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인 김재한, 본부장 됐어요”
등록 : 2001-02-13 00:00 수정 :
“종교로 치면 저는 ‘이단’ 아닙니까. 그러니 배워가며 열심히 할 수밖에요.”
최근 주택은행 정기 인사에서 임원급인 동부지역본부장에 오른 김재한(54)씨. 지난 1970년대 차범근과 함께 국가대표팀을 이끈, 바로 그 ‘김재한’이다. 차범근이 힘과 스피드로 이름높았던 데 비해 김재한은 큰 키(190cm)를 이용한 헤딩이 주무기였다.
지난 2월12일 동부지역본부장으로 첫 출근한 그는 은행 안에서는 ‘이단자’인 운동선수 출신이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모르는 것은 묻고, 배워가며 열심히 할 뿐”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김 본부장이 주택은행과 인연을 맺은 건 1980년. 이 은행 축구단의 선수로 입행했으며 당시 직급은 대리였다. 이후 축구단 코치, 감독을 거쳐 지난 90년 개포동지점 차장으로 정식 은행원이 됐다. 축구 국가대표선수가 은행원으로서 새 삶을 시작한 것이다.
‘운동선수’ 출신이란 사실이 약점이기도 했지만 일선 영업에서는 커다란 메리트로 작용했다. 특히 인기 종목의 인기 선수였다는 사실은 발을 넓히고 실적을 올리는 데 적지않은 보탬이 됐다. 물론 이 또한 타고난 성실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40대 이상된 분들은 대부분 저를 알아보니까… 아무래도 영업하기에 편했지요.”
지점장(경북 경산, 서울 종로 등) 시절에도 단연 두드러졌지만, 특히 개인영업부장으로 발령받은(99년) 뒤 올린 실적은 대단했다. 6개월마다 매기는 업무 평가에서 개인영업부는 세번 연속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따냈다. 개인영업부를 포함한 전국 550여 영업점 가운데 1위 성적이었다. 임원급인 본부장으로 승진한 것도 여기에 힘입은 바 컸다.
축구 현장을 떠나 은행원으로 거듭났지만 김 본부장의 ‘축구 사랑’은 여전하다. 국가대표팀의 경기는 빠짐없이 챙겨보고 있다. 또 66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축구인들의 모임인 ‘66회’에도 열성적으로 참여, 한달에 한번씩 시합도 벌인다.
‘축구인’이란 꼬리표를 평생 뗄 수 없을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아 있는 게임은 73년 뮌헨월드컵 본선 진출을 놓고 오스트레일리아와 벌인 최종 예선전. 당시 한국 대표팀은 이스라엘, 일본, 말레이시아, 홍콩을 차례로 꺾고 오스트레일리아와 만났다. 1차전을 비긴 데 이어 2차전에서 그가 첫골을 넣어 전반전을 2 대 0으로 마쳤지만, 후반에서 2골을 먹어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러나 3차전에서 결국 0 대 1로 져 월드컵본선 진출의 꿈은 먼훗날로 미뤄졌던 것이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