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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2002년 팀보다 한 수 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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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27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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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석의 도전인터뷰]

월드컵의 절망과 영광을 겪은 축구국가대표팀 홍명보 코치의 2006월드컵 전망…“선발하는 입장 되니 성격까지 보게 돼… 히딩크가 감각파라면 아드보가트는 노력파”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2006년은 누가 뭐래도 월드컵의 해다. 홍명보(36) 축구 국가대표팀 코치는 그래서 ‘2006년에 관심이 가는 주요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월드컵에만 4번 출전한 월드컵 전문가다. ‘절망의 월드컵’과 ‘영광의 월드컵’을 모두 겪어본 국보급 선수에서 새내기 국가대표팀 코치로 변신한 그를 12월23일 오전에 만났다.


건방져야 한다, 단 과소평가 말라

2006년을 맞는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사진/ 윤운식 기자)

= 은퇴 결정을 하고 미국에 있다가 여름에 잠깐 입국한 사이 대표팀 코치를 맡게 됐을 때 무척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어쨌든 결정을 하고 시작했으니까 2006년 월드컵에 매진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나 한국 축구로도 중요한 해다.

좌우명이 ‘일심’(一心)으로 한 가지 일에 집중한다는 뜻이라고 들었는데 축구 외의 다른 일에 눈을 돌린 적은 전혀 없나.

= 한마음으로, 준비하는 자세로 사는 걸 좋아한다. 하려고 한 일 이외에는 잘 하지도 못하고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카리스마가 있다는 평가와 함께 너무 모범생 같아서 답답할 것 같다는 얘기를 듣는 이유가 그런 점 때문 아닌가.

= 어려서부터 운동한다고 껄렁껄렁하는 걸 싫어했다. 삶에 대한 자세나 태도는 엄한 부모님의 영향도 크다.

12월19일 기자회견에서 “(대표)선수들이 좀 건방져야 한다. 표정에서라도 상대팀을 무시해야 한다. 우리도 경험이 생겼고 남의 집에서 월드컵을 치르는 만큼 절대 기죽지 말아야 한다”고 했는데 의외였다. 월드컵 4번 출전의 백전노장도 그렇게 주눅이 드나. 본인의 경험에서 나온 얘기였나.

= 100% 선수로서 경험한 것이다. 분명히 그랬던 걸로 기억난다. 아시아에서는 1위로 진출했다고 해도 막상 세계 무대로 나가면 위축됐다. 우리가 지금 토고나 스위스를 두고 보이는 태도처럼 다른 팀들이 한국을 그렇게 봤던 것 같다. 주류가 변방을 무시하고 깔보는 분위기가 있었다. 한국은 축구에서는 변방이었으니까.

스위스와 토고에 대해서 우리 언론이나 축구팬들의 자세가 지금 그렇지 않나.

= 그래서 바뀌어야 한다.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그들이 어떻게 유럽 예선을 거치고 아프리카 예선을 거쳤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그런 역할을 언론이 해줘야 한다. 4강 경험 때문에 예선 통과를 믿고 싶어하는 마음은 알 수 있지만, 선수들의 경기력에는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선수들 역시 마지막에는 언론의 평가를 보다가 경기에 나서는데 막상 현장에서 상대팀이 강하다는 것을 느끼면 경기가 어려운 쪽으로 간다. 예를 들면, 프랑스와 토고를 비교해보면 지금 언론에서는 토고는 무조건 이긴다고 하고 프랑스는 어렵다고 하는데 선수들의 심리가 어떻게 되겠나. 제일 중요한 것은 프랑스 경기가 아니라 토고 경기다. 첫 경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잡아야 한다.

핌 베어벡 코치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히려 “유럽팀들보다는 아프리카팀이 경기력이 들쭉날쭉해서 더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는데.

= 토고는 스피드나 체격 등 신체적인 조건이 일단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네갈이 월드컵 개막전에서 프랑스를 이긴 것처럼 이 친구들이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경계를 해야 한다.

프랑스보다 토고와의 경기가 더 중요

그래도 월드컵 진출 역사상 대진운이 가장 좋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은데. 1986년을 보니까 아르헨티나, 이탈리아와 같은 조에 들어간 적도 있더라. 지금 생각해도 오싹하다.

(사진/ 윤운식 기자)

= 물론 그렇다. 지금까지는 한번 해볼 만하다고 자신할 나라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항상 조추첨에서 4그룹이었고 들러리였다. 남의 나라 16강 올라가는 데 도움 주는 국가였다.

