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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아나운서 비키니’가 진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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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0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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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정체성 논란 촉발시킨 성경환 문화방송 아나운서국 국장…오히려 미인대회 부정하는 것이 진보… 연예오락 프로 출연은 독려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최근 아나운서들이 ‘단골’ 뉴스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여자 아나운서가 그렇다. 시간의 역순으로 보면, △문화방송 이정민·한국방송 김경란·SBS 김지연 아나운서의 남성잡지 모델 출연 △임성민 전 아나운서의 성인용 화보 촬영 △한국방송 노현정 아나운서 재벌가 입성 △SBS 김주희 아나운서의 미스 유니버스대회 참가 등이다. 우연이 겹친 것인지, 아나운서의 연예인화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지 궁금했다. 김주희 아나운서 논란 당시 ‘아나운서의 정체성’ 논쟁을 촉발시켰던 성경환(51) 문화방송 아나운서국 국장은 “시대가 변했다지만 아나운서의 영역은 더 넓어지고 있다”며 “연예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더라도 연예인과 차별화될 때 시청자들은 더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8월24일 성 국장은 중국 출장 중이어서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1982년 문화방송에 입사해 <미디어 비평> 등을 진행한 바 있다.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방송인’


선배 아나운서로서 아나운서와 관련된 일련의 일들 때문에 맘이 편치 않을 것 같다. 어떻게 보나.

=앞에 언급한 사안들이 모두 다른 사안들이다. 한꺼번에 얘기할 수 없다. 임성민씨의 경우 나는 아나운서로 보지 않는다. 본인도 아나운서라고 하지 않는다. 과거에 아나운서였을 뿐이지 현재는 아나운서 일을 하고 있지 않다. 논외로 하자.

그럼 세 방송사 아나운서들의 모델 출연부터 얘기해보자.

=아나운서에 대해 먼저 정의를 내리고 싶다. 각 방송사에 속한 직원으로서 정보 전달의 업무, 뉴스 진행, 시사교양 프로 진행자, 연예오락 프로그램 진행자, 스포츠 캐스터, 그리고 우리말에 관한 연구와 프로그램 제작 및 진행을 하는 사람을 아나운서라고 한다.

그럼 프리랜서를 선언한 아나운서들은 아나운서가 아닌가.

=프리랜서는 뭉뚱그려 방송인이라 칭하는 게 옳지 않을까. 마이크 잡는다고 다 아나운서라고 하면 범위가 너무 넓어진다. 세 아나운서의 모델 출연을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사진/ 문화방송 제공)

다만, 다른 회사는 모르겠지만 문화방송은 외부 활동을 할 때 반드시 허락을 받도록 돼 있다. 외부 활동이 공익적이냐를 따지고 정치적 편향성 여부, 상업성 여부를 판단한다. 문제가 없다면 허락한다. 외부 활동은 강연, 행사 사회, 매체 기고 등을 말한다. 사진 게재는 기고에 해당한다.

외부 활동 심사 기준에 비춰보면 어떤가.

=그 잡지사에 상업적으로 이용됐다고 볼 수 있다.

SBS 김주희 아나운서 논란 당시 ‘아나운서의 정체성’ 논쟁을 촉발시켰다. 신뢰성과 선정성은 어울리지 않는 개념이라고 비판했는데.

=그 사진만 발췌해 선정적 문구를 넣어 홍보를 했기 때문에 증폭됐다. 실제 책에는 아나운서 이미지를 훼손하는 사진이 없다고 들었다.

홍보에 쓰였던 사진은 보기에 따라서는 선정적일 수도 있다.

=김주희 아나운서 논란 당시, 내 문제 제기에 상대가 동문서답식으로 답하면서 논쟁 구도가 천박하게 흘러버렸다. 내가 보수적인 사람이 돼 있더라. 변칙에 대한 지지를 개방 또는 진보로, 정칙을 준수하는 것을 보수라고 보면 잘못이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아나운서도 비키니를 입을 수 있다’가 진보가 아니라, 성 상품화를 부추기는 미인대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진보 아닌가. 차제에 아나운서의 정체성을 공론화해보려 했던 것인데 그게 어떻게 보수인가.

직종 신뢰도, 아나운서가 성직자보다 높기도

당시 SBS 쪽은 ‘남의 집안 일에 웬 간섭이냐’는 식이었다.

