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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인터넷스타] ‘고음불가’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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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2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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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노경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sano2@hani.co.kr

재주가 없고 서투르면 처음엔 창피하고 어색하지만, 자꾸 되풀이하다 보면 곧 익숙해진다. 얼굴이 두꺼워지는 탓도 있지만 “좀 못하면 어때~. 개성인데…” 하는 격려는 더 이상 어색해하지 않게 한다.

애초 ‘음치’의 대명사였던 ‘고음불가’는 이제 더는 음치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고음 불가’는 탁월한 개인기를 표현하는 자질이 되었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개그맨들이 선보인 ‘고음불가’는 쇼 프로그램들과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변종’을 만들어내고, 광범한 따라하기를 넘어 ‘참여형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고음불가는 국내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차카론 차카론 차카론 @2#8*&+9!2;^%3&*2…”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의 웅얼거림으로 노래를 부르는 뮤직비디오가 <개그콘서트> ‘고음불가’의 원조? 댄서들과 흥겨운 춤을 추며 차카론(Chacarron)을 반복해서 외치는 흑인가수(사진)의 목소리는 들을수록 웃음이 나온다. 이 동영상(www.jjang0u.com)이 누리꾼 눈에 들었다. “나 오늘부터 가수다” “은근히 따라하기 힘들어요” “외국판 양동근?” “너무 저음이어서 안 들리는 건가 --a”라는 반응을 보이며 사이버 공간 이곳저곳에 퍼날라지고 있다. ‘물건너 누리꾼’들은 텔레토비 버전으로 패러디하거나 할리우드 배우가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하는 장면으로 연출하기도 했다. 이 노래의 원곡은 멕시코 밴드의 멜로디인데 흑인가수가 리믹스한 것을 한국의 누리꾼들이 가져와 인터넷에서 돌려보고 있는 것이다.

인기품이 뜨면 ‘짝퉁’이 뜨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고음불가는 당연히 ‘저음불가’를 만들어낸다. 개그맨 장동민은 <개그콘서트> 마지막 무대에서 찢어질 듯한 아슬아슬한 목소리로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을 ‘저음불가’로 불러 시청자들을 눈물나게 했다. 고음불가와 저음불가의 절묘한 조화도 있었다. 지난 6월13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월드컵 거리응원전에서는 고음과 저음을 믹스한 <레즈 고 투게더>가 울려퍼지기도 했다. 한 이동통신사는 CF로도 모자라 시민들을 상대로 지하철역에서 ‘고음불가 따라하기’ 이벤트까지 열었다.

박경림, 임예진 그리고 이효리의 뮤직비디오까지. 고음불가 따라하기 열풍은 연예계를 넘어 하나의 즐거운 이벤트가 되고 있다. 담임 선생님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다 ‘스승의 노래’를 고음불가로 불러줬다는 여고생 누리꾼의 이야기도 알려졌다. 포털에서 ‘장기자랑 고음불가’로 검색하면 곡 선정에서부터 가창 비법, 소품 준비까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상담과 친절한 댓글이 줄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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