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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오세훈은 내가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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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1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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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대이변’을 장담하는 민주노동당 김종철 서울시장 후보…“한나라당 지지하는 저소득층 끌어모아 드라마틱한 역전극 펼칠 것”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돈 없으면 서러운 서울, 김종철이 바꿉니다.”

서민의 정당을 표방한 민주노동당에 잘 어울리는 구호였다. 5월4일 김종철 후보 인터뷰를 위해 찾은 민주노동당은 분주했다. 전날 한국방송 서울시장 후보 토론 평가와 다음날 SBS 토론 준비에 김 후보도 바빴다. 5월31일 투표일까지 10여 차례 예정된 TV토론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 과도하게 쏠렸던 여론의 물줄기를 바꿀 절호의 기회로 보는 듯했다. 2002년 용산구청장 출마에 이어 두 번째로 ‘대중의 바다’에 몸을 던진 그는 “당선이 목표”라고 말했다.


강금실 후보와 손잡을 생각 전혀 없어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당선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나.

=당선 가능성이라… 음… 지금 지지율 정도 아니겠나. 한 3%. 하지만 정말 의외의 대이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어떤 대이변을 말하는가.

=이번 선거는 압도적으로 1등을 달리고 있는 한나라당을 누가 잡을 것인가의 경쟁으로 본다. 열린우리당은 이미 물건너갔다는 느낌이 든다. 그 이유가 뭐냐면, 일단 한나라당 지지층에는 열린우리당에 실망한 저소득층이 있는데 이들을 어떻게 할 수 있는 후보가 누구냐 하면 김종철이다. 극적 계기가 없으면 강금실 후보가 역전하기 쉽지 않다. 김종철로 오세훈을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면 당선될 수도 있다.

그럼 김 후보가 최소한 2등을 할 수 있다고 보나.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모 아니면 도다. 크게 먹느냐, 마느냐이지 중간은 없다. 꿩 잡는 매로 누가 적합한지를 물으면서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대이변은 김 후보에게만 일어나나. 그런 논리를 차용해 열린우리당이 ‘오세훈을 잡는 데 김종철이 짐이 되니 빠져달라’고 한다면.

=김종철이 가만있는다고 강금실 후보가 당선될 수 있나. 후보 단일화를 제안할 가능성도,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전혀 없다. 유권자들은 이미 열린우리당에 등을 돌렸다. 민주노동당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열린우리당은 민주노동당이 반대하는 비정규직 법안을 주도하고 있다. 당장 오늘 평택에 군대를 집어넣은 것을 보라. 역대 정권 중 국민을 상대로 군 작전을 펼친 것은 박정희, 전두환 이후 노무현 정권이 처음 아닌가. 주민소환제 법처럼 대의를 위해 투표를 같이 하는 정도는 몰라도, 일상적 공조 같은 것은 없다.

목표치가 뭔가. 한때는 선거라는 열린 공간에서 민주노동당의 정책을 알리고, 정치적 입지를 넓히는 것을 목표로 상정한 적도 있지 않나.

=당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얘기를 알리기 위해 하는 수준은 아니다. 목표는 당선이다.

현재 김 후보의 지지율은 민주노동당 지지율의 절반 수준이어서 그런 주장이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오세훈 후보나 강금실 후보 모두 전통 지지층에 플러스 알파의 성격이 있는 것 같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지지도에 개인 이미지의 힘이 얹힌 것이다. 그동안 두 후보 중심으로 알려져왔다. 또 정책 대결의 장이 없었다. 민주노동당은 알겠는데 김종철은 누군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 개척할 땅이 많다.

공공주치의 도입은 시 예산으로 충분

2002년 민주노동당의 서울시장 후보였던 이문옥 전 감사관은 김 후보보다 더 많이 알려져 있었지만 득표율은 2%대였다.

