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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바로 돌려주면 상심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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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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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지도부가 고발한 ‘공천비리’ 반발하는 박성범 의원…“달러묶음은 선물로 속여 집에 들인 것… 되돌려줬는데 받은 건가”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무소속’ 박성범 의원은 4월14일 평소처럼 국회 의원회관에 출근해 있었다. 박 의원은 전날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수준 높은 음해세력에 공당인 한나라당이 휘둘리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고, 자신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는 인터뷰 내내 “사실관계는 간단하고 검찰이 조사하면 다 나온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해명은 간단하지 않았고 사안을 보는 눈높이도 다른 것 같았다. 참과 거짓은 검찰이 밝힐 것이다.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긴다.

지난해 말 1차로 돈 전달하려 했다


검찰에서 연락이 왔나.

=아직 없었다. 상임위 자료를 보기 위해 출근했다.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는데 뭐가 진실인가.

=받은 일 없다. 한나라당도 언론들도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얘기를 하자면 2000년 지방선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박 의원은 당시 중구 지구당위원장이었고 중구청장 선거와 관련해 2000년, 2002년 보궐선거 그리고 이번까지 세 차례에 걸친 성낙합 구청장(3월10일 심장마비로 사망)과 관련된 인연을 설명했다. 요약하면 2000년 경선을 통과한 성씨가 본선에서 떨어졌고 2002년 보궐선거에서는 자신은 다른 인사를 추천했으나 성씨가 공천을 받아 구청장에 당선이 됐기 때문에, 박 의원이 이번에는 성 구청장 공천을 막으려 할 것이라는 의구심이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간과하고 있다는 중요한 사실이 뭔가.

=지역에 그런 소문들이 있었기 때문에 성 구청장 쪽 사람들이 로비를 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경고를 했다. 공천은 실제 내 권한 바깥의 일이다. 공천심사위원들이 물으면 코멘트 정도 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말 성 구청장의 인척인 장아무개 여인이 1차로 돈을 전달하려 했지만 받지 않았다. 서울시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이고 지역 행사에서도 몇 차례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만나자는 것까지 거절할 수는 없었다. 집 근처 호프집에서 만났는데 공천 달라는 얘기를 하다가 일어설 무렵, 남대문에서 달러를 20만달러 사서 밑에 있는 차에 뒀는데 아들이 타고 있으니 가져가라고 하더라. 그러면 될 일도 안 된다고 경고하고 집에 돌아왔다. 주차하고 들어서려는데 장 여인의 아들이라는 사람이 재차 어머니가 이거 드리라고 했다며 봉투를 내밀기에 꾸짖어 돌려보냈다.

박 의원이 서울시당 위원장이고, 장 여인이 서울시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이면 잘 아는 사이 아닌가. 적어도 지역구의 핵심 당원이 아닌가.

=분과위원회 부위원장은 수십 명이다. 다 알지 못한다. 이 정도 나이가 되면 사람 볼 줄 안다. 가깝게 지내기는 좀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때 신고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나.

=현직 구청장의 가족이고 서울시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인데 안 받으면 그만이지 가혹하게 할 수는 없었다. 얼굴을 모르면 몰라도 동네에서 그러기는 어렵다.

고가의 코트, 양주 등 선물은 왜 받았나.

=1월4일 외출하려고 나서는데 집사람이 현관에서 누구와 얘기를 나누더라. 장 여사 쪽 사람인데 연말 선물을 못해(박 의원 부부는 연말에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가져왔다고 해서, 연말에 그런 일도 있었는데 선물까지 내치기는 그래서 올려두라고 했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보니 반코트, 루이 13세, 넥타이, 가방과 짠지 같은 밑반찬이 있었다. 장 여인이 몇 달에 한 번씩 반찬을 보내준 적은 있다고 들었다.

야박하게 군 것 같아 저녁을 사

공천을 노린 뇌물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나.

=선물로 과하다는 생각은 했다. 모피 코트는 거짓말이다. 가장자리에 털이 붙은 하얀 반코트인데 젊은 애들이나 입을 만한 것이었다. 다른 것도 소용 닿는 게 하나도 없었다. 수천만원대의 고가 운운하는데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고 돌려줄 물건인데 값이 무슨 상관인가. 선물을 화폐가치로 따져 이거 얼마쯤 되겠다 계산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즉시 돌려주지 않은 이유는.

