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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열린우리당 고쳐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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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0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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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기간 중 정동영 의장 사퇴 요구한 김두관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영입론 내세우지 말고 남은 1년 동안 당내에서 유력 주자 만들어야”

▣창원=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정치권에는 “크려면 들이받아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3김 시대’에는 잘못 들이받다가 주저앉은 이들이 많았지만, ‘먹구름’이 걷힌 뒤에는 절대권력에 맞서면서 성장한 정치인들이 속속 등장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도 2001년 민주당 ‘정풍운동’ 과정에서 ‘천·신·정 3인방’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의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 원희룡 최고위원(2004년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등 ‘남·원·오 3인방’도 나름대로 투쟁 속에서 성장한 정치인들이다.

하지만 시기와 방식이 중요하다.


5·31 지방선거 투표일 사흘 전 정동영 의장의 사퇴를 촉구했던 김두관 최고위원은 당내에서 입지가 좁아졌다. 내용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전투’ 중에 분란을 일으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6월2일 경남 창원에서 만난 김 위원은 “정 의장에게 개인적으로는 미안하지만 열린우리당을 위해, 대의를 위해 가만있을 수 없었다”며 “열린우리당이 정체성을 되찾아 중도개혁 세력의 중심이 되면 다시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고 대선 승리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싹쓸이 막아달라는 말은 항복선언이었다

5·31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국민들은 정부·여당이 국정 운영을 잘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 같다. 또 중도개혁 세력의 결집체인 열린우리당이 정체성을 살리지 못해 지지층의 이탈이 있었고 무기력하게 비쳐졌다. 여기에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도 겹쳐 있고….

국정 운영의 미숙 혹은 실패라는 진단에 동의하나.

=전반적으로 보면 참여정부가 잘한 점도 꽤 많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국민들의 인식은 다른 것 같다. 부동산 대책을 보면, 서민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측면이 강한데도 강남 부자들을 공격하는 대책처럼 부각됐다.

한나라당은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박근혜 대표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대처해온 반면, 열린우리당은 당·청 갈등, 당·정 갈등에 당내 계파 갈등까지 이어져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했던 점이 패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면 동의하지만 동의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정당은 다양한 정파가 있고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창당 이후 최대 위기에 빠진 열린우리당 지도부. 정동영 의장(맨 왼쪽)도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김근태 최고위원(가운데)은 당권 승계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사진/ 한겨레 이종찬 기자)

그런 점이 혼란스럽게 비치고 지지를 철회할 근거였다면 반성할 부분이 있겠지만, 건강하게 토론하고 경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선거 패배의 책임 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 중 누가 더 크다고 보나.

=어떻게 산술적으로 가르겠나. 공동으로 운영한 만큼 공동 책임이라고 본다.

선거 와중에 정 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정 의장의 책임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정 의장은 이번 선거를 총괄하고 주도했다. 민주의 성지인 광주에서 경선 없이 전략공천을 했고, 제주와 대전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혼선이 있었다. 호남에서의 정계 개편 발언이 결정적이었다. 민주당 지지세력을 결집하려고 노력했다지만, 그 발언 이후 어찌됐나. 호남에서 민주당이 선전하는 데 보탬이 됐다고 본다. 대국민호소문은 어떤가. 싹쓸이는 막아달라는 말은 항복 선언이다. 국민들에게 읍소, 구걸로 비쳤다. 읍소는 약자가 하는 것 아닌가. 비록 인기가 없는 당이라도 여당이고 1당이다. 어떤 이들은 나 때문에 선거가 더 어려워졌다고 하는데, 정 의장의 정계개편론과 읍소형 대국민 호소가 더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또 중도개혁 세력의 결집체인 열린우리당이 우리당다움을 보여주지 못해온 것이 결정적 패인이다.

정 의장의 정계 개편 발언이 김 후보가 사퇴를 촉구한 결정적인 계기였나.

=지난 2월부터 (정 의장 쪽의) 당권파 책임론 논란이 있었다. 그동안 당 운영 기조는 실용 노선에 무게를 실어왔다. 그러다 보니 개혁 정체성과는 멀어졌다. 사립학교법, 국가보안법 처리 과정에서 정체성을 지켜내지 못해 법안이 후퇴하지 않았나. 지지자들이 떠나갔다. 실용과 개혁 모두 필요하다. 그런데 실용을 해야 할 때는 실용하지 않고, 개혁할 때는 개혁을 못했다. 실용 노선이 잘못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개혁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실용 노선을 내세워왔다는 점이 문제다.

정 의장의 당 운영 방식, 동의하기 힘들어

그런 노선의 차이가 같이 당을 하기 힘든 정도인가.

=앞으로 만나봐야 안다.

그동안 오래 만나오지 않았나.

=큰 상대는 보수의 결집체인 한나라당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정 의장은 동지이고 애정을 갖고 함께할 분이다. 최근 당 운영 노선, 지방선거 와중에 차이가 크게 생겼고 부딪쳤고….

선거 패인 중 하나가 국정 운영의 실패인 만큼, 초대 행자부 장관을 지낸 김 위원의 책임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정 의장 개인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는 것은 아닌가.

