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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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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0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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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중인 민세원 서울KTX 열차 승무지부장 “노동자 상식을 너무 늦게 깨달아”… 1년마다 잘릴 수 있고 액세서리 취급당하는 현실… 철도공사 정규직화가 정답

[김보협의 도전인터뷰] bhkim@hani.co.kr

파업은 없으면 좋다. 파업이 벌어지더라도 짧게 끝나는 게 좋다. 시민은 물론, 사용자나 노동자에게도 파업은 고통이다. 좋아서 파업하는 노동자는 없다.

철도노조는 지난 3월1일 새벽 파업에 돌입하면서 △철도 공공성 강화 △해고자 복직 △인력 충원 등과 같은 비중으로 ‘KTX 여승무원 외주화 철회’를 요구했다. 한때 ‘땅 위의 스튜어디스’로 각광을 받았지만, 철도공사의 위탁을 받은 자회사에서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여승무원들의 고용 형태가 철도 노사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철도노조는 3월2일부터 공권력 투입에 대비해 ‘산개투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3일 오전부터 충남 공주, 부산, 대전, 경기도 파주, 경북 영양 등에 흩어져 있던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경찰에 연행되기 시작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서울 KTX 열차 승무지부의 민세원(33) 지부장은 여승무원 250명과 함께 경기도 양평의 한 숙박시설에 있었다. 3일 오후 그를 만나러 가자, 숙소 입구엔 벌써 ‘닭장차’ 10여 대가 진을 치고 있었다. 민 지부장은 “세상을 너무 몰랐다. 우리 스스로 깨닫기 전까지 아무도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며 어렵게 입을 뗐다. “KTX 여승무원 385명 가운데 370명이 부산과 서울에서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나. 우리가 소모품처럼 일하는 게 승객들을 위해 좋은지 국민에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윤운식 기자)

스튜디어스 수준으로 대접하겠다고 허풍

KTX 여승무원들의 파업 동참은 처음인 것 같다.

세상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웃음) 2005년에 노조가 만들어졌고 처음엔 홍익회 노조의 지부로 있다가 12월에 철도노조의 지부로 전환했다. 지난해 9월 부족한 인력을 충원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철도유통은 권한이 없다고 하고 공사 쪽은 모르쇠로 일관해 리본 달기 등 단체행동을 시작했다. 그전에는 부당한 휴일 근로를 해도, 임금 착취를 당해도 따질 곳도 호소할 곳도 없었다.

노사 간의 대화 창구가 없었던 탓인가.

승객의 안전과 서비스를 위해 열차에 타는 승무원은 다 같은 승무원이 아니다. 남성은 철도공사 소속의 정규직이고, 여성은 자회사인 한국철도유통(2005년 철도청이 철도공사로 바뀌면서 홍익회도 한국철도유통이 됐다)의 비정규직이다. 여승무원들은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한다. 열차에 승무원을 배정하고 업무를 지시하는 쪽은 공사이면서, 관리는 위탁업체인 한국철도유통이 맡는 것이다. 부당노동행위 등을 철도유통 쪽에 따지면 “우리는 지시받은 대로 할 뿐 권한이 없다”고 말한다. 철도공사 쪽은 만날 자격조차 없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농성을 하니까 그때서야 철도공사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하더라.

2004년 입사할 당시 홍익회 소속, 1년 단위 계약직임을 알지 못했나.

1월에 채용돼 3월 말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입사 교육을 받았다. 당시 철도청에서 철도청 간부들이 교육을 했다. 정부가 운영하는 철도청인 만큼, 일단 계약직으로 입사하지만 2005년엔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다, 준공무원 신분으로 정년도 보장받을 것이다, 항공사 스튜어디스 수준으로 대우하겠다라는 설명을 들었다. 당시 홍익회 사장도 KTX가 성장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정년이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부심을 느꼈다. 그런데 그런 기대가 무너지는 데에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철도공사 쪽은 계약 당시 1년 단위 계약직 조건이 명시돼 있었다고 주장한다.

입사일이 3월4일이다. 그날 계약서를 썼다.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20대 초·중반에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이들이 위탁이 뭔지, 계약직이 어떤 것인지 잘 알지 못한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더라도 알아야 하는 시민의 권리, 노동자의 권리, 고용의 여러 형태, 근로조건 등 노동자로 살면서 꼭 필요한 상식을 배우지 못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어디서도 배울 수 없었다. 노조를 결성한 뒤에 법전을 뒤지고 노무사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깨닫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위탁이 뭔지, 자회사의 비정규직인 우리가 철도공사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명시했다고는 하나 확실하게 인지시키지는 않았고, 구두로는 허풍을 떨었다.

공사 지불금은 248만원, 월급은 140만원

1년 단위로 계약하면서 어떤 불이익을 겪었나.

여승무원들이 철도청장의 학위수여식에 ‘꽃순이’로 불려간 적도 있다. 추석이나 설 명절엔 한복을 입고 나와 인사하라고 했다. 그런 일도 하냐고, 휴무일이니 쉬겠다고 하면 근무평가에 반영하겠다, 재계약할 때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했다. 휴무일에 일하고도 휴일 근로수당을 받지 못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서울KTX 열차 승무지부 조합원들이 2월26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승무정지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국철도유통은 지난 24일부터 벌인 '자율복장근무'를 이유로 25일부터 이들의 승무를 정지시켰다. (사진/ 한겨레 김정효 기자)

철도공사가 여승무원을 자회사의 비정규직으로 유지하는 데에 어떤 이유가 있다고 보나.

