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하중근 포항건설노조 조합원 사인규명 진상조사단의 권영국 변호사…“불법행위는 포스코가 먼저… 58명 대량구속은 타협하지 않겠다는 뜻”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지난 7월16일 시위 도중 숨진 고 하중근 포항건설노조 조합원의 사인이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 때문인지 여부를 밝히고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포항지역 건설노조 파업의 올바른 해결과 건설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소속으로 진상조사단에서 활동 중인 권영국 변호사(전 민주노총 법률원 원장)를 만나 현재의 쟁점들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하중근씨 사인, 거꾸로 된 경찰 설명 고 하중근씨의 사인 규명이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 8월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 부검이 있었고, 경북도경에서 발표했다. 경찰 발표의 핵심을 요약하면 ‘뒤로 넘어져서 뇌 부위 손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는데 넘어져서 생기기 어려운 부위이기 때문에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앞뒤가 바뀌었다. 넘어져서 생기기 어려운 부위라는 말은, 넘어져서가 아니라 다른 원인으로 생겼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얘기다. 그럼 그렇게 얘기해야 하는데 설명이 거꾸로다. 경찰이 자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설명 방식이다.
행정정보공개청구를 했다고 하는데.
= 국과수 부검감정서와 촬영 사진, 부검기록지 등이다. 지난해 농민 사망사건 때도 국과수가 직접 발표했다.
이번 사건에서 직접 목격자가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 타격에 의해 뇌 손상이 생겼다는 사실은 상처 자체로도 입증된다. 경찰이 말하는 ‘뒤로 넘어졌을 가능성’을 우리도 전혀 배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고 현장과 정황 등을 더 소상히 확인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어떤 조사가 더 진행되나.
= 진상조사단이 두 번 보고서를 냈다. 앞으로 다시 한 번 현장을 탐사하면서 사고현장에 있던 증언자들의 말을 들으려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는데 인권위 쪽에서도 이미 조사에 들어갔다. 가해자 혐의를 받고 있는 경찰이 스스로를 조사하겠다는 것은 신뢰성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2차 조사보고서를 보면 하씨를 가격한 물체가 소화기일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는데.
= (소화기에 맞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처가 타원형을 이루고 있다. 상처 크기는 길이가 6㎝이고 폭이 3㎝이다. 날카로운 물체가 아니고 둔중한 물체일 것이다. 경찰에서는 시위대가 파이프로 공격해왔기 때문에 방어하면서 진압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설명하는데 전혀 아니다. 당시 현장 기자들이 촬영한 것도 있는데 그때까지는 (시위대가) 파이프를 들지 않았다. 공격적 진압을 받은 뒤에 16명 부상자가 생기고 하씨도 다친 뒤에야 파이프를 들기 시작했다.
‘대체인력 투입’이야말로 불법
파업 자체가 불법이었다는 논란도 있지 않은가.
= 요구사항이 4가지였다. 임금 15% 인상, 주5일 근무와 관련해 토요일·일요일의 유급휴무화, 다단계 하청을 만드는 근본 원인인 시공참여자제도 폐지, 무분별한 외국인 건설노동자 사용 금지 등이었다. 근로조건과 관련돼 있어서 목적이 정당하다. 파업 전에 조정 신청을 하고 찬반투표도 거쳤다. 포항지역 건설노조 안에 두 분회가 있는데 기계플랜트 분회와 목공·철근 분회다. 목공·철근 분회가 행정지도를 받은 것을 두고 불법 논란이 있다. 그런데 조정 기간이 이미 10일이 지났으면 행정지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조정기간을 거친 것으로 본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없었다. 결국 그렇다면 파업의 수단과 방법이 남는다. 노조가 출입을 통제한 것을 두고 불법이라고 하는데 어불성설이다. 포스코는 당사자가 아니라고 항변하면서도 파업 사업장에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명백한 불법이다. 불법인 대체인력 투입을 막기 위한 통제였다. 위법한 행위에 대항한 것은 위법하지 않다. 실제로 본사 건물에 대한 점거는 포스코 쪽의 대체인력 투입 조처 뒤 노조원들이 이에 항의하면서 우발적으로 이뤄졌다. ‘왜 남의 집에 들어가냐’고 하는데 그럼 포스코 쪽에서는 왜 남의 일에 개입하나. 포스코 쪽에서 먼저 개입해놓고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대체인력을 투입할 때 포스코 버스를 썼는데 그것은 누가 사용하도록 허락하는가. 출입증은 또 누가 내주는가. 포스코가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다. ‘세계 경영’을 말하는 포스코에서 해서는 안 될 짓이다.