=당시 언론 보도나 사람들의 말을 잘 봐라. 김주희 아나운서지, 김주희 SBS 아나운서라고 하지 않는다. 미인대회에는 여러 가지 아름다운 프로그램이 있다. 그런데 언론은 그중 한 과정인 비키니 수영복 입은 모습만 부각시킨다. 뉴스를 전달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중요한 이미지인 신뢰성이라는 덕목과 비키니 입은 모습의 선정성이라는 이미지는 어울리지 않는 개념이다. 미인대회에 참가하도록 회사에서 허락했을 때에는 이런 고려가 전제돼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당시 내 문제의식이었다. 과거 직종에 관한 신뢰도 조사를 하면, 아나운서가 성직자보다 상위로 나온 적도 있었다.

아나운서의 연예인화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연예인화되었나? 연예오락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해서 연예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국장으로서 되도록 많이 참여하라고 권유한다. 아나운서는 바른말을 사용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문화방송 김성주 아나운서를 보자. 연예인들은 정제되지 않은 말들을 많이 한다. 연예인은 연예인답게 그에 어울리는 말을 해야 시청자에게 재미를 준다. 아나운서는 그런 연예인과 다른 모습의 차별화를 이뤄야 즐거워한다. 한국방송 <상상플러스>의 노현정 아나운서도 마찬가지다. 연예인들은 절제되지 않은 행동, 정제되지 않는 말을 하면서 웃음을 주지만, 노 아나운서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차별화된 데서 시청자들은 재미를 느낀다. 아나운서들의 영역은 넓어졌지만 고유 영역을 지키는 사례들이다.

영역이 넓어지고 있나? 뉴스는 기자들에게, 연예오락 프로그램은 연예인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는 것 아닌가.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문화방송의 경우 주요 뉴스를 기자 출신 앵커와 여자 아나운서들이 해왔다. 달라진 점이 없다. 앞에서 밝혔듯이 연예오락 프로그램 참여도 활발하지 않나. 예전에는 <명랑운동회>를 진행했던 변웅전밖에 없었다. 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우리말 나들이> 프로그램은 아나운서국에서 만든다. 한국방송 한국어연구회도 아나운서들이 주축이 됐다. 한국방송 한국어인증시험을 아나운서실이 주관한다.

왜 남자 아나운서들은 주요 뉴스를 진행하지 않나.

=앵커는 역할이고 기자와 아나운서는 직종이다. 기자 출신 앵커, 아나운서 출신 앵커가 모두 가능한데 앵커는 모두 기자 출신이라고 오해한다. 또 현장 경험, 취재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기자 출신 앵커의 질이 좋다는 미신이 있다. 과거 역사를 산 경험이 없어도 탁월한 역사학자가 될 수 있다. 뉴스를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은, 흐름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고 코멘트할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렸다. 취재 경험이 없더라도 노력하면 앵커를 탁월하게 할 수 있다. 현장 경험, 출입처를 드나든 경험 때문에 자칫 공정성을 잃을 우려도 있다.

아나운서들이 연예인처럼 비치는 데는 방송사들의 책임도 있는 것 같다. 설이나 추석 오락 프로그램에 연예인들과 함께 아나운서들이 대거 출연하지 않나.

=지속적으로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단발성이다. 방송은 서비스 기관이다. 명절 때 시청자들에게 행복감을 줄 필요가 있다. 아나운서들도 1년 내내 자기들이 지키던 자세에서 벗어나 ‘저런 면도 있구나’ 하고 파격을 통한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서비스한다는 차원에서 그 정도는 해줄 필요가 있다. 계속 그렇게 망가져라 그런 것은 아니다.

누가 재벌한테 시집가려고 아나운서 되겠나

여자 아나운서들이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는 데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어떤 언론을 보니까 아나운서와 재벌의 인연이 깊은 것으로 묘사했던데 도드라져 보여서 그렇지 일부다. 노현정, 장은영, 한성주 정도 아닌가. 방송에 출연하면서 계기가 되고 서로 호감을 갖게 된 것 아닐까. 일부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좋은 데 시집가기 위해 아나운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나운서 시험 어렵다. 재벌한테 시집가기 위해 아나운서 시험을 보는 사람이 있겠나. 결과적으로 그리 된 거겠지.

그런 결과를 어떻게 보나.

=언급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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