=12월 사건도 있었는데 바로 돌려주면 ‘완전히 공천 안 주는구나’ 생각할 거 같았다. 그 사람들이 상심하지 않겠나. 배려 차원이었다. 그래서 집사람에게 우리 물건 아니니 적당한 때에 돌려주자고 했다.

장 여인이 박 의원에게 20만달러를 줬다는 얘기는 뭔가.

=1월5일 그쪽에 너무 야박하게 군 것 같아 저녁이라도 사는 게 좋겠다고 했다. 집사람이 전화해서 강남의 한 일식집에서 만났다. 식사를 하면서 또 공천 얘기를 하기에 그동안 해오던 원칙적인 얘기를 반복했다. 헤어져서 나는 먼저 차에 탔다. 잠시 뒤에 집사람이 쇼핑백을 받아왔다. 선물 자꾸 하지 마라, 지난번 선물도 돌려드리려는데 이러시면 안 된다고 거절했는데 큰길에서 옥신각신하는 것도 그렇고 해서 억지로 건네주는 것을 받아왔다고 했다. 집에서 열어보니 상자에는 달러 묶음이 들어 있었다. 검은 비닐봉지에도 1천만원 묶음이 있었다. 세보지는 않았지만 딱 만져보면 알지 않나. 연말에 주려고 했던 그 문제의 돈이었다. 그때 집사람에게 연말 일 얘기하면서 다음날 전화해 돌려주라고 했다.

왜 식사하는 날 선물을 돌려주지 않았나. 또 문제가 있는 돈이라는 것을 알았으면서 즉시 조치하지 않았나.

=밥 먹으러 가면서 그걸 들고 나가면 저녁을 같이 하는 의미가 퇴색되지 않나. 집에 돌아왔을 때는 밤 11시쯤으로 너무 늦었고 집도 모른다. 집사람에게 코치까지 했다. 아침에 전화해서 즉시 가져가라고 해라. 잘 안 올 거다. 안 오면 선관위나 중구청장실로 들고 간다고 하라고 했다. 아침에 마지못해 가져갔다고 들었다.

그쪽에서는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집에 온 사실은 인정하는데 돈이 적으니 3억원 정도 더 갖고 오라고 했다고 새로운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확실하게 직접 돌려줄 수는 없었나. 혹시 박 의원이 알지 못하는 일이 있지 않겠나. 이를테면 배달사고 같은.

=일이 이렇게 끔찍하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데 언제 올지도 모르는 거고. 집사람이 어떻게 했을 가능성? 그 정도 신뢰는 바닥에 깔고 가니까 같이 사는 거 아닌가. 그리고 자꾸 받았다가 되돌려줬다고 하는데 받은 거 아니다. 선물로 속여 우리 집까지 들인 거다. 아침에 되돌려줬으니 받은 게 아니지. 받을 생각이 있었다면 연말에 왜 안 받았겠나. 그게 전부다.

왜 돈 얘기는 없고 모피 따위만 적었나

돈을 되돌려줬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나.

=검찰에서 조사하면 다 나올 것이다. 그쪽에서 3월 중순께 ‘삐라’ 같은 문서를 중앙당에 보냈다. 무슨 ‘클린 공천’이냐, 박성범은 이런 짓을 하고 있다, 뭐 이런 내용인데 거기에 돈 얘기는 한 줄도 없다. 모피니 루이13세니 이런 것만 적었다. 문제를 삼겠다면 돈 얘기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사실인 것만 가지고 걸었다. 상당히 고차원적이다.

박 의원이 먼저 고발할 수는 없었나.

=대중에게 얘기를 해야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수 있다. 당에 여러 차례 얘기했다. 여기 와서 얘기하지 말고 검찰에 고발하라고. 그러면 사실이 명백히 밝혀질 것이 아닌가. 그런데 한 달 동안 그 사람들 붙잡고 얘기 듣고, 결국에는 나를 고발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검찰이 조사하면 다 밝혀질 것이다. 그때 한나라당 지도부에 법적·정치적 책임을 묻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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