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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법률 시장 개혁은 마지막 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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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1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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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변호사들의 브로커’ 자처하는 로마켓 최이교 대표의 싸움
“전관들과 변호사 단체 지도부들, 대형 로펌들은 법조부패의 핵심”

소송 정보를 재처리해 변호사들의 전문성 지수 등을 인터넷 사이트로 공개했다가 법조계 안팎에서 찬반 양론에 휩싸여 있던 로마켓(www.lawmarket.co.kr)의 정보 공개 서비스에 대해 법원이 최근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송진현)는 지난 3월2일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이준범)가 “승소율 등을 자의적으로 계산해 공개함으로써 변호사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로마켓은 승소율, 전문성 지수, 인맥지수 서비스를 중단하라”며 협회의 신청을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로마켓은 원고 승소·이행권고·인낙(원고의 소송청구 사유를 피고가 인정하는 것)을 모두 승소로 산정하는 등 승패 분류 기준이 적절하지 않다”며 “자의적인 통계로 전문성을 비롯한 변호사의 소송 수행 능력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명예를 훼손하거나 영업을 방해할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로마켓은 대법원 홈페이지 소송 정보 검색 서비스를 통해 1993년부터 2004년까지의 약 3500만 건의 소송에 대한 사건명, 변호사, 결과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재처리해 관련 콘텐츠를 완성했다. ‘정보 공개를 통한 법률시장의 투명성 확보와 유통 시스템 마련’을 기치로 6년째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을 벌여온 최이교(42) 로마켓 대표를 3월1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90년대 중반까지 사회운동에 참여하다가 2000년부터 로마켓에서 일했으며 이듬해 대표이사를 맡았다.

변호사 접근권은 기본권 중의 기본권


가처분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결정에 승복하나.

= 일단 이번 결정은 본안소송에 대한 것은 아니고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단이었다. 이번 사건에서 서울변호사회 쪽에서 신청한 내용은 모두 6개 정도로 볼 수 있는데, 3개는 인용되고 나머지 3개는 기각됐다. 소송 정보는 물론 변호사 개인 정보도 공개하지 말라고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송 정보는 이미 법원에서 제공하고 있고 정당한 알 권리의 대상이 된다는 판단이다. 변호사회는 소송 정보가 사생활 정보이기 때문에 공개하는 순간부터 권리가 침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기각됐다. 소송 정보에 대해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노회찬 의원이 질의해 대법원의 입장이 나온 적이 있다. 당시 대법원은 판결문을 비롯한 소송 정보가 정보 공개 청구의 대상이 되고 이를 민간기업이 입수해 데이터베이스화한 뒤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고 밝혔다. 오는 5월부터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문까지 모두 공개할 계획이다. 판결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공개가 이뤄지는 것이다. 인물 정보 역시 다른 곳에 이미 공개돼 있기 때문에 인권침해나 권리침해 소지가 없다. 사실 법률시장처럼 서비스 시장에서는 인적 정보가 무척 중요하다. 특히 변호사 접근권은 헌법적 가치를 지니는 권리이며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한 기본권에 속한다. 소비자의 알 권리는 시장민주주의의 필수요소다. 제품의 품질이나 내용은 고사하고 제품을 제공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다면 말이 되겠는가. 가처분 신청을 어길 경우에 하루 1천만원의 벌금을 내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로마켓 쪽에서 하고 있는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법원이 변호사 단체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

= 6개 신청 내역 가운데 나머지 3개, 즉 ‘전문성 지수’ ‘인맥지수’ ‘승소율’ 관련 서비스를 중단하라고 재판부가 결정하기는 했지만, 그것도 지금 로마켓 쪽에서 하는 정보 서비스가 인권침해나 명예훼손을 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1차 정보를 재처리하는 기준에 대한 단서를 달고 있다. 즉, 소송 정보를 재처리하는 기준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면서도 사회적으로 상당성을 지니고 있어야 하고,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평가기준과 통계처리 방법에 해당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결국 뒤집어 얘기한다면, 합당한 기준이 마련되면 공개를 해도 된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을 누가 만들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인맥지수는 브로커 막기 위한 것

승소율을 내는 방식과 관련해 법원에서는 승·패·무승부를 분류하는 기준이 객관적이지 않고 다양한 종국 처리 결과를 반영하지 못해서 자의적인 통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그래서 통계를 내는 방식을 바꿨다. 완전 승소, 일부 승소, 조정·화해·소 취하, 패소 등으로 더 세분했다. 통계학적으로 볼 때 승소율 결과가 현실을 왜곡해서 반영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우리가 통계를 내는 데 쓴 수임자료는 10년치인데 변호사 1인당 평균 수임건수는 600건 이상이다. 100건 이하는 0.1% 정도에 불과하다. 패소 확률이 높은 사건만 수임하는 변호사가 어디 있겠나.

인맥지수의 경우에는 법조인들의 학연이나 지연을 기본 정보로 해서 만들어진다. 판·검사의 경우에는 근무경력을 활용하는데 서비스 수용자들에게 정보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전관예우 관행 등 기존의 구태를 강화하는 쪽으로 기능할 수 있는 것 아닌가.

= 사실 주저하면서도 한 것이다. 법률문화 개혁에 도움이 될지 해악이 될지에 대해 완벽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일단 정보가 요구되는 환경인 것만은 확실하다. 이런 정보가 없어서 브로커가 판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정보를 주면 브로커가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브로커가 잘 쓰는 방법이 변호사에 대해 뻥튀기하는 것이다. 이런 대단한 사람이니까 2억 달라고 하고 1억은 자기가 먹고 나머지는 변호사 주머니에 가는 식이다. 브로커 작업의 핵심에는 정보의 독점이 있다. 왜곡된 정보의 독점이 어둡고 뒤틀린 시장을 유지하는 배경인 셈이다. 이런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전관예우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전관예우는 봉건적 질서의 잔재이자 부패한 기득권 유지를 위한 집단이기주의의 반영이다. 궁극적으로는 정치체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입법사항이기도 하다.

