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고용 요구하는 KTX 여승무원들과 평행선 달리는 이철 철도공사 사장…“법에 따라 집행할 뿐… 사장이 열 번 바뀌어도 더 나은 방법 없을 것”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정치인에서 철도공사 사장으로 탈바꿈한 이철은 변한 것일까. 5월18일 대전 정부종합청사에서 만난 이 사장은 인터뷰에 앞서 “사회운동, 정치운동까지 포함하면 상당히 개혁적으로 알려진 이아무개가 악마의 화신이 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 것으로 안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이 악마의 짓이라면 악마로 보도하는 게 옳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확신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인터뷰 동안 여러 차례 법과 원칙을 강조했던 그는 “현재 내 위치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자리가 아니라 법과 규정, 주어진 환경에서 집행하는 위치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 인터뷰는 지난 3월 철도노조의 파업이 예고되던 시점에 처음 제안했으니 거의 3개월 만에 이뤄진 셈이다.
김 전 대통령을 평양까지 철도로 먼저 현안부터 묻자. 25일로 예정된 남북철도 연결 시험운행 준비는 잘되고 있는가. =연결은 2003년에 이미 끝났다. 어제 도라산역에서 군사분계선까지 1.8km 구간을 점검했다. 늦게나마 시험운행에 들어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른 시간 안에 정상 운행, 상업적 운행까지 갔으면 한다. 또 다른 복잡한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철도 방북이 기술적 어려움은 없는가. =개성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평양까지 가시도록 준비하고 싶다. 개성∼평양 구간은 정보가 없다. 일부 구간은 완벽하지 못하다고 들었지만, 사전점검과 약간의 보강 공사를 하면 평양까지 가실 수 있을 것이다. 남북철도가 연결되면 중국과 러시아, 유럽까지 연결이 가능한가.
=김일성 주석이 1994년 “북한 철도를 통해 남쪽이 중·러에 물자와 인원을 수송한다면 북에 떨어지는 수입만 연간 15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남북철도 연결은 남북뿐만 아니라 중·러와도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체제 유지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면 그냥 통과할 수도 있다. 도로와 달리 철도는 정해진 선로로만 다니지 않나. 그런 면에서 가장 통제하기 쉽고 체제 위협도 덜할 텐데 답답하다.
임기는 언제까지인가.
=허허, 지금까지 임기를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지난해 7월부터 업무를 시작했고 임기는 3년이다. 내 임무는 임기 전에 구조적 틀을 바로잡는 일이다. 임기를 채우라는 것은 저주에 가까운 일이다. 이른 시간 내에 기본 구조를 바로잡아놓는 게 중요하다.
서두르다 보면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있지 않겠나.
=성급하게 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문제가 서두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시간이 충분하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너무 오래 누적돼온 문제들을 가능한 한 이른 시간에 척결할 것은 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것은 해서 삐뚤어진 것을 바로잡겠다는 말이다. 관료적 성격을 기업형으로 바꾸는 일처럼 의식과 문화를 바꾸는 일은 임기를 10번 계속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흐름을 만들고 방향을 트는 것이 중요하다.
철도 파업의 후유증은 없는가.
=부분적으로 있다. 여진이다. 노조원 대부분은 건강한 노동운동으로 발전시키려는 건강한 생각을 갖고 있다.
고속철도(KTX) 여승무원들은 철도공사가 직접 고용할 것을 요구하며 계속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정말 억울하고 답답하다. 원칙을 넘어서는 터무니없는 요구와 행동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칙대로 할 수밖에 없다.
어떤 요구가 터무니없나.
=철도공사의 모든 직원은 공채를 거쳐야 한다. 여승무원들 요구는 400여 명을 특채하라는 것 아닌가. 최근엔 비정규직이라도 괜찮으니 공사가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하는데, 비정규직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려는 방침과도 맞지 않다.
“들어가지도 않고 판잣집을 부쉈다”
여승무원들의 요구는 결국 고용 안정인 것 같다. 홍익회로 입사했는데 한국철도유통으로 이름이 바뀌고, 이번에는 위탁업체가 KTX관광레저로 바뀌니 자신들을 짐짝 취급한다고 느끼는 것 아닌가.
=사실 여승무원들의 요구를 집단행동에 들어가기 전에 대부분 들어줬다. 정규직 제안도 우리가 먼저 한 것이다. 근로 조건도 많이 개선됐다. 한국철도유통이 싫다고 해서 공모를 통해 전원 재고용을 보장하겠다는 KTX관광레저로 위탁관리 업체를 바꿨다. 솔직히 너무 쉽게 기대를 충족하다 보니 마른 소금도 짜면 나온다는 식의 잘못된 판단을 한 게 아닌가 싶다. 이 집이 불편하다 해서 더 나은 집을 지어 입주하라고 했더니 들어가지는 않고 판잣집을 부쉈다는 식이다.