=당시 투표 관심층에서 이문옥 후보의 인지도는 80% 이상이었다. 그에 비하면 나는 이제 이름 석자 알려지기 시작한 정도다. 어떤 사람인지, 민주노동당은 어떤 시정을 구상하고 있는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이 전 감사관만큼 인지도를 끌어올릴 자신 있다. 어제 텔레비전 토론 이후 대부분 알아본다. 전반적으로 반응이 좋다.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히 ‘사표 방지 심리’가 두꺼운 벽이 될 것 같다.

=어차피 2등부터는 다 사표 아닌가. 굉장히 큰 사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엄청난 사표를 만들어 버릴 거냐. 아니면 종자를 키워서 서민들이 인생역전하듯이, 드라마틱한 역전극, 3등이 1등 쫓아가는 역전극을 만들 거냐, 이런 논리로 가려 한다. 2002년엔 “되겠어요?” “선전하세요”라는 인사를 많이 들었는데 요새는 “꼭 되십시오”가 더 많다. 민주노동당이 아직 힘이 없어서 그렇지 좋은 당, 가장 서민적인 당이라는 사실은 통계나 분위기로 확인되고 있다. ‘밀어주면 되는 거냐’를 ‘밀어주면 된다’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김 후보가 보기에 강·오 후보의 정책은 어떤가.

=강 후보의 공약은 백화점이다. 또 서로 모순된다. 용산 개발을 주장하면서 서민적 이미지를 강조한다. 오 후보는 서울시 종합계획을 읊고 있는 수준이다. ‘이명박 2기’다.

이명박 시장의 인기가 좋은데 ‘이명박 2기’라면 득표에 도움이 되겠다.

=이 시장의 임기 동안 시민들의 생활이 나아졌나. 본인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부분에서 나아진 게 뭔지 끄집어내보게 해야 한다. 청계천에 가보니 좋더라. 그런데 알고 보면 흙바닥을 콘크리트로 뒤덮고 한강물을 거꾸로 돌리는 것 아닌가. 환경이라는 탈을 쓴 환경 파괴다. 뉴타운엔 사람이 없지 않나. 뉴타운·뉴주민 정책, 주민 물갈이 정책이다.

다른 정당의 후보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김종철 후보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정책이다. 개인 김종철이 아니라 대안적인 민주노동당의 정책을 잘 체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이 우리의 경쟁력이다. 강금실·오세훈 두 후보가 붙으면 쟁점이 어느 지역을 개발할 거냐, 자립형 사립고냐 거점 명문고냐 식의 말도 안 되는 구도가 된다. 결국 보라색이냐, 녹색이냐로 귀결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1가구1주택, 공공주치의 제도, 교육격차 해소 등으로 정책적 쟁점을 만들어갈 것이다.

1가구1주택이나 공공주치의 제도 도입 등을 지방정부가 할 수 있나.

=한계는 있지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세입자와 원주민 대책이 없으면 사업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 의료 시스템은 아프고 나서 큰돈 들여 치료하는 데에서 아프기 전에 예방하는 쪽으로 큰 틀을 바꿔야겠지만, 서울시 차원에서도 당장 할 수 있다. 서울시 예산 1500억원, 시민 부담 500억원 정도면 충분하다.

사회주의 정책은 모자라서 문제다

이번에 그 정책을 실현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 든다. 솔직히 오세훈·강금실 두 후보 중 누구의 표를 잠식할 것으로 보나.

=오세훈 후보다. 우리 사회는 이제 20 대 80 사회를 넘어 10 대 90 사회다. 지지율 50% 정도라면 당연히 저소득층의 지지를 가져가는 것이다. 내가 당선되려는 경로는, 우선 한나라당 지지표 중 저소득층 서민들부터 이동을 시작하면 열린우리당에서도 이동할 것이다. 생활적으로 대변하는 세력은 민주노동당의 김종철 아닌가.

계급적으로 대변하는 게 아닌가.

=계급이라고 하면 잘 모르니까…. 최소한 주택·의료·교육·보육·교통 등은 사회주의적 정책으로 가야 한다. ‘쌩우파’인 노무현 대통령이 좌파처럼 인정받고 있는 것이 문제다. 사회주의 정책이 모자라서 문제지, 넘쳐나서가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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