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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여기가 대학 맞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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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0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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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동결 등 요구하며 삭발투쟁하는 이지연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학교쪽 일방주의에 신물… 이대로 가면 10년 뒤 대학사회 위기 맞을 것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대학 사회가 이대로 간다면 10년 뒤엔 암울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3월31일 만난 이지연(25·사회학4)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7년째 학교를 다니고 있다. 지난해 졸업하려 했으나 ‘대화와 타협’을 구호로 내세웠던 ‘비운동권’(이씨는 “반운동권”이라고 표현했다) 학생들의 ‘집권’을 막기 위해 졸업을 1년 더 미뤘다. 공약은 ‘준비된 교육투쟁’이었다. 3월 개학을 맞으면서 등록금 동결을 포함해 네 가지 요구사항을 내걸고 학교 당국과 싸우고 있다.


3월16일엔 김수현 부총학생회장(사회생활학4)과 함께 머리를 밀었다. 그즈음부터 데면데면하던 학생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근래 보기 드물게 500여 명이 참석한 집회(3월23일)와 1500여 명이 참석한 학생총회(3월29일)를 치러냈다. 그런데 표정이 그다지 밝아 보이지는 않았다. “올 1월엔 학교가 국가보안법 같은 징계 규정을 만들었어요. 자치활동을 점점 옥죄고 있고요. 여기가 대학 맞나 싶을 때도 있지요.”

등록금 투쟁 ‘해주세요’?

삭발한 뒤 학생들 반응이 많이 달라졌나.

=여전히 무관심한 학생들도 많아 안타깝다. 특히 등록금 문제에는 많이 무뎌져 있는 상태다. 등록금 투쟁을 매년 해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보는 듯하다. 우리 학교는 정말 집회하기 어려운 학교다. 모이지 않는다. 2004년 총학생회 집행부 활동을 했는데, 가장 많이 모일 때가 500명 정도였다. 그때도 총학생회장이 밀었다.

등록금이라면 직접적인 이해가 걸린 사안인데도 학생들의 관심이 그리 높지 않은 이유는.

=관심이 있다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실제 자신이 행동하기까지 쉽지 않은 것 같다. 총학생회 간부들이 매일 아침과 오후 두 차례 선전전을 하는데 “등록금 투쟁 열심히 해주세요” 한다. 하는 것과 해달라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좀 다를 텐데, 나와 내 밖의 경계선에 있는 문제로 여기는 것 같다. 등록금 때문에 속이 탔다는 표시로 검은 옷 입기 운동을 벌였을 때 학우들의 반응이 좋았다. 그때는 많이 참여했다.

대학은 사회 속에 있는 거니까, 취업 아니면 죽을 것 같은 사회 분위기의 영향을 받는 거 아닌가. 비정규직 얘기를 꺼내니 어떤 친구는 이렇게 말하더라. 난 노동자 안 될 건데 왜 기분 나쁘게 자꾸 노동자라고 하느냐고. 비정규직 문제로 고민하고 싸우기보다는 정규직이 되기 위해 더 치열하게 노력한다. 다른 학교 사정은 잘 모르겠는데, 교수와 학생 관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이대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나.

=교수들이 수업 시간에 학교 쪽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한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학생들은 토론을 하지 않고 그냥 열심히 잘 듣는다. 심지어 학생회 선거에도 개입한다. 이번 총학생회 선거는 어디를 찍어야 하고, 누구를 찍으면 어떻게 된다는 둥 교수들이 그런 얘기까지 한다.

올해 등록금이 얼마고 지난해에 비해 얼마나 오른 것인가.

=가장 적은 단과대학이 326만원, 많은 단과는 490만원 이상이다. 2005년에 각각 308만원, 450만원 정도였다. 5.8% 올랐다. 서울의 주요 사립대학 중 가장 비싸다.

2000년 등록금 290만원, 2006년 420만원

등록금 동결을 주장하는 근거는 뭔가.

=동결하자고 하면 학교 쪽은 비현실적이다, 불가능하다고 얘기한다. 이대의 이월적립금이 얼마인 줄 아나. 5800억원이다. 2위인 홍익대의 2배가량 된다. 이자만도 엄청나지 않나.

