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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어떤 정당활동도 안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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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2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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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의 공동 인수위원장 맡은 최열 환경재단 대표… 환경문제와 풀뿌리 발전 위해 참여… 문화적 개발 방식은 반대 안해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바쁘다. 몸은 하나인데 하는 일은 여럿이다. 재단 일 외에도, 최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 인수위원회에서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고건 전 총리의 두뇌집단인 ‘미래와 경제’에도 관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시민운동가들과 함께 만든 시민사회포럼을 주도하고 있고,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에도 참여한다. 이 밖에 총리실 산하 위원회나 행정부의 정책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시민운동가이면서 정치·행정 영역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그는 “정치적 행위, 정치 활동은 하지만 정당 활동은 하지 않는다는 게 오래된 소신”이라며 “지금 최열의 모습대로 바뀌지 않고 한평생 살고 싶다”고 말했다. 6월16일 환경재단 대표실에서 그를 만났다.

공무원들이 긴장하더라

어떤 계기로 서울시 인수위원장을 맡게 됐나.

=6월1일 오세훈 당선자가 찾아왔다. 주변 동료들과 상의해 결정했다. 들러리라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거 결과를 보면 지방권력과 의회를 한나라당이 독점하지 않았나. 견제가 없으면 제대로 굴러가지 않겠다 싶었다. 또 공약은 경쟁적으로 내기 때문에 100% 이행은 불가능하다. 당선자가 스스로 접기 힘든 만큼 인수위가 끊을 것은 끊고 걸러낼 것은 걸러야 한다. 오 당선자가 공약으로 내건 대기질 향상, 용산기지 활용 등 환경 현안들도 걸려 있어 참여하게 됐다.

보름 정도 활동했는데 구체적인 성과가 있었나.

=일단 공무원들이 긴장하더라. 형식적인 보고는 받지 않겠다고 했다. 보고는 짧게 하고 질문과 토론을 했다. 시 공무원들이 당선자의 의지를 알아서 새로운 내용을 담아야 하지 않겠나.

인수위 활동의 성과가 이후에도 이어지게 될까.

=공약의 우선순위를 잘 만들고 집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두번째는 인사가 아닌가. 결국 사람이 일하는 만큼 적극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누구인지 꼼꼼히 봤다. 오 당선자에게는 시민사회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오 당선자의 선거 당시 공약에는 뉴타운 개발 50곳 등 개발 공약이 적지 않다. 환경이라는 가치와 배치되지 않나.

=이명박 시장의 26곳에 24곳을 더해 50곳이라고 했는데, 오 당선자는 실제로 그렇게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일단 주민들이 의견을 모아야 하는데 그게 쉽겠나. 그리고 아파트만 집중적으로 세우거나 주민들의 이해관계만을 고려한 개발 방식이 아니라, 주택과 상가·문화·교육·공원·복지시설이 갖춰진 방식이다. 그렇다면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다.

인수위원장이면 서울시정의 밑그림을 그린 책임도 상당하지 않겠나. 시장과 시민사회의 대화 틀 정도로는 너무 느슨하지 않은가.

=그렇다고 부시장을 하겠나, 국장을 하겠나. 어떤 사람들은 이제 최열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 아니냐, 서울시에서 일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럴 일은 없다. 정치적 행위는 하지만 정당 활동은 하지 않겠다는 게 오래된 소신이다.

정책 자문이나 인수위원장처럼 외곽에서 지원하는 것보다는 직접 해보는 편이 낫지 않나.

=많은 정권을 겪으면서 느꼈다. 정권을 직접 잡더라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데, 잡은 것도 아니고 지지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장관, 국회의원을 한다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치를 하려면 정치세력화하고 정당을 만들던지, 함께할 정당을 찾는 것이 맞다. 그런데 지금은 시민사회 인사가 제도권 정당에 가게 되면 보충대 구실밖에 하지 못한다. 소수가 되고, 팽당하고,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탱자가 되고 만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오래전부터 해온 내 생각이 옳았다고 본다.

초록정치연대는 한계 있었다

지방선거를 달리 보나. 그동안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조해왔고, 2002년까지 세 차례의 지방선거에 참여하고 지원하지 않았나.

=21세기의 가치를 담는 정치세력화는 녹색당 형태다. 기존의 제도권 정당으로는 안 된다. 지구가 싫어하는 성장 중심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지역주의가 판치는 소선거구 제도 아래에서는 정치세력화가 어렵다고 본다. 그래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조했고 경기도 고양시에 집중해 기초단체 의회 진입에는 성공했다.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는 환경운동 후배들의 초록정치연대와 거리를 두지 않았나.

=정당으로 가려면 서클식의 활동은 힘들다고 조언해줬다. 이번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참여했더라도 국민적 지지를 받기 힘든 조건이었다.

성공할 만한 데에만 참여하는가. 최 대표가 지향하는 ‘21세기형 정치’를 위해 직접 깃발을 들 생각은 없나.

=운동은 결과에 상관없지만, 선거는 국민의 평가를 받는 것인 만큼 국민에게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데 초록정치연대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참여하지 않았다. 한 사람이 특정 부문의 운동을 독점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래서 환경운동연합을 그만뒀고 환경재단을 만들었다. 시민운동을 3년 하면 머리가 비고, 5년 하면 파김치가 되고, 7년 하면 가슴이 뻥 뚫린다는 말이 있다. 시민운동가들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재단을 만들었다. 난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하고, 누가 그런 일을 한다면 다른 필요한 일을 찾아왔다. 정치를 본격적으로 하려면 환경재단 일을 포기해야 한다. 최열의 원칙과 철학을 포기하면 더 이상 최열이 아니다. 정치세력화는 중요하다. 녹색정치가 중요하다. 정치세력화를 이루는 데 내 역할이 필요하다면 산파 역을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다.

2002년 정몽준 캠프, 2006년엔 고건 두뇌집단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오세훈 인수위원회 참여까지 정치적 행위에 어떤 원칙이 있나.

=정몽준 캠프에는 참여한 적이 없다. 정몽준 의원이 신재생에너지 등에 관심이 많아 평상시 아는 범위 내에서 조언을 한 적은 있다. ‘미래와 경제’는 좁은 의미의 정치인들이 한 명도 없다. 고 전 총리가 환경연합 대표를 지낸 적이 있고, 총리·서울시장 시절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협의회, 시민사회발전협의회 등에 참여하면서 서로 잘 알게 됐다. 오세훈 당선자에게는 아직 ‘귤맛’이 난다. 두 사람에게 개인적으로 신뢰가 있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참여한다. 정당 조직과는 관계없는 일이다. 포럼 참여 요청을 거부하거나 서울시를 위한 일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시민사회가 너무 포용력이 없는 것 아닌가.

“고건 전 총리가 무리한 부탁 안 할것”

7월 중에 발족할 예정인 희망국민연대는 정당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거기에는 참여하지 않는가.

=그럴 생각이 없다. 고 전 총리도 나를 잘 아는데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뉴라이트 쪽은 최 대표를 좌파라며 인수위 참여를 반대했는데….

=중앙정부라면 남북 관계 등 이데올로기 면에서 민감한 문제들이 많지만, 시정은 환경·교통·복지 등 생활에 관한 것인데 비판의 대상이 되나. 과도한 알레르기 반응이다. 새로 거듭나겠다, 탄력성을 갖고 21세기에 맞는 내용을 채우겠다면서 뉴라이트를 한다고 그러지 않았나. 별로 관심을 두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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