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은 못 말려!
등록 : 2001-02-06 00:00 수정 :
지난 1월20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빌 클린턴이 퇴임 직후부터 구설에 오르고 있다. 돈을 너무 밝힌다는 비난이 그 첫번째이다.
클린턴은 퇴임 직전 4800만달러의 탈세와 사기 등의 혐의를 받고 스위스로 도피한 마크 리치를 사면했다. 리치는 이란이 1980년대 초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을 당시 적성국교역금지법을 어기고 이란으로부터 2억달러의 원유를 수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런데 리치의 전 부인인 데니스는 그동안 100만달러 이상을 민주당에 정치자금으로 제공했을 뿐 아니라, 클린턴에게 개인적으로 7천달러짜리 가구를 선물했다. 클린턴은 리치의 사면에 어떤 대가성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리치는 클린턴에게 사면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으며 여러 통로를 통해 로비를 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클린턴이 지난해 받은 선물은 무려 19만달러어치. 너무 많은 선물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거세지자, 이 가운데 8만6천달러에 대해서는 선물을 제공한 사람에게 돈을 지불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미 연방정부가 전액 운영비를 대는 퇴임 대통령 사무실로 연간 임대료가 65만달러나 되는 사무실을 얻은 것도 비난의 대상이다.
그런가 하면 곳곳에서 몰려드는 강연을 받아들여 엄청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정확한 강연료 액수는 베일에 싸여 있지만, 플로리다주에서 열리는 한 작은 회의에 참석해 강연하는 대가로 10만달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의 개인 대변인인 제이크 시워트는 “강연 요청이 수백건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어 강연료로만 수백만달러를 챙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것보다 더 보수파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강연주제로 중동사태와 같은 민감한 주제를 택해 현 정부에 부담을 주는 점이다. 클린턴은 올 5월8∼10일 홍콩에서 열리는 포천 글로벌 포럼에 참석해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도 만날 것으로 보인다. 보수파 논객인 브렌트 보젤 3세는 “누군가 클린턴에게 그가 더이상 미국 대통령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줄 필요가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
김태경 기자/ 한겨레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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