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완의 노동시대]
모든 노동자들이 지식 노동자로 전환되며 물질노동·비물질노동으로 갈라져…승자 독식이 지배하는 ‘신경제’에서 소득은 양극화되고 노동의 힘은 약해져간다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21세기 노동을 규정짓는 특징은 컴퓨터와 인터넷이다. 컴퓨터는 생산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활용되는 보편적 도구가 되고 있다. 제품 기획·설계에서부터 생산 그리고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산 활동은 컴퓨터를 통과하게 된다. ‘생산의 컴퓨터화’인 셈인데, 컴퓨터는 모든 생산 과정이 거쳐가는 몸체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는 아예 노동자들의 몸의 일부가 되고 있다. 우리는 점점 컴퓨터처럼 생각하고, 컴퓨터는 소통과 상호작용의 중심이 된다.
정서적 노동과 감정 노동 정보혁명은 컴퓨터로 대표되는 디지털화와 인터넷·전화로 대표되는 네트워크화의 결합이다. 컴퓨터와 네트워크는 사람들 사이를 연결하고 의사소통을 매개하는 통로다. 그래서 돈벌이에서 정보가 노동보다 더욱 중요해진다. 과거에 노동이나 자본이 가장 중요한 부의 원천이었다면 이제는 지식이 강력한 부의 원천으로 부상했다. 모든 노동자들은 점점 지식 노동자로 전환된다. 정보경제로의 이행은 노동의 질과 본성의 변화를 불러온다. “상호작용적이고 인공 두뇌적인 기계들은 우리 신체들과 정신들에 통합된 새로운 인공 보철물이 되고, 우리의 신체와 정신 자체를 재규정하는 렌즈가 된다.”(네그리·하트, <제국>) 화이트칼라의 노동뿐 아니라 블루칼라의 노동 역시 컴퓨터를 통과한다는 점에서 컴퓨터는 육체 노동자와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구분마저 흐릿하게 만든다. 정보혁명 아래서 모든 생산은 서비스 생산을 향하고, “제조업도 하나의 서비스로 다루라”는 것이 슬로건이다. 정보기술(IT)과 서비스가 경제에서 중심적 역할을 함에 따라 이제 노동의 구분선은 화이트칼라·블루칼라가 아니라 ‘물질 노동’·‘비물질 노동’으로 갈라진다. 비물질적 노동은 교육·금융·공공 및 개인 서비스·유통 서비스에서부터 엔터테인먼트·광고·건강과 육아보호 노동에 이르기까지 지식과 정서가 중심 역할을 한다.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직접 접촉하는 노동인데, 안심·행복·만족·흥분·정열 등 노동의 결과물은 만질 수 없는, 직접적인 서비스들이다. 대표적으로 ‘정서적 노동’과 ‘감정 노동’을 꼽을 수 있다.
‘정서적 노동’ 측면에서 비물질적 노동은 자신의 창조적 에너지를 표현할 수 있고, 컴퓨터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언제든지 썼다 지웠다 하는 상호작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외되지 않은 노동’으로 불린다. 그러나 지식기반 사회에서 지식 노동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려면 ‘더 많은 보통 노동(물질 노동)’과 만나야 한다. 오늘날 점점 더 많은 노동자들이 지식 노동자화하고 있지만 모든 노동자들이 옛날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건 아니다!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오히려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지식 노동은 불평등 교환을 확대하는데, 지식기반 경제와 세계화가 본격화되면서 전 지구적으로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미국에서 클린턴 정부 당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는 앞으로 데이터·언어 등을 조직하는 노동자(상징 분석가)를 중심으로 하는 인구의 5분의 1이 국부의 60%를 차지하고 나머지 5분의 3은 상대적으로 더욱 가난하게 되며, 가장 가난한 5분의 1은 부의 2%밖에 점유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왜 그럴까?
