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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연예인을 만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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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1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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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독일은 ‘축구 천국’이라기보다는 ‘연예인 천국’이었다. 한국에서는 도무지 알현하기 힘들던 연예인들을 독일에서는 지나가다 만날 수 있었다. 한국의 첫 경기가 열렸던 프랑크푸르트,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니 박경림 언니가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프랑스전이 열렸던 라이프치히의 경기장에 들어가면서 동방신기 오빠들을 보고야 말았다. 백일기도를 드려도 만나기 어렵다는 동방신기 멤버들을 ‘떼로’ 만난 것이었다. 사진 한 장 찍어서 조카한테 자랑할까, 망설이다가 포기해버렸다.

슛돌이와 같은 호텔을 쓰다니…. 그들과 사진도 찍었다.

음, 평소 흠모해 마지않았던 유노윤호 오빠의 미모는 기대보다 못했지만…(동방신기 팬 여러분, 용서를, 자비를 -.-). 동방신기 옆의 김종민씨도 보았다. 그날 오전에 만났던 중국인 아가씨는 “김종민의 팬”이라고 말했다. 김종민씨가 “러브리(Lovely)”하단다. 중국인 아가씨에게 김종민이 왔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으면 얼마나 기뻐했을까, 생각이 들었다. 박상면씨는 김종민씨에게 “야, 토고전 때 우리 텔레비전에 3초 나왔는데, 한국 사람들 다 봤더라”고 말하고 있었다.

한국의 마지막 도시였던 하노버에서는 첫날 하지원씨를 만났다. 오래된 교회에 들어서는데 낯익은 얼굴이 스쳤다. 누구였더라 하는 순간, 배우 하지원씨임을 깨달았다. 무심결에 “하지원씨” 하고 불렀지만, 언니는 대답이 없었다. 다음날에는 이경규 아저씨를 스쳤다. 하노버 지하상가를 지나는데 누군가 카페에 앉은 채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낯익은 이경규 아저씨였다. 이렇게 독일에서는 동네 아저씨 보듯이 연예인을 스쳤다. 이경규 아저씨를 지나서 호텔로 돌아갔다. 호텔 정문 앞에 한국어가 적힌 버스가 서 있었다. 누가 왔을까, 궁금했다. 호텔에 들어서니 슛돌이들이 로비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런 영광이 있나, 슛돌이들과 같은 방, 아니 같은 호텔을 쓰다니. 재빨리 방으로 올라가 박승화 사진기자에게 일러바쳤다. “슛돌이가 왔어요!” 다음날 취재를 나가다가 슛돌이들을 만났다. 박승화 기자가 “사진 한 장 찍자”고 말했다. 이렇게 귀여운 아이들인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슛돌이들은 그다지 반기지 않았지만, 슛돌이 어머니들의 주선으로 김태훈, 진현우, 조민호 사이에서 사진 한 장 박았다. 마침내 설기현 선수를 보고야 말았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인천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대표선수들을 역시나 ‘떼로’ 보았다. 설기현 선수가 어땠냐면, 그냥 컸다.


서울에서 뜻밖의 메일을 받았다. 독자의 중대한 제보였다. “마이클럽 종알종알연예방에 동욱 기자님 사진도 한 컷 올라왔더라구욤…. 보자마자 저는 오두방정 소리를 질렀구요….” 슛돌이들과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온 것이다. 마이클럽에 들어가 사진을 찾았지만 실패했다. 독자에게 사정을 알리자 친절한 독자씨는 사진을 다운받아 보내주었다. 슛돌이의 어머니가 그날 찍은 사진을 올렸나 보다.

독일 월드컵의 슬로건은 ‘친구를 만드는 시간’(A time to make friends)이었지만, 나의 슬로건은 ‘연예인을 만나는 시간’(A time to meet celebrities)이 됐다. 당케 쉔(Danke schoen-o 위에 우물라우트 추가 바람), 도이칠란트. 한국에서도 연예인을 만나는 시간이 계속되길, 갈수록 연예인 알현하기가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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