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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주류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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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2-2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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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메인스트림 논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발언으로 촉발된 이 논쟁은 다양한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습니다. 그 발언의 정치적 의도에서부터 시작해, 우리 사회의 메인스트림이 무엇을 지칭하느냐를 놓고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합니다. 과연 메인스트림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느냐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개념부터가 애매모호한 메인스트림이라는 말의 뜻을 한번 살펴보기 위해 영어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메인으로 시작하는 영어 단어는 수없이 많습니다. 메인 랜드, 메인 디시, 메인 스트리트, 메인 스테이지…. 한자로 바꿔보면 주(主), 대(大), 본(本), 간(幹), 중심(中心) 등이 앞에 붙어 번역되는 말들입니다. 따라서 메인에 대칭되는 개념도 명확해집니다. 종(從), 소(小), 말(末), 지(支), 주변(周邊)…. 어차피 영어공부를 하는 김에 좀더 나가보면 메인이라는 말의 사촌은 메이저 정도이고, 그 반대편에는 마이너쯤이 존재하지 않을까 합니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필연적으로 ‘더 큰 것’, ‘더 주된 것’, ‘중심’으로 나아가려는 욕망이 숨어 있습니다. 그것을 ‘주류 편입 욕구’라고 불러도 좋고 또는 ‘주류 콤플렉스’라고 이름붙여도 좋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그런 욕구와 콤플렉스가 무척 강한 사회입니다. 서울과 지방,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 인문계와 실업계, 이른바 명문대와 비명문대, 공무원 사회의 고시파와 비고시파…. 그래서 주류에서 비껴나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열패감에 시달리며 어떻게 해서든 주류의 대열에 합류하려 안간힘을 씁니다. 그런가 하면 주류는 또 그 안에서 끊임없이 내부 서열화를 시도합니다. 마치 성골과 진골, 육두품을 나누는 식입니다.

문제는 주류 편입의 욕망이 단순한 욕구 정도로 그치지 않고, ‘다른 것’에 대한 배타적 성향을 띤다는 점에 있습니다. 메인에서 벗어난다고 여기는 대상을 경시하고 우습게 여기는 풍조입니다. 한 예를 들어봅시다. 최병렬 한나라당 부총재는 최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 도중 언론개혁과 관련한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의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어린애 같은 이야기”라고 일축하면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 평상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진리를 보는 태도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 속에는 우리 사회의 주류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시각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아무리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현직 장관까지 하고 있어도 ‘학력상 비주류’(참고로 노 장관의 최종학력은 상업고등학교 졸업입니다)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원천적 무시’입니다.

그래서 메인스트림을 이야기하는 데는 위험성이 내포돼 있습니다. 특히 스스로를 메인스트림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더욱 그렇습니다. 오만에 찬 주류의식 속에서 소수에 대한 관용과 존중심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우리 사회의 주류 콤플렉스 증상은 더욱 악화됩니다.

메인스트림의 스트림은 잘 알다시피 흐름입니다.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입니다. 과거와 절연하지 않고 흘러가고, 흘러서 사라지되, 잇따라 당도하여 늘 새로운 것이 흐름이요 강물이라고 누군가는 설파했습니다. 메인스트림이라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과거의 맥을 이어 흘러가되 지금 흐르는 물결이 예전의 물결은 결코 아닙니다. 그래서 굳이 메인스트림을 이야기하려면 이 흐름의 도도함과 역동성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한겨레21 편집장 김종구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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