창조적이고 지적인 노동이 성장하는 한편에서는 단순 데이터 입력과 워드프로세싱처럼 저숙련의 낮은 가치를 낳는 직무들이 함께 성장하게 된다. 비물질적 노동 안에서도 ‘노동분업’이 일어나는 것이다. 통신·법률·금융·광고·컨설팅·회계 등 기업 조직을 지원하는 전문화된 서비스가 있고, 이런 고임금 전문직 서비스 뒤편에는 이런 서비스를 돕는 비서·전화교환원·보육 노동자 등 저임금 노동자들이 대거 포진한다. 생명공학 연구원들이 매일같이 연구실에서 꼬박 밤을 새우며 일하지만 한 달 50만원의 저임금에 시달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20 대 80, 승자독식이 지배하는 정보화 ‘신경제’에서 대다수 노동자들은 컴퓨터나 인터넷이 존재하지 않던 몇십 년 전보다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일에 매달리고 있다. 무보수 시간외근무를 하고 ‘헌신성’을 보이라는 압력을 받는다. 컴퓨터와 네트워크에 의한 생산이 늘면서 자본 이동성은 높아진 반면, 노동의 힘은 약해져 임금과 고용을 보장하지 않는 ‘비보장 노동’(비정규직)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물질 노동은 여전히 확대된다
비물질적 노동의 또 다른 형태인 감정 노동은 “타인의 감정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의식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상품화된 노동이다. 백화점 판매직 노동이 대표적인데 소비자에게 무조건 친절을 보여야 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은 통제된다. 스튜어디스는 제복과 화장의 연장으로서 ‘미소’를 입고 손님한테 쾌활함을 제공해야 한다. 고객만족·고객감동 사회가 진전될수록 감정 노동은 더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경제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행하고 있는데 동시에 육체노동도 사라지는 것일까? 기계를 이용해 컴퓨터를 조립하는 노동자는 ‘생산직’으로 분류되지만 그 컴퓨터에 소프트웨어 설치를 반복하는 작업은 ‘서비스직’으로 불린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제조업 고용이 쇠퇴하고 있어도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인구의 상당수는 전통적인 육체 노동자에 속한다. 컴퓨터가 생산의 한복판에 등장하면서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구분이 흐릿해지고 있지만, “노동계급이여 안녕”이라는 ‘육체 노동자 소멸론’과는 달리 정보 노동의 저변에서 물질 노동은 여전히 확대되고 있다.
정서적 노동과 감정 노동 정보혁명은 컴퓨터로 대표되는 디지털화와 인터넷·전화로 대표되는 네트워크화의 결합이다. 컴퓨터와 네트워크는 사람들 사이를 연결하고 의사소통을 매개하는 통로다. 그래서 돈벌이에서 정보가 노동보다 더욱 중요해진다. 과거에 노동이나 자본이 가장 중요한 부의 원천이었다면 이제는 지식이 강력한 부의 원천으로 부상했다. 모든 노동자들은 점점 지식 노동자로 전환된다. 정보경제로의 이행은 노동의 질과 본성의 변화를 불러온다. “상호작용적이고 인공 두뇌적인 기계들은 우리 신체들과 정신들에 통합된 새로운 인공 보철물이 되고, 우리의 신체와 정신 자체를 재규정하는 렌즈가 된다.”(네그리·하트, <제국>) 화이트칼라의 노동뿐 아니라 블루칼라의 노동 역시 컴퓨터를 통과한다는 점에서 컴퓨터는 육체 노동자와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구분마저 흐릿하게 만든다. 정보혁명 아래서 모든 생산은 서비스 생산을 향하고, “제조업도 하나의 서비스로 다루라”는 것이 슬로건이다. 정보기술(IT)과 서비스가 경제에서 중심적 역할을 함에 따라 이제 노동의 구분선은 화이트칼라·블루칼라가 아니라 ‘물질 노동’·‘비물질 노동’으로 갈라진다. 비물질적 노동은 교육·금융·공공 및 개인 서비스·유통 서비스에서부터 엔터테인먼트·광고·건강과 육아보호 노동에 이르기까지 지식과 정서가 중심 역할을 한다.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직접 접촉하는 노동인데, 안심·행복·만족·흥분·정열 등 노동의 결과물은 만질 수 없는, 직접적인 서비스들이다. 대표적으로 ‘정서적 노동’과 ‘감정 노동’을 꼽을 수 있다.

정보경제에서 컴퓨터는 노동자의 몸의 일부가 되고 있다. 인터넷 포털업체 사무실. (사진/ 박승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