유독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 서울지역 변호사들의 수가 올해 5천 명이 넘어간다고 한다. 이번 신청에 참여한 변호사는 1453명이다. 전국적인 규모로 모인 것은 아니다. 또 참여 변호사들도 일부 대형 로펌들 위주다. 김&장 140명, 태평양 100명, 세종 80명, 충정 30명 하는 식이다. 기존 기득권으로 브랜드를 확보한 곳에서는 시장 변화를 싫어한다. 초대형 로펌들은 변호사 광고가 금지된 시대에도 형식적으로는 광고가 아니지만 실제로는 광고를 해왔다. 예를 들어 경제부처 장관이 이번에 고문으로 영입됐다는 식으로 광고를 해오지 않았나. 고문이라는 게 뭔가.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일을 하는 것) 아닌가. 변호사법 위반이다. 우리가 모색하고 추구하는 시장의 변화를 반기는 이들은 힘 없고 빽 없는 변호사들, 젊은 변호사들이다. 전관예우 못 받고, 브로커를 쓰는 순간 바로 날아가는 파리 목숨들이다. 전체 변호사의 70%를 차지하지만, 변협 선거에서 어떤 힘 있는 자리에도 진출하지 못하는 이들이다. 이들이 우리 서비스를 요구한다. 이들이 진짜 고객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하려고 하지만 유통 시스템이 없으니까 여의치 않은 것이다. 브랜드는 아직 못 갖췄지만 실력이 확실한 일부 중견 로펌들에서는 시장 변화를 원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도 거의 빠졌다.

전화 한 통에 5억씩 받는 ‘텔레폰 로여’

법률시장에도 나름의 시장 논리가 있는 게 아닌가. 왜곡되기는 했지만 기능을 하고 있는 시장이 분명이 있고 나름의 유통 시스템도 있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

= 그렇지 않다고 본다. 법률시장에는 없는 것 투성이다. 공급자와 수용자 정보, 인프라, 서비스 질에 대한 평가, 광고 기능 등등. 한마디로 법률시장은 시장이 아니다. 시장은 기본적으로 유통이 있어야 하는데 법률시장에서는 유통구조를 담당하는 게 ‘전관’이라는 이름의 브랜드와 브로커들이다. 광고 아닌 광고도 있다. 백배 양보해서 ‘왜곡된 시장’이라고 부른다 하자. 진정한 시장도 아니고 경쟁하는 시장도 아니고 투명한 시장도 아니다. 대외경쟁력은 더더욱 없는 시장이다. 개방하면 당연히 망할 시장이고 보편적인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지도 못하는 시장이다. 상품이 양질의 상품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경쟁이 애초부터 없는 시장이다. 이곳에 우리 사회의 부패의 핵심이 숨어 있다. 반부패 문제에서 여전히 성역으로 남아 있는 것이 전관들이다. ‘텔러폰 로여’(telephone lawyer)들. 전화 한 통화로 1억씩, 5억씩 받아먹는 사람들. 개업한 뒤 3년 동안 단 한 건의 송무사건도 처리하지 않았다는 변호사들. 거악의 뿌리들로 사법질서 위해사범들이다.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이들이다. 이를 개선하고 뿌리뽑지 않으면 반부패 작업은 요원하다.

6년째 변호사 단체와 갈등을 겪고 있는데 이 일에 매달리게 된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나는 이 일을 비즈니스로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영혼을 갖다 바친 소명으로 생각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법률시장의 문제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법률시장의 정보 투명성과 유통 시스템 문제는 사실 한국 민주화의 마지막이다. 이 일이 완성되면 서구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정착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인터넷 인프라의 구축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국민대중이 요구하는 일이고 그 수요를 충족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돈이 될 거라고 봤다. 인내와 소명의식이 있었지만 무척 힘들었다. 기득권 질서, 특히 서울변호사회가 전위대가 되어서 우리를 괴롭혀왔다. 2000년 이후 대한변협과 서울변호사회가 회원들에게 보내는 공문 가운데 ‘로마켓’을 직접 거명하거나 관련된 것이 10개 정도 된다.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에 해당하는 것들도 있다. 이번 가처분 사건까지 포함하면 고소·고발 건도 5건이나 된다. 검찰 수사도 받았는데 소환조사 시간을 다 더하면 70시간이 넘고 기록은 5천 페이지가 넘는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 생길 것으로 보지만, 법조계뿐만 아니라 정치권이나 사회 전체가 관심을 보여야 할 문제다. 서비스 분야 개방 가운데 핵심인 법률 개방을 앞두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일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변호사법 개혁이 절실하다

법률시장의 개혁을 위해 법·제도적인 측면에서 이뤄져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변호사법은 1910년대 일본이 만든 것을 우리가 1962년에 그대로 가져와 썼다. 일본 것은 1890년대 독일에서 만들어진 법이다. 전반적으로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하다. 형사법은 명확성과 구체성이 생명인데 이 원칙에도 어긋난다. 위헌적 요소도 많다. 법조기득권자들, 즉 전관들과 변호사 단체 지도부들, 브랜드가 확보된 대형 로펌들이 활용하기에 딱 좋은 법이다. 왜곡된 시장구조를 유지하는 ‘전가의 보도’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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