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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폭력 없는 학교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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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2-2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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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걸을 때마다 한 아이를 구한다는 심정으로 뛰고 있습니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학부모들이 직접 나섰다. ‘학교폭력 피해자 가족협의회’(학가협)가 인터넷 홈페이지 ‘우리아이’(www.uri-i.or.kr)를 개설하고 본격적인 학교폭력 추방운동에 나선 것이다. 학가협은 지난 연말,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주최한 토론회를 통해 만난 학교폭력 피해자 부모들로 구성됐다. 지난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성수여중 폭력사태 피해자의 어머니 조정실(42)씨도 그 운동의 한가운데 있다.

“저도 예전에는 ‘왕따당하는 친구들과는 놀지말라’고 하던 엄마였죠. 막상 당하고 보니 학교폭력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왜 이제서야 나서게 됐는지 때늦은 후회를 합니다.”

딸이 당한 학교폭력은 내 아이만 알던 평범한 엄마를 우리 아이들을 위해 뛰는 사회활동가로 만들었다. 시민단체를 찾아다니고, 집회신고를 하고, 거리에서 서명운동을 벌이느라 조씨는 요즘 “하루에 다섯 시간만 자면 좋겠다”고 할 만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조씨를 비롯한 학가협 회원들은 올 초부터 전국을 돌며 ‘청소년특별법 제정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1월 부산에서 첫걸음을 뗀 이 캠페인은 앞으로 서울, 대구 등지를 돌며 진행될 예정이다. 행사를 할 때마다 청소년 사오십명이 제발로 찾아와 힘을 보태지만 교육부 장관은 이들의 면담신청을 거절했고, 어른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차갑다.

“서명을 해달라고 하면 외면하거나 화를 내는 어른들도 많아요. ‘내 아이만 괜찮으면 된다’는 부모들의 이기심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옛날 제 모습이라 반성도 되고요.”

엄마가 인터넷에 탄원글을 올리고 여기저기 호소하며 다닐 때 “왜 일을 벌여 망신시키느냐”며 따지던 딸도 서서히 엄마를 이해하게 됐다. 아직도 폭력의 후유증에 시달리지만, 지난 1월 초 학가협을 도와주는 친구들과 함께 엠티를 다녀온 뒤 부쩍 밝아졌다고 한다. 요즘은 행사에 쓸 피켓을 직접 만들 정도로 적극적이다. “몸 고생은 달갑게 받아들이지만 자금이 부족해 일을 못할 때가 가장 안타깝다”는 조정실씨. 재정 부족에 허덕이는 이들을 돕고 싶으면 021-01-0491-535(국민은행 신연주)로 후원하면 된다. 그리고 2월23일 오후 1시 세종문화회관 뒤편에 가면 “학교폭력 방관하는 교육부는 각성하라”고 외치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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