승무원들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시각차가 있는 것 아닌가. 여승무원들은 기본적인 서비스와 함께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핵심 인력이라고 보는 반면, 공사는 ‘꽃’으로 보는 것 아닌가. 시들면 버려도 되는…. 그런 점에서 공사 정규직보다는 계열사 소속인 게 부담이 적지 않나. 항공사 여승무원들이 계열사 소속이거나 비정규직인 예가 있나.
=비행기와 같이 운영해야 할 부분은 아니다. 더 핵심 업무라고 볼 수도 있는 파일럿을 계약직으로 쓰거나 외주 위탁하는 경우도 있다. 업종과 회사에 따라 정책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취임 전 얘기지만 당시 승무원 문제가 고민이었다고 한다. 정원 규정(3만1480명)에 묶여 정규직 채용이 불가능했던 모양이다.
여승무원들에게 여러 차례 설명했다. 계열사인 관광레저가 없어지면 어쩌냐고 하는데, 대한민국이 지진으로 가라앉으면 어쩔래 같은 기우다. 또 혹시라도 없어질 경우엔 같은 법적 지위에 있는 회사에 고용승계를 약속했다. 더 이상 어찌하나.
정부와 협의해 정원 규정을 고칠 수는 없나.
=철도공사가 출범하면서 정원이 3만1480명이다. 정부의 철저한 통제 아래 있다. 누구의 지시였다면 설득하려고 애쓰거나 다른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전체적 흐름이 아닌가. 줄여라, 더 줄여라. 흐름을 거스르기는 불가능하다. 현재도 정원 규정에 묶여 공사와 계열사를 통틀어 계약직이 7천 명 정도 있는데, 정부는 정원을 더 줄이려 한다.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상당수의 감원, 인력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내가 몸으로 막고 있다. 가능하지도 옳지도 않기 때문이다. 현재 상태가 이런데 계열사 소속인 승무원들을 공사의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솔직히 우리도 직접고용을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더 편하다.
철도공사의 계열사가 아닌 경우 다른 회사에 고용승계를 강제할 수 있나.
=계열사가 많이 있지 않나. 제3의 회사라도 고용을 승계한다면 인계할 수 있다. 계열사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모두 포함하면 4천 명이다. 그 사람들은 불안해서 어찌 근무하나. 여승무원들은 100% 보장하라는 것인데 어떤 직원들에게도 그 정도 수준을 보장할 수는 없다. 나머지 4천여 명 직원들은 다 바보들인가.
정치인 이철과 공사사장 이철의 간극
KTX관광레저가 위탁관리 경험이 있나. 하필이면 부실하다고 감사원의 경고를 받은 자회사를 위탁관리 업체로 삼은 이유는 뭔가.
=승무와 관련한 위탁회사는 대한민국에 없다. 관광레저는 일부 관광열차에 승무 서비스를 해왔다. 감사원 얘기도 사실과 다르게 전달된 부분이 있다. 정확하게 ‘철도공사 경영에 부담이 된다면 지분을 매각하라’(철도공사의 지분은 51%이다)는 것이었다. 설립 6개월 만에 흑자를 내는 회사가 어디 있나. 2005년에는 흑자를 실현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다.
사실 KTX 여승무원들이 고객과 직접 만나지 않나. 이들이 웃고 일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주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그런 주장을 할 수도 있겠지만, 옳다고 동의하지는 않는다. 고객과 직접 만나는 다른 성격의 업무도 있다. 예를 들어 매표 업무를 보자. 그리고 전화나 인터넷으로 고객과 직접 접촉하는 콘택센터(콜센터에 해당) 직원들 모두 외주 업체다. 콜센터는 다수 기업이 외주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직접고용이 옳으냐 그르냐는 노동시장과 고용의 근본적인 관계를 설정한 부분이다. 우리가 옳다, 그르다 따지기는 어렵다. 우리는 주어진 환경과 규정에서 집행할 뿐이다. 옳으냐 그르냐는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 노동운동 하는 사람들이 관계를 다시 설정하느냐 마느냐를 얘기하면 되고, 국회에서 노동관계법을 손보면서 규정할 부분이다.
이 사장의 업무 바깥이라는 것인가.
=그렇다.
