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앨범 들고 돌아온 이두헌
등록 : 2001-02-21 00:00 수정 :
미사리로 가는 길은 일종의 시간여행이다. 출연가수의 이름이 적혀 있는 현수막을 큼지막하게 내건 카페의 숲은 80년대의 대중음악계를 그대로 재현한다. 이 많은 카페들은 그 많던 가수들의 건재함을 입증하는데, 왜 우리에게는 나이 오십이 지나도 신곡을 발표하는 폴 사이먼이나 셰어 같은 가수가 없는 것일까?
“미사리 좋죠. 일주일에 몇 시간 노래하면 수입도 나쁘지 않고요. 그렇지만 과거의 영광만 되새김질하면서 대중음악이 10대에게 점령당했다고 한탄하는 가수 스스로에게도 책임이 없을 수 없지요.”
80년대 중반 그룹 ‘다섯손가락’의 멤버로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2층에서 본 거리> 등의 인기곡을 냈던 이두헌(37)씨는 미사리로 가는 대신 새 음반
을 들고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89년 발표한 다섯손가락의 4집 앨범 뒤 12년 만에 내는 첫 솔로 앨범인 만큼 참으로 오랜만에 기지개를 켠 셈이다. “개인활동을 접고 90년대 초반에 작곡이나 프로듀서로 다른 가수들 음반 작업에 참여하면서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50, 60대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게 꿈인데 적당히, 쉽게 살아가는 제 자신이 보였거든요.”
이씨는 한국에서의 안정된 삶을 훌훌 털고 93년 미국으로 유학길을 떠났다. 버클리 음대에서 4년, 그리고 남가주대에서 2년간의 석사과정을 마치며 ‘제대로’ 기타공부를 하고 지난해 돌아와서 새 음반을 준비했다. “요즘 대중음악계는 10대 위주의 음악만 기승을 부리고 음악인들의 입지가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사실 저 자신은 그렇게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때도 여전히 순위프로그램이 있었고 아이돌 스타들이 있었으니까요. 오히려 중견가수들이 점잔만 뺄 게 아니라 점령당한 자리를 다시 찾기 위해 싸워야죠.”
그래서 이씨는 콘서트든 소규모 클럽이든 지하철이든 자신의 활동무대를 가리지 않을 생각이다. 20대 때 기피했던 방송도 번지점프나 개그를 곁들이는 것만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나 하나 잘 나가고 음반장사 잘하기 위해서 그러는 건 아닙니다. 저에겐 일종의 투쟁입니다. 방송에 자주 나가서 노래하는 제 모습이 같은 시대에 노래했던 음악인들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