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계 전문가 김민웅 교수에게 듣는 미국 주도 세계 자본주의의 본질…“한미 FTA로 서비스업 고용창출 되더라도 미국 기업지사에서 허드렛일 할 것”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재미 정치평론가이자 목사로 오랜 기간 한미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해온 김민웅 교수(성공회대 NGO대학원)는 한미 FTA 문제에 대해 “역사적이고도 구조적인 맥락을 잘 살펴야 사안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며 “산업별 손익계산보다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변화를 이끄는 미국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해야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협상 과정에서 사회적 대토론을 벌일 필요가 있으며 이는 문제 해결의 내부 동력을 얻는 데도 긴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OECD 가입-IMF 체제, FTA의 기반 조성 학자들 가운데 일부는 한미 FTA 협상을 두고 124년에 걸친 한미 관계사 속에서 한미 관계의 기본틀을 규정했던 1953년의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만큼이나 중요한 사건이라고 본다. 이런 견해에 동의하나. = 동의한다. 지금 시점에서만 보면 역사적인 맥락을 제대로 짚지 못할 수 있다. ‘냉전체제 → 신자유주의 체제 → 신보수주의 체제’로 변화하는 미국 주도의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요구는 무엇인지, 그 요구가 이 땅에서 어떻게 관철될 것인지 등을 신중히 고려해봐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 시기까지는 냉전 체제와 이에 따른 자본주의·사회주의 진영 논리에 따라 군사주의적 정책이 한미 관계의 주요 고리였다. 냉전 체제가 해체되면서부터는 자본의 직접 지배를 위한 요구가 잇따랐다. 미국이 추구하는 세계 질서에 편입돼 있던 한국 역시 군사주의적으로 관리됐던 국가의 일부가 해체되기 시작했다. 각 나라 내부의 민중 저항에 따른 부담은 민간 정부의 필요성을 불러왔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출현은 이를 보여준다. 자본의 직접 지배를 위한 가장 대표적인 조처는 김영삼 정부 시절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이었다. 국가가 관리하던 것을 자본시장에 넘긴 셈이다. 그러나 초국적 투기자본의 급격한 움직임은 동아시아 전체의 급격한 금융위기를 가져왔다. 한국에서 이런 위기를 가능하게 한 것은 내적 조건으로 보면 자본시장의 개방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적 국가로의 전환은 투기화된 금융자본으로 하여금 한국 경제의 상당 부분을 적대적으로 인수·합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97년 김대중 정부 수립 이후 벌어진 상황이었다. 50년 동안 한국 사회에는 자본의 직접 지배가 훨씬 강도 높게 진행될 수 있는 사회경제적 기반이 조성됐고, 그 조성을 확실하게 관리한 것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다. 이번 FTA는 그것을 전면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협상을 추진하는 노무현 정부의 동기가 순수하고, 협상단의 실무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더라도, 우리의 현실은 이미 투기화된 자본시장이 전면적으로 지배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바꾸기 어렵다는 얘기다. 협상은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도 있는 ‘주고받기 게임’이 아닌가. 정부로서도 이번 협상을 통해 손해를 보는 분야가 있을 수 있지만, 이와 함께 이익을 보는 분야가 분명히 있으며 이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자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협상이 있을 수 있는가. = 이번 협상에 대해서 사안과 영역별로 협상하고 거래하는 시스템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그러나 더 중요하게 볼 것은 미국은 제도의 구조조정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관세를 높이거나 낮추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장치를 바꾸자는 요구라는 점이다. 스포츠에서도 내용적으로 경기를 지배하더라도 결국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게임의 룰이다. 룰을 잘못 정하면 선수들의 기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기기 힘들다. 론스타 사건을 보면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서 그렇게 된 것 아닌가. 노무현 대통령이 국내 개혁의 한계를 외부 충격으로 돌파해보자는, 순수한 동기라고 해도 전제가 있다. 그 외부의 충격이 선해야 하고 우리가 그것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새로운 직업군은 미국의 하청체제일 것 미국은 미국이 요구하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한국 경제를 종속적으로 편입시키면서 이를 제도화하려는 것이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를 추진하는 세력이 부시를 중심으로 한 군사주의적 신보수주의 세력이라는 점이다. 냉전시대 이후 수그러들었던 군사주의적 관리체제를 다시 동원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체제의 등장 이래 군사주의 체제는 2선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자본시장의 위기와 함께 전세계적 차원에서의 신자유주의 반대 흐름, 9·11 사태 등은 군사적 지원 체제의 재등장을 요구했다. 군사주의가 전면에 포진하고 화끈히 밀고 나가는 시스템이 현재 미국의 전략이다. 