=그런 비판은 기꺼이 수용하겠다. 다만 정 의장의 당 지도 운영 방식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당 위기 수습책으로 김근태 최고위원의 당권 승계를 주장했는데, 김 위원은 신뢰하나.

=김 위원의 주요 발언, 현안에 대한 관점 면에서 보면 정 의장보다 신뢰한다. 지방선거 후보를 내세우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원칙을 강조했다. 이런 일이 있었다. 최고위원회를 하려는데 느닷없이 환영식부터 하자고 했다. 한나라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어느 구청장 후보를 영입했다며 꽃다발을 주고 환영식을 연다는 것이다. 김근태 위원이 문제제기를 하면서 우려를 표명했는데, 되돌아보면 정확했다. 또 광주시장 후보 결정 과정도 마찬가지다. 광주에서마저 경선을 하지 않는다면 누가 열린우리당을 신뢰하나. 김근태 위원과 나는 중앙당이 주관하는 여론조사를 통한 공천을 주장했고, 정 의장과 김혁규·조배숙 위원은 전략공천을 주장해 결국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했다.

김근태 최고위원도 지도부로서 책임이 있지 않나. 개인적으로 신뢰한다, 정치적 노선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당권 승계를 주장하는가.

=경중은 있겠지만 김 위원도 공동 책임이 있다. 지도부가 전원 사퇴하면 책임감 있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게 진정 책임지는 자세인가. 난 동의하기 힘들다. 당이 굉장히 어려울 때 원칙대로 하는 게 맞다. 2·18 전당대회에서 평가받은 대로 김근태 위원이 승계해 안정적으로 수습하고 쇄신에 앞장서는 게 맞다.

열린우리당은 고쳐쓸 수 있다고 보나. 문희상 전 의장은 이번 선거를 정부·여당에 대한 탄핵이라며 국민의 뜻이 당을 없애라는 명령이라면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철저하게 고쳐쓸 수 있다고 본다. 혁신해서 민심을 얻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고건 전 총리, 최고의 전략가는 아니다

민주당과의 합당, 고건 전 총리와의 연대 등 다양한 정계개편론이 거론되고 있다.

=어떤 독자적인 정치세력이 혼자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보면 왜 그렇게 하겠나. 독자적으로 정권을 창출하기 힘들다고 판단하면 여러 세력과 연합하고 전략적 제휴를 맺는 것이 정치의 상례였다. 정계 개편의 필요성에 어느 정도 공감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당장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당이 민심을 확인한 만큼 겸허히 수용하면서 일대 혁신하고 바로 서는 게 우선돼야 한다. 정계 개편은 훨씬 뒤의 일이다.

고건 전 총리는 국민연대를 만든다고 준비하는 것 같더라. 민주당과의 통합은 국면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 민주당은 새로운 정치와 변화를 거부하지 않았나. 열린우리당은 민주당을 깨고 새 정치를 하겠다고 전통적인 개혁세력들을 모아서 만든 당이다. 탄핵이라는 특수한 국면이 있었지만 창당의 대의에 동의한 국민들이 많아 압도적 다수당이 됐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제1당이, 여당이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고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민심이 떠나갔는데 철저한 자기 반성을 하지 않고 당이 어려우니 공학적으로 힘있어 보이는 민주당과 합당한다? ‘도로 민주당’이 되고 지역당으로 전락하는 것을 국민들이 용납하겠나.

당내에서 민주당과의 통합추진기구를 만든다든지, 탈당하는 의원들이 생길 수도 있지 않나.

=그럴 가능성은 상존한다. 결단한다면 막을 수 있는 견제장치는 없다. 그리하려면 상당한 지지와 명분이 있어야 한다. 당장 그리할 것으로 보지 않고, 그리하지 않는 게 정치의 도리다. 명분 없이 나가면 죽는다.

당내에서 영입 대상으로 거론돼온 고건 전 총리는 독자적인 길을 가는 것 같다.

=당에 고 전 총리가 대안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더라. 고 전 총리는 훌륭한 정치인이지만 최고의 전략가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주어진 조건, 환경, 상황에서 일을 잘해내는 분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열린우리당에 유력한 주자가 없기 때문에 영입론이 고개를 드는 것 아닌가.

=왜 없나. 정동영 의장, 김근태 최고위원이 있다. 김혁규 최고위원도 뜻이 있는 것 같고. 내각에 나가 있는 천정배·유시민 장관, 이번 선거에서 석패한 강금실·진대제 장관도 있다. 내년 경선까지 1년 정도 남았기 때문에 여러 주자들이 자기 비전을 제시하고 국정 철학을 보여주면서 얼마든지 국민의 신망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오세훈·강금실 두 후보를 보면, 불같이 지지세를 형성하지 않나. 우리 사회가 원래 역동적인 측면도 있지만, 현재 선두를 달리는 주자들이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나는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할 듯

김두관 위원도 여러 주자 가운데 한 명이 될 수 있다고 보나.

=경남도지사에 당선됐더라면 그만두고 나가려 했다. (하하) 농담이다. 아직까지 큰 그림을 그려보지 못했다. 내공이 부족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정치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정치가 여의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국회의원이거나 당 지도부가 돼야 멤버로 인정하지 않나. 더 배우고 사귀고 인정받으려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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