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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전직 국방장관들, 사고가 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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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1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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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 시절 평시 작통권 환수 협상 주도한 천용택 전 국방장관… 전시 작통권 환수는 지금처럼 시간을 정하기보다 상황 논리에 따라야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 국방장관을 지낸 천용택 전 장관을 만났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전시 작전통제권(이하 작통권) 환수 논란과 관련해 ,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는 전직 국방장관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그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서다. 그는 1994년 평시 작통권 환수 당시 한국 협상단 대표였다. 1990년대 초반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시절, 소련과 동유럽의 몰락 이후 북한에 예기치 못한 급변 상황이 올 경우를 대비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전시 작통권 환수 협상과 관련해 천 전 장관은 “목표는 분명히 하되 시간을 정하기보다는 상황 논리에 따르는 것이 전략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8월11일 그의 집에서 이뤄졌다.

“국방력 열세”운운하는 건 단세포 사고


어떤 배경에서 평시 작통권 환수 논의가 시작됐나.

=1994년에 (평시 작통권이) 넘어왔지만 논의는 91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합참전략기획본부장이었고 평시 작통권 환수 교섭단 한국단장이었다. 미국 합참을 상대로 교섭을 했다. 한미연합사령관이 미 합참 의장을 대행하고 있어 주 교섭 상대는 한미연합사령관이었다. 90년에 소련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91년 동유럽이 무너질 때 북한도 곧 붕괴될 것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고 그런 기대가 있었다. 당시 군사전략에 관한 한 최고 책임자로서 고뇌에 빠졌다. 북한에 예상치 않은 급변 사태가 나게 되면 군사적 개입이 불가피할 수도 있었다.

군사력을 투입하는 것과 작통권 환수 여부가 관련 있나.

=우리 군사력을 집어넣으려면 한미연합사령관의 통제를 받아야 했다. 그렇게 될 경우 어쩌면 미국의 국가 이익을 위한 방향으로 남북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다고 봤다. 최소한 그것만은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남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미국에 지배적인 결정권을 줘서는 안 되겠다, 평시 작통권을 가져다놓아야 혹시 급변 사태가 오더라도 우리 정부 주도하에 민족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실무 차원에서 평시 작통권을 빨리 가져오자고 주장해 협상팀이 만들어졌고, 합참의장의 동의로 협상이 시작됐다.

미국과 한국의 국익이 서로 다를 수 있다고 본 것인가.

=쿠데타나 정치적 변혁, 경제 붕괴를 가정했을 때 작통권이 있어야 우리 정부 주도력이 가능하다고 봤다.

그 당시에도 반대가 심했을 것 같은데.

=당시 한미연합사령관 리스커시의 반대가 심했다. 전시와 평시를 분리하면 전쟁을 제대로 준비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국군 수뇌부를 만나면서 설득하기 시작했다.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총장 등 군 수뇌부 거의 모두가 반대했다. 어려움이 컸다.

그때부터 전시·평시 작통권이 갈라진 것인가. 전시 작통권까지 환수하려는 움직임은 없었나.

=전시 작통권은 성격이 좀 다르다. 평시 작통권은, 국가의 자주성과도 관련이 있고 정치적 의미가 있지만, 전시는 전쟁이 나지 않으면 상관이 없다. 전시 작통권 얘기가 나오면 국방력 열세 운운하는데 이는 단세포적인 수준이다. 효율성에 관한 것이다. 전략상 가장 중요한 지휘 원칙은 지휘의 단일화다. 훌륭한 지휘관 둘보다는 멍청한 지휘관 한 사람이 훨씬 효율적이다. 전시 작전권은 단독 행사가 아니라 공동 행사해야 옳다. 유사시 미국이 자동으로 개입하고 한반도 방위에 관한 강한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한-미 협의 아래 연합사령관을 한국 쪽에서 맡을 수도 있지 않나.

평시 작전권 환수의 주요 논리가 ‘북한 급변 사태시 민족공동체의 이익’이라면, 전시 작전권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글쎄…. 전쟁 예방이 가장 중요하고 전쟁이 날 경우 이기는 것이 최우선 아닌가. 그때는 민족공동체의 이익, 주권, 자주 이런 게 사치스런 얘기가 된다.

국민의 정부 후반기인 2001년 한국과 미국의 국방협의체인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미 연합사 해체와 전시 작통권 전환을 연구과제로 선정했다. 국방장관 시절과 그 이전에는 전시 작통권 문제와 관련한 논의가 없었나.

=공식적인 제기는 한 번도 없었다. 일부 그런 의견이 있었으나 내가 눌렀다. 전쟁억제력을 떨어뜨리고, 전략적 안정감을 해친다. 또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탁월한 전쟁수행 능력을 갖춘 미국의 자동 개입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군사 위협이 없어지고, 한-미 연합작전을 가상할 필요가 없을 때 가져와도 늦지 않다고 봤다.

전직 국방장관들은 전시 작통권과 관련한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며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 견해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왜 같이 행동하지 않나.

=이상훈 재향군인회장한테 연락이 오긴 왔다. 내가 그분들을 잘 알지 않나. 성명서 내용을 보니 낡은 시대, 낡은 사고에 갇혀 있더라. 현재의 한-미 연합사 체제를 존속시켜야 한다는 결론은 같지만, 그 사람들은 북한을 이기기 위해 필요하다는 거고, 나는 동북아의 미래 전략적 환경을 고려할 때, 또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 굳건한 한-미 동맹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이가 크다. 국방장관들이 집단으로 논쟁하고 하는 데에 휩쓸려 들어가고 싶지 않다. 전직 장관들이 비판과 제안을 할 수는 있지만, 엄격히 말해 그들은 국외자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권 담당자들이 절차에 따라 정하는 것이 맞다.

결정은 대통령이 할 문제

전시 작통권에서 전시란 북한과의 전쟁을 가정한 개념 아닌가.

=사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현저히 떨어졌다. 전쟁을 수행할, 지속할 능력을 상실했다. 하지만 단기 결전 능력, 너 죽고 나 죽자 식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그걸 포기해야 전쟁의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다.

정부는 전시 작통권을 환수해 한-미 연합사가 해체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협력체계를 마련할 것이며, 미국과의 협의 아래 진행하는 만큼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 동맹 훼손으로 이어질 우려는 없다고 주장하는데.

=주장은 그리 할망정 훼손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지 않나. 자세히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현 정부 출범을 위해 애썼던 사람이 배신자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으니까. 전시 작통권을 단독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표는 분명히 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을 정하는 것은 전략적 상식에 어긋난다. 상황 논리로 가야 한다. 이러한 환경이 조성됐을 때 하는 식으로. 몇 년 뒤 한반도 주변의 전략적 상황이 어찌될지 모르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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