공사는 자회사에 1인당 248만원을 지출한다. 그런데 2004년 입사한 1기는 140만~150만원 받는다. 그 이후 입사자는 대략 130만원 선이다. 공사와 철도유통은, 인건비로 70%를 지출하고 자회사가 30%를 갖는다고 계약했는데 그 이상으로 임금 착취를 하는 셈이다.

철도공사가 비용은 비용대로 지출하면서도 여승무원을 자회사의 비정규직으로 묶어두려고 하는 이유는 인건비 항목을 줄이기 위해서다. 자회사에 주는 비용은 사업비로 지출된다. 정부가 인건비 비중을 낮추라니까 돈은 돈대로 쓰면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여승무원을 ‘액세서리’ 정도로 여기기 때문인 것 같다. 남성 승무원들은 정규직으로 쓰면서 왜 여승무원은 비정규직이냐고 따지면 공공연히 이렇게 얘기한다. 여성들은 40~50살까지 일하기 곤란하지 않느냐. 아줌마는 보기 좋지 않다. 출산 휴가도 줘야 하고…. 여승무원의 기본 업무는 승객 안전과 서비스 제공이다. 공사 쪽은 그저 미소짓고 음료 서비스나 하는 정도로 본다. 여승무원에 대한 기본 개념이 다르다.

안전교육 전무… 판매까지 시킬 판

최근 국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비정규직 법안’도 노사 간 교섭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나.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정부가, 우리와 같은 비정규직을 대량으로 양산하는 법안을 만들고 공기업이 앞장서 젊은이들을 1~2년 소모품처럼 쓰다 갈아치우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정부가 효율만을 강조하니 공사가 눈에 비치는 인건비 수치만을 낮추기 위해 우리 같은 고용 형태를 유지하려는 것 아닌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문제다. 이미 사기업에서 만연한 위탁과 비정규직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정부가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의 싸움이 공기업과 공사를 바꾸고 정부의 방침을 수정할 첫 단추가 되기를 바란다.

승객의 안전을 지킨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뜻인가.

항공사에서 승무원으로 5년 동안 일했다. 항공사 승무원들은 기본적으로 안전 교육을 받는다. 만에 하나 사고가 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다. KTX도 중요한 운송교통 수단이고 사고 예방이 중요하다. 승객이 갑자기 탈이 날 수도 있고 달리는 객차 안에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만일의 경우에 승무원들이 대비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항공기와 비교하면 KTX는 안전 무방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승무원에게 아무런 안전교육도 하지 않고 탑승시키는 것을 보고 충격이 컸다. 철도노조가 KTX 여승무원 외주화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승객의 안전과도 밀접히 관련돼 있다.

외주화 철회란 여승무원들을 철도공사의 정규직화하라는 것인가.

그것이 정답이다. 하지만 파업 직전 최종 협상에서는 고집하지 않았다. 일단 자회사에 위탁관리를 시키지 말고 철도공사의 직소속으로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조건으로. 사쪽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철도공사는 위탁업체를 KTX관광레저라는 자회사로 바꿨다. 철도와 관련된 관광상품을 기획해 파는 자회사가 승무사업권을 갖게 된 것이다. 우리는 승무 능력이 없는 부실 자회사로 알고 있다. 철도공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하청노동자라 해도, 우리가 일을 한다.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인데 왜 그 회사로 결정됐는지 설명해달라고 공사 쪽에 요구하니 알 필요 없다, 여승무원 지부에 그런 권한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완전 이리저리 던지는 짐짝 취급한다. 사기업인 항공사들이 왜 비용 부담이 되더라도 승무원들을 정규직으로 뽑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에 활용하는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앞으로 여승무원에게 판매까지 맡기겠다고 한다. 수레를 끌고 다니라는 것이다. 승객이 갑작스런 불편을 느껴 달려갈 일이 생겨도 갈 수 없다. 분실하면 책임져야 하는 물건을 내던져놓고 승객부터 보살피는 일이 불가능해지지 않겠나. 승객이 제한 없이 짐을 마구 실어도, 위험해 보이는 거동 이상자를 미리 막는 일도 힘들어진다. 그렇게 되면 KTX의 안전성은 더 떨어질 것이다.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다.

여승무원들이 파업 중인데, 현재는 여승무원 없이 운행하는 것인가.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1달짜리 아르바이트생을 쓸 예정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원래는 여승무원 3명이 18량을 맡았는데 2005년 11월부터 호남선은 2명으로 줄였다. 경부선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안전도도, 고객에 대한 서비스도 떨어진다. 게다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법은 언제나 노동자에게만 가혹하다.

호남선은 2명이 18량을 담당

공권력 투입이 임박한 것 같다.

구속도 각오하고 있다. 사실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 (웃음) 참 우스운 세상이다. 잘못한 것 없고 정당한 주장을 했다. 권리를 찾겠다는데, 우리만의 이익을 위한 것도 아니고 고객들의 안전과 서비스를 위한 일인데… 정부와 공사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파업에는 언제나 불법이 붙고, 해고와 구속, 직위해제, 공권력 투입이 따라붙는다. 고소와 고발이 두려웠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모른 채 승무원이 되어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한 대가가 이런 거라면, 1년마다 잘릴 수 있고 액세서리 물건 취급당하는 현실이 슬프다. 우리는 꿈이 많았는데…. 바라는 게 많지 않다. 제자리로 돌아가, 고용 불안 없이 차별받지 않으면서 일한 만큼 대가를 받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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