맥도널드는 맥 더글러스가 있어야만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군사주의적 세력과 자본의 직접 이해당사자들이 대동맹을 맺은 상황이다. 그 미국과 우리가 만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협상은 순전히 경제적 영역에서의 논의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군사적인 부문까지를 포괄해 분석하는 것은 자칫 이번 사안에 대한 견강부회가 되지 않는가. = 그렇지 않다.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잘 보라. 한미 동맹으로 인해 한반도 남쪽에 묶여 있는 주한미군의 이동과 군사작전을 동북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등지로 넓히자는 것 아닌가. FTA에서는 독점적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요구한다. 같은 논리로 진행 중인 셈이다. ‘자본’과 ‘군사’가 연동해 이런 요구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 안에서의 자본과 군사주의 세력의 대동맹 체제가 한반도 남쪽에도 그대로 관철될 수 있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전략적 유연성을 축으로 하는 한미 군사동맹 체제의 새로운 요구, 다른 한쪽에서는 FTA를 통한 금융자본의 요구 관철이다. 미국 안의 자본과 군사주의 세력 동맹의 하위 체제로 기능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경제적인 자립이나 정치적인 주권도 약화되고 남북 사이에 민족경제의 교량을 건설하는 문제도 힘들어진다. 중국과는 군사적으로 대립관계에 놓이게 되고 일본은 군사대국화로 치닫게 된다. 동북아시아에서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데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는 기회를 사라진다. 한반도 통일이나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특히 서비스 분야에 중요한 의미를 두고 있다. 즉, 제조업은 중국에 추월당해서 설 자리가 없기 때문에 서비스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비스 분야는 고용창출 효과도 크고 부가가치도 크다. 미국은 서비스가 가장 앞선 곳이기 때문에 우리 서비스 산업을 경쟁에 노출시키면 전체 경제의 경쟁력을 높여서 경제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 미국의 서비스업이 들어온다면 한국 서비스업을 지배하는 구조가 될 것이다.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는 얘기인데 맥도널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 협상이 이뤄지더라도 새롭게 등장하는 직업군은 미국 서비스업의 하청 체제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기업들의 지사에서 허드렛일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노동자를 배려하던 포스코의 변화를 보라
IMF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FTA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지 않나. 이런 측면에서 보면 IMF 체제가 우리 사회에 가져올 영향을 면밀히 볼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 그렇기 때문에 IMF 관리 체제를 깊이 있게 ‘복기’할 필요가 있다. 몇몇 관료에게 책임을 지우고 끝낼 일이 아니다. 그런 인식의 토대 위에서 FTA에 대한 사회적 태도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두 사건은 상황적으로 많이 다르다. 그러나 미국 자본주의 체제의 요구에 맞닥뜨려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 IMF는 FTA의 성공 여부를 추론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IMF 이후 투기성 자본활동이 활발하게 해 투기적 금융자본이 상당한 이익을 거둬가는 시스템을 일상화했다. 또 국내 투자 요인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했는데 이것은 한국 사회 모두의 부담이 됐다. FTA는 이런 현상을 하나의 제도로서 정착시킬 가능성이 높다. 시장과 국가, 자본과 국가 사이의 관계 문제도 중요하다. 흔히 오해하듯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시장에 주도권을 넘긴 국가가 소멸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국가가 자본에 대해서는 약해지지만, 노동에 대해서는 오히려 강해진다. 그게 신자유주의의 핵심이다. 노동의 요구 앞에서는 국가는 억압적이게 된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이어지면서 노동 문제가 훨씬 잘 해결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자유주의 국가의 성격 자체가 자본의 요구를 훨씬 더 분명하게 관철하는 데 기능적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공공성이나 공공 영역이 중요하다는 자각이 사라지는 점도 심각하다. 포스코를 보라. 공공 영역에 해당한다고 인식될 때 포스코는 노동자들의 삶에 대한 배려로 유명한 곳이었다. 어느 날 저렇게 돼버렸다. 민영화는 엄밀히 해석하면 ‘자본의 사적 소유화’라는 뜻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경우를 보면 그런 부작용이 드러난다. 미국과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라틴아메리카의 반발과 반성의 표출이 좌파 정권들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다.
협상은 진행 중이고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낼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절대 반대’ 또는 ‘절대 찬성’은 공허한 구호로 들리기도 한다. 생산적인 대안이 있다고 보나.
