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레이건 ‘장수만세’
등록 : 2001-02-13 00:00 수정 :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6일 90회 생일을 맞았다. 1911년 태어난 레이건은 존 애덤스 2대 대통령과 허버트 후버 31대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로 90살까지 사는 전직 미국 대통령이다. 만약 그가 내년까지 생존한다면 미 역사상 최장수 전직 대통령이 된다.
로스앤젤레스시는 6일을 ‘로널드 레이건의 날’로 선포했고, 미국 하원은 대다수 공화당 소속 의원들의 발의로 “의회는 미국 국민을 대표하여 로널드 레이건의 90회 생일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공화당의 데니스 하스터트 하원의장은 레이건이 소년 시절을 보낸 일리노이주 탬피코의 집을 사적(史蹟)으로 지정하자는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레이건은 지난 94년부터 시작된 알츠하이머병으로 자신이 미국의 제 40대 대통령(1981∼88)이었다는 사실까지 까맣게 잊고 있다.
레이건은 재직 기간에 보수주의적인 재정·사회 정책으로 미국의 정치를 변화시켰고 옛 소련에 대해 강경 외교정책을 폈다. 보수파들은 “냉전에서 승리하고 미국의 번영과 위신을 내외적으로 회복한 인물”이라고 레이건을 치켜세우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집권 기간 동안 계속된 경제호황도 레이건 시절의 강력한 구조개혁 때문이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진보파들은 레이건의 신자유주의를 ‘가진 자들의 이익만을 대표한 정책’으로 여전히 비판하고 있다. 사실 그가 추구한 조세 감면과 국방력 강화로 미국 정부는 막대한 재정적자를 겪기도 했다.
아무튼 레이건은 자신의 과거를 잊고 있지만, 조세 감면 등을 포함한 그의 정책의 상당부분이 조지 W. 부시 정권의 출범과 함께 되살아나는 것은 아이러니다.
김태경 기자/ 한겨레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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