정치인 이철과 공사 사장 이철 사이에 간극이 큰 것 같다.
=내가 부당한 행위를 하지는 않는다. 내게 주어진 법, 규정, 환경이 있다 하더라도 부당하게 구금하거나 인륜에 반하는 범죄는 거부할 수 있다. 법이 부분적으로 잘못돼 고쳐나가는 노력과 집행의 업무는 별개로 처리해야 한다. 대화와 설득을 충실히 하더라도 불법으로 규정된 행위를 방치하거나 해당자를 징계하지 않으면 직무유기가 된다. 정치인 이철과 철도공사 사장 이철은 주장할 수 있는 것, 행동할 수 있는 범주가 달라진다. 근본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표현되는 방법이 달라진 것이다.
양쪽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것 같다. 5월19일이 최종 시한인가.
=누가 봐도 납득할 해결책이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 어떤 경우에도 해결할 수 없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게까지 얘기했다. 도움이 된다면 차라리 사장 축출운동을 벌여라. 사장이 열 번 바뀌어도 더 나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내가 있는 게 최소한 더 나을 것이다. KTX관광레저에 입사 원서를 낼 수 있는 최종 시한이다. 원래는 5월15일로 계약이 완료됐는데, 시한을 19일로 연기했다. 일부 구금자가 있어서다. 본인들이 판단해야 할 일이지 더 이상 방법이 없다.
KTX관광레저에 입사를 희망하면 전원 고용이 보장되는가.
=불법 파업에 가담했던 전원에게 재고용을 보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정부와 노조 양쪽이 공사를 쥐어짜
철도청에서 철도공사로 바뀌면서 지나치게 효율성을 강조하다 보면 결국 공공성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일정 부분 동의한다. 공사는 공공적 서비스와 기업적 효율·수익을 함께 따져나가야 한다. 철도청 시절에는 공공적 서비스에 주력했지만, 이제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철도노조가 기대하거나 요구하는 수준으로 공공적 서비스에 주력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정부가 요구하는 수준의 기업적 효율성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기도 어렵다.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한다. 정부는 무리한 감원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노조 양쪽이 공사를 쥐어짜고 있다. 관계 정상화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과거 철도청의 부채나 경영 정상화 얘기를 함부로 못 꺼냈는데, 이제는 더 중병에 걸려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되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고 얘기한다.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모든 것을 공론화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노사관계를 조정할 생각이다. 고객 서비스, 계열사와의 수평적 협력 관계 구축 등 할 일이 너무 많다.
힘 있는 사장이라 기대하는 게 많은 것은 아닌가.
=힘의 문제가 아니다. 자세의 문제다. 과거에는 일부 그런 경우도 있었지만, 적당히 칭찬받고 적당히 장밋빛 보고를 하고 다른 자리를 도모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정치인에서 철도공사 사장으로 탈바꿈한 이철은 변한 것일까. 5월18일 대전 정부종합청사에서 만난 이 사장은 인터뷰에 앞서 “사회운동, 정치운동까지 포함하면 상당히 개혁적으로 알려진 이아무개가 악마의 화신이 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 것으로 안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이 악마의 짓이라면 악마로 보도하는 게 옳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확신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인터뷰 동안 여러 차례 법과 원칙을 강조했던 그는 “현재 내 위치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자리가 아니라 법과 규정, 주어진 환경에서 집행하는 위치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 인터뷰는 지난 3월 철도노조의 파업이 예고되던 시점에 처음 제안했으니 거의 3개월 만에 이뤄진 셈이다.
김 전 대통령을 평양까지 철도로 먼저 현안부터 묻자. 25일로 예정된 남북철도 연결 시험운행 준비는 잘되고 있는가. =연결은 2003년에 이미 끝났다. 어제 도라산역에서 군사분계선까지 1.8km 구간을 점검했다. 늦게나마 시험운행에 들어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른 시간 안에 정상 운행, 상업적 운행까지 갔으면 한다. 또 다른 복잡한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철도 방북이 기술적 어려움은 없는가. =개성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평양까지 가시도록 준비하고 싶다. 개성∼평양 구간은 정보가 없다. 일부 구간은 완벽하지 못하다고 들었지만, 사전점검과 약간의 보강 공사를 하면 평양까지 가실 수 있을 것이다. 남북철도가 연결되면 중국과 러시아, 유럽까지 연결이 가능한가.


이철 사장은 불법 파업에 가담했던 전원에게 재고용을 보장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지난 5월 14일 KTX승무원들이 동료들의 강제연행을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 연합 김현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