= 황우석 사건을 통해 줄기세포에 대해 국민적으로 학습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처럼 FTA 논의도 사회적 학습이 필요하다.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국민적 성원 차원이 아니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변화 속에서 우리는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정말 어떤 구실을 하고 싶은지, 이런 식으로 계속 잘 먹고살 수 있을지, 다른 방식으로는 살 수 없는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 본질적 질문을 끊임없이 제기해야 한다. 그래야 큰 가닥을 잡을 수 있다. 사안별 협상의 내용에만 매달린다면, 사안별 통상 협상을 잘하면 되는 문제가 된다. 그러나 이 문제를 통해 우리 사회가 제대로 발전하려면 사회적 대논쟁이 벌어져야 한다.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논쟁하는 과정에서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정치 체제에서 동력을 찾지 말고, 우리 자신의 흥분과 분노와 관심에서 동력을 찾아야 한다.
사회적 대논쟁 벌여야
협상 과정의 투명성 확보와 사회적 논의를 전제로 한 절차적 민주주의 중요성도 이번 협상에서 제기되는 문제다.
= 우리 사회 내부의 동력을 만드는 노력은 민주주의의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논의의 절차적 민주성 회복 같은 것은 계속 지적되고 있으니까 별개로 하더라도, 내용적 민주주의의 확보도 중요하다. 각계각층의 이해와 요구가 공공 시스템에 의해 보장되는 체제를 민주주의 체제라고 한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국가가 공동체 내 공공의 이해를 얼마큼 잘 유지하고 지킬 수 있는가의 문제와 사회적 약자들의 이해가 얼마나 정치경제적으로 정책에 반영되고 있는가의 문제다.
이번 협상을 19세기 말 한반도 상황과 비교하면서 ‘쇄국’이냐 ‘개방’이냐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많다. 비교가 가능하다고 보나.
= 지정학적 조건은 비슷하지만 지금과 그때의 상황을 유형적·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시대와 상황을 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 능력이 전반적으로 80년대보다 떨어져 있다. 그나마 정치경제학적 틀로 이번 사태를 보는 시각이 점점 늘어나는 현상은 바람직하다. 서로를 난도질하거나 매도하지 말고 경청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논리를 경청하고 서로의 모순을 짚어주면서 논의가 깊어지도록 하는 사회적 태도가 중요하다. 이번 현안을 정책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사회의 문제 해결 능력을 검증하는 계기로 보는 태도도 필요하다. 일본이 메이지유신을 한 뒤 근대국가 체제를 갖추면서 식민지가 되지 않으려고 몸부림친 적이 있었다. 당시 영국과 맺은 조약이 불평등 조약임을 알고 일본은 사절단을 구성해 유럽 전역을 돌며 조약 개정을 호소한다. 유럽에서 돌아온 사절단은 당시 일본 정치권 일부에서 일어나던 ‘정한론’에 반대하고 결국 잠재운다. 때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그 뒤 20년 동안 일본은 내부 정비에 매달린다. 결국 군국주의로 이어지기는 했지만, 그 논의에서 우리가 짚어야 할 것은 내부의 동력에서 발전의 계기를 잡았다는 점이다. 우리 내부의 동력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재미 정치평론가이자 목사로 오랜 기간 한미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해온 김민웅 교수(성공회대 NGO대학원)는 한미 FTA 문제에 대해 “역사적이고도 구조적인 맥락을 잘 살펴야 사안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며 “산업별 손익계산보다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변화를 이끄는 미국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해야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OECD 가입-IMF 체제, FTA의 기반 조성 학자들 가운데 일부는 한미 FTA 협상을 두고 124년에 걸친 한미 관계사 속에서 한미 관계의 기본틀을 규정했던 1953년의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만큼이나 중요한 사건이라고 본다. 이런 견해에 동의하나. = 동의한다. 지금 시점에서만 보면 역사적인 맥락을 제대로 짚지 못할 수 있다. ‘냉전체제 → 신자유주의 체제 → 신보수주의 체제’로 변화하는 미국 주도의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요구는 무엇인지, 그 요구가 이 땅에서 어떻게 관철될 것인지 등을 신중히 고려해봐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 시기까지는 냉전 체제와 이에 따른 자본주의·사회주의 진영 논리에 따라 군사주의적 정책이 한미 관계의 주요 고리였다. 냉전 체제가 해체되면서부터는 자본의 직접 지배를 위한 요구가 잇따랐다. 미국이 추구하는 세계 질서에 편입돼 있던 한국 역시 군사주의적으로 관리됐던 국가의 일부가 해체되기 시작했다. 각 나라 내부의 민중 저항에 따른 부담은 민간 정부의 필요성을 불러왔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출현은 이를 보여준다. 자본의 직접 지배를 위한 가장 대표적인 조처는 김영삼 정부 시절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이었다. 국가가 관리하던 것을 자본시장에 넘긴 셈이다. 그러나 초국적 투기자본의 급격한 움직임은 동아시아 전체의 급격한 금융위기를 가져왔다. 