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총거부로 고통받는 여호와의 증인들의 애달픈 사연 쏟아져… 무엇보다 기독교계 지지를
“안녕하세요? 국방부입니다. 기사 잘 봤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다룬 <한겨레21> 제345호의 마이너리티 기사 ‘차마 총을 들 수가 없어요’가 나간 뒤 가장 먼저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뜻밖에 국방부 관계자였다. 기사가 나간 다음날인 2월7일 오전,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에 대한 불신이 깊은 것 같다”며 “지난 한해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들이 10여명이라고 답한 것은 통계를 정확히 잡을 수 없는 상황 때문”이라고 다시 한번 해명했다. 통계의 사실 여부를 떠나 기사가 마감된 뒤에도 전화를 걸어 앞뒤를 다시 설명하는 그의 성실함이 놀라웠다. 그리고 ‘아직도’ 이 문제가 민감한 사안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로 현재 집총거부로 수감된 사람은 1317명이다.
성우 양지운씨의 분노
같은 날부터 메일박스에는 매일 10통 가까운 전자메일이 쌓였다. 처음엔 ‘반쯤은 항의 메일이겠지…’라고 짐작했다. 막상 열어보니 짐작과는 달리 반박성 메일은 거의 없었다. ‘형평성’ 문제를 우려하는 반박 메일은 두통 정도였다. 여호와의 증인들이 보낸 몇통의 편지는 절절했다. 대기업에 합격했으나 병역거부 탓에 입사를 취소당했다는 청년의 사연, 출감한 지 몇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밀실공포증에 시달린다는 편지, 남동생, 시동생, 사촌동생 두명이 한꺼번에 수감중이지만 슬프지만은 않다는 대학 영어강사의 얘기…. 그리고 여호와의 증인은 아니지만 기사를 읽으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와 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독자편지도 여럿 있었다. 노인부터 여중생까지, 여호와의 증인들이 보낸 편지에는 “그동안 아무도 우리의 설명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는 탄식이 빠지지 않았다. 세상의 외면만큼 언론의 외면도 깊었던 것이다. 2월15일에는 성우 양지운(54)씨를 만났다. 양씨는 지난해 6월 아들을 감옥으로 보낸 여호와의 증인 신도이다. 내내 차분하던 그의 목소리도 아들의 군사재판 과정을 회상할 때는 조금 높아졌다. 불과 40분 만에 아들을 비롯한 16명의 청년들에게 모두 3년형을 선고한 재판이었다. 양씨는 “전국 교도소에 수감된 여호와의 증인들은 한결같이 모범수 생활을 하고 있다”며 “감옥만 아니라면, 이 아이들에게 아무리 힘든 일을 맡겨도 잘해낼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방부는 아직 묵묵부답이지만 사회의 반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 시민단체가 이 문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 양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기본권 문제이기도 하다”며 “소수자의 인권 보호 차원에서 시민운동이 할 일을 찾아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기독교 단체의 한 간부도 직접 전화를 걸어와 자신의 소감을 밝혔다. “이제야 첫 걸음을 뗀 기분” “기사를 읽고 ‘내가 과연 나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감옥에 갈 수 있을까?’를 자문하게 됐습니다. 글쎄요…. 확신을 못하겠더군요. 저는 종교적으로 여호와의 증인과 입장을 달리하는 사람이지만, 하루 속히 대체 봉사제가 도입되기를 바랍니다.” 여호와의 증인 한국지부인 ‘워치타워 성서책자 협회’ 정운영 홍보팀장은 무엇보다 기독교계의 지지를 바란다. 정 실장은 “우리도 성서를 보는 그리스도인”이라며 “기독교계가 태도를 바꿔 이 문제에 전향적으로 나서는 게 우선”이라고 말한다. 내부적인 문제가 풀려야 바깥에도 떳떳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리고 “우리 문제가 하루이틀에 풀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제야 겨우 첫걸음을 뗀 기분”이라고 밝혔다. “이 문제에 대해 계속적인 관심을 바란다”는 독자 편지 속에 담긴 당부대로 <한겨레21>은 긴 호흡으로 이 문제를 주시할 것이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사진/지난해 6월 아들을 감옥으로 보낸 성우 양지운씨. 몇분 만에 아들에게 3년형을 선고한 군사재판을 회상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부터 메일박스에는 매일 10통 가까운 전자메일이 쌓였다. 처음엔 ‘반쯤은 항의 메일이겠지…’라고 짐작했다. 막상 열어보니 짐작과는 달리 반박성 메일은 거의 없었다. ‘형평성’ 문제를 우려하는 반박 메일은 두통 정도였다. 여호와의 증인들이 보낸 몇통의 편지는 절절했다. 대기업에 합격했으나 병역거부 탓에 입사를 취소당했다는 청년의 사연, 출감한 지 몇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밀실공포증에 시달린다는 편지, 남동생, 시동생, 사촌동생 두명이 한꺼번에 수감중이지만 슬프지만은 않다는 대학 영어강사의 얘기…. 그리고 여호와의 증인은 아니지만 기사를 읽으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와 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독자편지도 여럿 있었다. 노인부터 여중생까지, 여호와의 증인들이 보낸 편지에는 “그동안 아무도 우리의 설명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는 탄식이 빠지지 않았다. 세상의 외면만큼 언론의 외면도 깊었던 것이다. 2월15일에는 성우 양지운(54)씨를 만났다. 양씨는 지난해 6월 아들을 감옥으로 보낸 여호와의 증인 신도이다. 내내 차분하던 그의 목소리도 아들의 군사재판 과정을 회상할 때는 조금 높아졌다. 불과 40분 만에 아들을 비롯한 16명의 청년들에게 모두 3년형을 선고한 재판이었다. 양씨는 “전국 교도소에 수감된 여호와의 증인들은 한결같이 모범수 생활을 하고 있다”며 “감옥만 아니라면, 이 아이들에게 아무리 힘든 일을 맡겨도 잘해낼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방부는 아직 묵묵부답이지만 사회의 반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 시민단체가 이 문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 양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기본권 문제이기도 하다”며 “소수자의 인권 보호 차원에서 시민운동이 할 일을 찾아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기독교 단체의 한 간부도 직접 전화를 걸어와 자신의 소감을 밝혔다. “이제야 첫 걸음을 뗀 기분” “기사를 읽고 ‘내가 과연 나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감옥에 갈 수 있을까?’를 자문하게 됐습니다. 글쎄요…. 확신을 못하겠더군요. 저는 종교적으로 여호와의 증인과 입장을 달리하는 사람이지만, 하루 속히 대체 봉사제가 도입되기를 바랍니다.” 여호와의 증인 한국지부인 ‘워치타워 성서책자 협회’ 정운영 홍보팀장은 무엇보다 기독교계의 지지를 바란다. 정 실장은 “우리도 성서를 보는 그리스도인”이라며 “기독교계가 태도를 바꿔 이 문제에 전향적으로 나서는 게 우선”이라고 말한다. 내부적인 문제가 풀려야 바깥에도 떳떳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리고 “우리 문제가 하루이틀에 풀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제야 겨우 첫걸음을 뗀 기분”이라고 밝혔다. “이 문제에 대해 계속적인 관심을 바란다”는 독자 편지 속에 담긴 당부대로 <한겨레21>은 긴 호흡으로 이 문제를 주시할 것이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