 먼 나라 얘기가 아닌가. 한나라당이 전시 작전통제권을 다루는 것을 보면 아직 변한 게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

= 우리 사회의 보수세력을 보면 우리 같은 ‘재야 우파’는 아직 힘이 없고 한나라당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한나라당은 아직 멀었다. 한나라당을 보면 뉴라이트에 대해서 좋다고 말은 하는데 말뿐이다. 실제 본인들이 뉴라이트적인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겉으로만 뉴라이트를 좋아하는 척하지 말고 뼛속 깊이 각인하고 환골탈태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파 혁신도 아직 멀었다고 본다. 좌파는 아예 본격적인 시작조차 못했다. 좌파의 경우에는 정권을 잃고 와신상담해야 혁명적인 자기 변신이 가능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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