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책 읽으며 통일 준비를…
등록 : 2001-02-13 00:00 수정 :
최근 서울역 부근에 장사가 무척 안 될 법한 서점 하나가 새로 생겼다. 우리나라 최초, 그리고 유일의 북한책 전문서점인 ‘대훈서적 북한서적전시관’(02-3273-2900)이다. 한질이 400권이나 되는 <리조실록>부터 <침구처방학> <조선료리전집> 등 좀처럼 구하기 힘든 북한의 학술·문화·역사 관련 79종 1500여권이 비치돼 있다. 물론 일반인들이 쉽게 사고 읽을 만한 책은 아니다.
이 서점을 낸 이는 대전에서 대형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주팔(60·대훈서적 대표)씨다. 김씨는 10여년 동안 한해 네다섯 차례씩 옌볜을 오가며 북한의 조선출판물수출입사와 계약한 옌볜의 문예사를 통해 북한책을 사들여 모아왔다. 그러기를 10년, 지난 99년 문화관광부로부터 특수자료취급인가를 받았고, 마침내 북한서점을 열게 된 것이다. 김씨로선 이미 운영하고 있던 네곳의 서점에 이은 다섯 번째 서점이었다.
김씨가 북한책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지난 89년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 참가했던 것이 계기이다. 이곳에서 김씨는 독일 통일 이후 동독책과 자료가 부실하게 관리되는 바람에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말을 들었고, 그래서 같은 분단국가인 북한의 책 문제를 생각해보게 됐다고 한다.
“책이야말로 사회와 시대의 반영인데 우리가 북한책을 읽지 않고서는 북한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언젠가 통일을 이루려면 지금 우리 시대의 북한책을 통해 북한을 공부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실질적 통일은 문화, 곧 책을 통해 가능합니다. 서점이 통일에 기여할 부분이 있다면 이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장사야 좀 손해보겠지만 상관없습니다.”
대전토박이로 이산가족도 아닌 그가 이처럼 돈 안 되는 일에 나선 것은 평생 서점을 운영해온 자신의 삶에 대한 책무감 때문이기도 했다. 김씨는 중학 2학년까지 다닌 것이 학력의 전부다. 열네살 어린 나이에 서점에 취직한 뒤로 그는 책을 통해 세상에 대해 눈을 뜨고 책 속에서 세상을 배웠다. 그래서 남들은 하던 일을 정리할 환갑 나이에 그는 새로운 일을 벌였다. 서점 위치를 서울역 부근으로 잡은 것도 전국 각지의 많은 연구자들이 책과 자료를 구하러 오가기 쉽게 하자는 뜻에서였다. 그래서 석달 동안 장소를 물색한 끝에 지금 서점 위치를 구했다고 한다.
김씨는 이제 마지막 꿈을 꾸고 있다. 그에게는 여섯 번째 서점을 여는 꿈이다. 바로 북한 평양에 남한을 알리는 남한 전문 서점을 세우는 것이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