한국에서 이런 위기를 가능하게 한 것은 내적 조건으로 보면 자본시장의 개방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적 국가로의 전환은 투기화된 금융자본으로 하여금 한국 경제의 상당 부분을 적대적으로 인수·합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97년 김대중 정부 수립 이후 벌어진 상황이었다. 50년 동안 한국 사회에는 자본의 직접 지배가 훨씬 강도 높게 진행될 수 있는 사회경제적 기반이 조성됐고, 그 조성을 확실하게 관리한 것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다. 이번 FTA는 그것을 전면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협상을 추진하는 노무현 정부의 동기가 순수하고, 협상단의 실무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더라도, 우리의 현실은 이미 투기화된 자본시장이 전면적으로 지배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바꾸기 어렵다는 얘기다. 협상은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도 있는 ‘주고받기 게임’이 아닌가. 정부로서도 이번 협상을 통해 손해를 보는 분야가 있을 수 있지만, 이와 함께 이익을 보는 분야가 분명히 있으며 이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자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협상이 있을 수 있는가. = 이번 협상에 대해서 사안과 영역별로 협상하고 거래하는 시스템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그러나 더 중요하게 볼 것은 미국은 제도의 구조조정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관세를 높이거나 낮추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장치를 바꾸자는 요구라는 점이다. 스포츠에서도 내용적으로 경기를 지배하더라도 결국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게임의 룰이다. 룰을 잘못 정하면 선수들의 기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기기 힘들다. 론스타 사건을 보면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서 그렇게 된 것 아닌가. 노무현 대통령이 국내 개혁의 한계를 외부 충격으로 돌파해보자는, 순수한 동기라고 해도 전제가 있다. 그 외부의 충격이 선해야 하고 우리가 그것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새로운 직업군은 미국의 하청체제일 것 미국은 미국이 요구하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한국 경제를 종속적으로 편입시키면서 이를 제도화하려는 것이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를 추진하는 세력이 부시를 중심으로 한 군사주의적 신보수주의 세력이라는 점이다. 냉전시대 이후 수그러들었던 군사주의적 관리체제를 다시 동원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체제의 등장 이래 군사주의 체제는 2선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자본시장의 위기와 함께 전세계적 차원에서의 신자유주의 반대 흐름, 9·11 사태 등은 군사적 지원 체제의 재등장을 요구했다. 군사주의가 전면에 포진하고 화끈히 밀고 나가는 시스템이 현재 미국의 전략이다. 맥도널드는 맥 더글러스가 있어야만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군사주의적 세력과 자본의 직접 이해당사자들이 대동맹을 맺은 상황이다. 그 미국과 우리가 만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협상은 순전히 경제적 영역에서의 논의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군사적인 부문까지를 포괄해 분석하는 것은 자칫 이번 사안에 대한 견강부회가 되지 않는가. = 그렇지 않다.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잘 보라. 한미 동맹으로 인해 한반도 남쪽에 묶여 있는 주한미군의 이동과 군사작전을 동북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등지로 넓히자는 것 아닌가. FTA에서는 독점적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요구한다. 같은 논리로 진행 중인 셈이다. ‘자본’과 ‘군사’가 연동해 이런 요구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 안에서의 자본과 군사주의 세력의 대동맹 체제가 한반도 남쪽에도 그대로 관철될 수 있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전략적 유연성을 축으로 하는 한미 군사동맹 체제의 새로운 요구, 다른 한쪽에서는 FTA를 통한 금융자본의 요구 관철이다. 미국 안의 자본과 군사주의 세력 동맹의 하위 체제로 기능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경제적인 자립이나 정치적인 주권도 약화되고 남북 사이에 민족경제의 교량을 건설하는 문제도 힘들어진다. 중국과는 군사적으로 대립관계에 놓이게 되고 일본은 군사대국화로 치닫게 된다. 동북아시아에서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데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는 기회를 사라진다. 한반도 통일이나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김민웅 교수는 사안별 협상의 내용에 매달려선 한미 FTA와 맞닥뜨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그는 사회적 대논쟁을 통해 발전의 계기가 될 내부 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