노동자들은 포스코가 실질적인 사용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포스코 쪽에서는 원청 사용자의 사용자 책임 인정 부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아닌가. 현재로서는 법적으로 원청 사용자의 사용자 책임을 물을 수 없어 포스코를 사용자로 보는 것이 무리가 아닌가.(노동계에서는 포스코-포스코건설-하청 전문업체-다단계 하청-건설일용노동자 등 4~5단계로 이어지는 수직적·중층적 다단계 하청구조가 저임금의 근본 원인이며 이런 구조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포스코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 현재 법적으로는 좁게 해석한다.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으면 사용자 책임을 묻지 못한다는 게 법원의 판결 경향이다. 법원의 이런 판례 경향은 이제는 정말 변경돼야 한다. 얼마 전 현대중공업이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부당노동 행위를 했을 때 법원이 실질적인 지배력이 있다고 보고 원청업체인 현대중공업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중앙노동위원회와 행정소송에서 인정했다. 부당노동 행위 판단에서뿐만 아니라 근로조건 문제에서도 이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실제 포스코가 단가나 공사 기간을 다 잡고 있다. 단가를 원청회사나 발주처에서 조정하는데 이 단가를 지나치게 낮춰버리면 전문건설업체는 임금 인상이나 휴일 유급 휴무를 인정하기 힘들어진다. 전문건설업체는 ‘임금 보전 능력이 없고 공사 기간 연장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으니 포스코에 직접 가서 요구하라’고 한다. 누가 실제 근로조건의 당사자인가. (포스코가) 교묘하게 법망을 회피하는 것이다. 근로조건을 실제로 장악·지배·결정하는 자가 사용자 아닌가. 주는 대로 받고 영향력도 별로 없는 하청업체가 당사자로서의 자기 역할을 하기는 힘들다.
바닥 기는 단가, 90년대보다 더 낮아져
포스코만의 문제라기보다는 건설업계의 특수한 하청구조 아닌가.
= 발주처가 실제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공 참여자’ 등 법적으로 근거 없는 편법 대신 전문업체가 제대로 된 근로조건 아래서 일할 수 있도록 입찰하라고 하면 된다. 이런 조건을 못 맞추면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고 하면 된다. 포스코로서는 그런 관행을 유지함으로써 단가를 엄청나게 낮출 수 있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민영화 이후에 인건비를 줄여서 5천억원의 이익을 봤다는 게 포스코의 설명이다. 하청업체 경쟁을 유도해서 저가로 입찰시켰다는 것을 스스로 밝힌 셈이다. 업무 효율성 때문에 엄청난 이득을 올렸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비도덕적인 일이다. 그래놓고는 ‘우리는 사용자가 아니니까 근로조건에 대해서 말하지 말라’고 한다.
포스코가 지난해 5조9천억원의 이익을 냈다고 하는데 다른 지역이나 전국 평균보다 임금이 적은 이유는 무엇인가.
= 포스코가 공기업일 때는 지나치게 낮은 단가로 입찰할 수 없는 규정이 있었는데 민영화하면서 단가 제한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러니까 하청업체들은 죽든지 말든지 바닥을 기는 단가를 요구한 것이다. 90년대 공사 단가보다도 낮아진 수치도 있다.
