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종자 지키려 박사 됐어요”

347
등록 : 2001-02-21 00:00 수정 :

크게 작게

“정서적인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사안이지만, 그런 식의 대응이 실제론 별로 도움이 안 됩니다.”

외환위기 이후 흥농종묘 등 국내 종묘(씨앗)회사들이 잇따라 외국계 자본에 넘어가 ‘종자주권’ 상실이란 걱정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한 농림부 김재수(44·행시21회) 농업정보통계관의 설명이다. 김 국장은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 ‘한국 채소종자사업의 구조와 행위 분석’을 펴냈으며 이 논문으로 오는 2월23일 중앙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는다. 논문 심사는 지난해 8월까지 농림부 장관으로 있다가 중앙대에 복직한 김성훈 교수를 비롯한 5명의 교수가 맡았다.

해마다 수없이 쏟아지는 논문이 홍수를 이루는 마당에 논문 1편 펴낸 게 무슨 대수냐 싶겠지만, 김 국장의 논문은 농업연구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논문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서울대 박효근 교수(농업생명과학대)는 “종자산업은 농업의 기간산업으로 꼽히는데, 그동안의 연구는 자연과학도에 의한 기술적인 분석에 머물렀다”며 “김 국장의 논문은 종자산업을 사회과학(경제학)적인 방법으로 분석한 1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고위공무원들의 경우 보통 남의 힘으로 논문을 쓰는 일이 허다한데, 김 국장은 100% 자신의 힘으로 썼다”고 덧붙였다.

김 국장이 종자산업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건 지난 1999년 7월 농림부 산하 종자관리소장으로 일하면서부터. 흥농종묘, 중앙종묘, 서울종묘, 청원종묘 등 국내 6대 종자회사 중 4개사가 속속 외국계 자본에 흡수되면서 우려와 한탄이 쏟아지던 와중이었다. 농업분야의 근간인 종자산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으며 결국 이를 논문의 주제로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연구과정에서 관련기업의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 등 관료자료 분석뿐 아니라 설문조사를 병행, 실증적인 연구에 중점을 뒀다.

김 국장은 “다국적기업의 국내 채소종자기업 인수·합병은 긍정·부정 양면적인 성격이 있다”며 “무역 및 투자자유화 흐름이라는 차원에서 대응하면 국내 채소종자산업의 체질을 고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간오지(경북 영양) 출신인 김 국장은 과천관가에서 ‘학구파’로 이름이 높다.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경제학 석사를 땄으며 지난 98년 한국농업의 현황을 담은 영문 자료 (농민신문사)를 펴내기도 했다. 은 한국을 찾는 외국의 농업전문가나 해외 출장길에 오르는 농업관련자들에게 지금도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