동결이 비현실적이라고 하는 학교 쪽에 이렇게 되묻고 싶다. 그럼 현재의 등록금은 현실적이냐고. 등록금 때문에 돈 있는 사람만 입학할 수 있다. 미세하지만 그런 여파가 이미 일어나고 있다. 신입생은 입학금 85만원을 더 낸다. 2000년 내가 입학할 때 290만원 냈다. 지금은 420만원이다. 조형예술대학은 540만원이다. 돈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4년을 풀로 다니느냐, 1년 다니고 휴학하고 돈 벌어서 다시 학교 다니느냐, 아니면 못 들어오느냐가 결정된다.

해마다 벌이는 등록금 싸움에서 학생들이 승리한 경험이 있나.

=승리의 경험? 판단 근거가 뭔가. 학생들의 요구가 관철된 것을 얘기한다면 없는 건 아니다. 2000년엔 학교 쪽이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 동결했던 등록금을 한꺼번에 올리려고 두자릿수(재학생 11%, 신입생 14%)로 인상했다. 다 머리 밀고 난리났다. 결국 1.2% 환불했다. 2004년에도 1.5% 환불한 적이 있다.

삭발 투쟁이 연례행사인가.

=그렇지는 않다. 2000년, 2004년 그리고 올해다. 머리 밀고 난리났다는 표현은 빡세게 투쟁했다는 뜻이다. (웃음)

올해 전망은 어떤가.

=학교는 이미 다 끝났다고 보는 것 같다. 학생 대표가 참여하는 등록금책정협의회가 우리는 아예 없다. 학교는 간담회, 우리는 협의회라고 부르는 기구가 있긴 하지만 우리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1년 예산을 A4용지 절반 정도에 적어 자료라고 내놓는다. 올해 등록금과 관련해서도 처음엔 14% 올려야 하는데 6.8%만 올리겠다고 하더니, 2차 협의회 때는 6%안을 가져왔다. 그런데 교수 신규 채용, 장학금 항목을 줄여서 조정안을 가져왔다. 그날 이후 학생 대표와는 얘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오늘 오후에 학교 쪽과 만나기로 했다.

학교의 징계규정, 국가보안법 같다

학교 당국과 학생자치기구인 학생회 사이에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뭔가.

=학교가 여론 작업을 ‘충실히’ 하고 있다.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인 메시지 주입을 하는 것이다. 대자보 출력기를 구입해 교내 50곳에 대자보를 붙였다.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학생들에게 일일이 메일을 보냈다. 내용이 웃기다. 왜 인상할 수밖에 없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상식적이지 않나. 그런데 총학생회 공격에 주력한다. 총학생회 때문에 아무 일도 할 수 없고, 그래서 학교 발전이 더뎌진다는 식이다.

그리고 학생들의 ‘입’을 막고 있다. 1월에 징계 규정, 선전 규정을 만들었다. 선전 규정은 정해진 곳, 정해진 규격으로 허가받은 선전물만 내걸 수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다 떼어낸다. 총학생회가 등록금과 관련해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낸 적이 있다. 학교 쪽 공문이 왔다. 이런 식의 명예훼손이 반복되지 않기를 엄중히 경고한다는. 구성원의 명예훼손도 징계 사안에 해당한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국가보안법하고 뭐가 다른가. 이러다가 곧 두발과 복장도 제한하는 거 아니냐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심지어 새터(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총학생회장이 인사하러 가는 것조차 막는다.

대학 내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볼 수 있나.

=글쎄…. 어쨌든 말도 제대로 못하게 한다. 학생회 집회 때는 꼭 사진 채증과 녹음을 한다. 징계를 위해 자료를 축적하는 게 아닌가 싶다. 사실 등록금을 동결하느냐, 인상 폭을 조정하느냐, 이후에는 어떤 논의의 틀을 갖출지 등도 중요한 문제지만, 선전·징계 규정 등으로 학생 자치활동을 조여오는 움직임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도 정말 중요하다. 이대로 간다면, 10년 뒤 대학에 어떤 변화가 닥칠지 우려스럽다. 학생들이 학교의 주인이 아니라, 학교 당국의 요구대로 몇천만원 갖다주고 잠시 머물렀다 가는 곳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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