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로 내뿜는 ‘아산의 향기’
등록 : 2001-02-06 00:00 수정 :
물방울이 맺힌 듯한 잡지. 이인형(47)씨에게는 그런 잡지를 만들고자 하는 꿈이 있었다. 아산사회복지사업재단에서 발간하는 계간지 <아산의 향기>의 편집실장인 그는 신년호부터 그 바람을 이루었다. 사보에서는 드물게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종이 위에 실리콘으로 점자를 붙여넣은 것이다.
“우연히 점자신문을 봤는데 그때 우리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글자지만 투명한 문양이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요즘에는 사보가 시각적으로도 아름다워야 하거든요. 또 사회복지재단에서 만드는 잡지인 만큼 점자를 통해 소외된 이웃을 위한 작은 사랑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이씨가 직장생활을 시작한 것은 지난 84년. 현대중공업에서 기혼여성을 대상으로 공채를 모집했을 때, 약 1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1기로 입사했다. 91년 자녀교육 문제로 일을 그만두었다가, 아들이 군대에 입대하면서 지천명이 가까운 나이에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일에 복귀한 지는 넉달째. 개인적으로 시각장애인에게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시각장애인 부부와 교분을 나누면서부터라고 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 신혼부부와 같이 노래를 부르고, 자장면을 시켜먹기도 했다. 예쁜 신부 얼굴에 자장면이 묻어도 모르는 것을 보면서 시각장애인들이 얼마나 불편한가를 체감했다고 한다.
이번 잡지를 준비하는 동안 시각장애인들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기도 했다. 점자인쇄물은 자칫하면 요철이 떨어지는 등 제본이 힘들어 전국에서 인쇄소가 한곳뿐이라는 것, 시각장애인을 위한 소리도서(오디오북)도 태부족이라는 것 등이었다.
그의 노력은 색다른 결실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번 잡지를 본 서양화가 윤형재씨가 “점자가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며 3월에 여는 자신의 전시회에 점자문양을 이용한 작품을 출품키로 한 것이다. 전시장 입구에는 점자안내문도 붙이기로 했다.
“점자를 병행해서 표기하는 곳이나 인쇄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좋은 향기는 멀리 퍼지는 것처럼 점자를 병행해서 쓰는 곳이 조금씩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민아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