1980년대 대규모 시위와 집회가 일상적으로 열리던 시대에도 한 사건으로 구속자가 60명 가까이 되는 것은 정말로 보기 힘들었다. 이번 사건에서 구속된 사람이 58명인데 왜 이런 일이 생겨난다고 보는가.
= 이 사건은 청와대의 결정이 있었다고 본다. 불법행위 하는 자들과는 더 이상 타협하거나 협상하지 않는다는 게 총리 담화에 나왔다. 정확히 말하면 권력의 핵심부까지도 이 사안에 강경 대응해야 하고 엄단해야 한다는 식의 분위기나 결정이 작용했다. 또 그 핵심에는 포스코가 있다. ‘감히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상징인 포스코 본사를 점거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포스코를 실제 건설했던 건설일용 노동자들이 주역 중 하나라는 점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언론과 자본의 총공세 양상인데 근본 원인을 뭐라고 보는가.
= 포항건설노조가 폭도로까지 비치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포스코의 막강한 자본력과 인적·정치적 영향력 때문이다. 드러난 바와 같이 포스코 쪽에서는 언론 대책까지 세워놨다. 지역 국회의원과 관계기관 장들을 통해 권력기관에 공권력 투입을 요구하도록 사전 작업도 했다. 그런 와중에 언론은 사건의 원인과 배경은 거론하지 않았다. 파업 자체가 합법이라는 점도 외면했다. 오로지 ‘남의 집에 가서 생떼를 부리면서 행패 부린다’는 목소리만 냈다. 근로조건이 결정되는 구조, 불법적 대체인력 투입 행위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언론이 할 짓이 아니다. ‘파업하는 것은 우리 경제질서를 무질서하게 하고 파괴하는 것이며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 힘들게 하는 주범’이라는 시각으로만 본다. 파업이 벌어지면 어떻게 보도할지에 대한 프레임이 이미 있는 것 같다. ‘파업 며칠째 경제손실 얼마’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것은 사실 언론이 계산하는 게 아니라 기업 쪽에서 계산한 것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다. 파업 때 손실은 사실 파업이 잘만 타결되면 짧은 기간에 복구가 가능하다.
정규직·비정규직 다 박살내는가
민가협 양심수 집계를 봤다. 2006년 8월16일 현재 구속 중인 양심수가 모두 126명인데 포항건설 노동자 파업 관련 구속자 58명 등 노동자가 108명이다. 이른바 ‘노동양심수의 시대’다.
=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뒤에 처음 공격했던 게 ‘비도덕적인 대기업 귀족노조’였다. 당신들이 양보하지 않으니까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비정규직이 자기 조건 개선을 요구했더니 ‘불법적인 폭도’로 몰아 엄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비정규직 보호를 말하던 이들이 그 원인과 배경, 요구사항 등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정권이 두 개를 모두 박살내버렸다. 또 구속 노동자를 대량 양산한 법원에도 문제가 있다. 법조비리 사건이나 강정구 교수 사건 때 구속영장 발부를 놓고 그렇게 신중하더니 노동자 구속 때는 신중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지난 7월16일 시위 도중 숨진 고 하중근 포항건설노조 조합원의 사인이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 때문인지 여부를 밝히고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포항지역 건설노조 파업의 올바른 해결과 건설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소속으로 진상조사단에서 활동 중인 권영국 변호사(전 민주노총 법률원 원장)를 만나 현재의 쟁점들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하중근씨 사인, 거꾸로 된 경찰 설명 고 하중근씨의 사인 규명이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 8월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 부검이 있었고, 경북도경에서 발표했다. 경찰 발표의 핵심을 요약하면 ‘뒤로 넘어져서 뇌 부위 손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는데 넘어져서 생기기 어려운 부위이기 때문에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권영국 변호사
포항지역 건설노동자들이 8월 2일 서울역 광장에서 하중근씨의 영정을 앞세우고 ‘비정규직 철폐, 원청사용자 책임 인정’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