유럽파가 6명인 것도 큰 힘이 되지 않나.

= 2002년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다. 그런 점에서 2002년 대표팀보다 이번 팀이 한 단계 수준이 높다고 생각한다.

평가를 받다가 이제 평가를 해야 하는 처지인데.

= 사실 나는 대표선수 선발에서 제외될까봐 걱정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 몇 번의 선수 선발 과정을 함께해보니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을 모두 꼼꼼히 파악하더라. 이 선수가 팀에 미치는 영향, 조화능력, 성격까지도 다 본다. 선수들을 보는 각도가 달라지더라.

선수로 뛸 때 후배들이 맏형같이 느꼈다고 하는데 지금은 코치로 보나.

= 어린 선수들은 코치로서 대하고, 같이 경기했던 선수들은 코치라기보다는 형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정서적인 면은 아무래도 외국인 감독이나 코치가 나보다 잘 모를 수도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핌 베어벡 코치 등이 있어서 2002년 경험 때문에 시행착오가 없다. 코치진은 이상적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에 관한 얘기가 참 많다. 어떤 스타일이고 어떤 리더십을 가졌다고 보는가. 히딩크 감독에 대해서는 조직의 일체감과 경기 운영의 균형감을 중시하는 동시에 생각하는 축구를 추구한다고 분석한 적이 있지 않은가. 히딩크 감독과 비교해달라.

= (두 사람이) 거의 비슷하다. 같은 네덜란드 출신이고 세계 톱클래스의 감독들이니까. 그런데 생활하면서 느낀 점은 히딩크 감독은 자신의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아드보카트는 노력파라고 할 수 있다. 히딩크 감독은 ‘오늘 이 선수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오면 그 선수를 투입시키는 식이다. 아드보카트는 비디오 분석도 밤늦게까지 한다. 꼼꼼하고 분석적이다. 그러면서도 3번 평가전을 하면서 경기와 무관한 전체 미팅은 딱 한 번 했다. 선수들을 편하게 해준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축구철학을 한마디로 하면 무엇인가.

=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조직적인 면을 더욱 강조하는 것 같다.

수비수들이 자꾸 이야기해야

당신의 축구철학과 비슷한가.

홍명보 코치는 아드보카트 감독을 꼼꼼하고 분석적이라고 평가했다. 10월12일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아드보카트 감독과 홍 코치. (사진/ 한겨레 이종근 기자)

= 그렇다. 나 역시 수비 선수 출신이고 조직적인 것을 중요시한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높게 평가하는 플레이와 낮게 평가하는 플레이는 무엇인가.

= 조직적인 플레이를 하려면 보기에 좋아야 한다. 수비 선수 가운데는 별로 위험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뻥 차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우리 팀이 다시 수비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경기를 지배하라”는 격언과는 정반대되는 플레이다. 팀을 위해 희생하는 선수를 높게 평가한다.

아드보카트 감독으로 바뀐 뒤 다른 팀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 감독이 선수에게 주는 정신적인 면이 축구에서는 무척 중요하다. 선수들이 바뀌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감독이 지녀야 할 리더십과 카리스마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나.

= 일단 선수들한테 비전과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도 정확히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감독이 제시한 것을 선수가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감독이 경기에 진 뒤 나중에 “내가 너희들한테 얘기했잖아” 하고 소리질러봤자 소용이 없다. 이해시켜야 한다.

1월부터 시작하는 6주 동안의 해외 전지훈련의 최대 화두가 ‘수비조직력의 강화’라는 지적이 많은데 동의하나.

= 맞는 말이다. 수비 선수가 자신감을 찾는 게 필요하다. 실점했을 때 수비수의 위치가 좋지 않았다는 식으로 평가가 나오기 때문에 수비 선수들은 쉽게 위축될 수 있다. 수비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포워드와 미드필더에게 얘기해야 한다. 우리 선수들이 잘 못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수비수들이 앞의 선수들한테 얘기하는 거다.

어떤 포지션이 가장 경쟁이 심하다고 보나.

= 포워드 같은 경우는 선수들이 넘쳐난다. 어떤 선수가 월드컵에 갈지 모를 정도다. 선수층이 두터워졌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까지 포함하면 경쟁률이 정말 치열하다.

‘영원한 리베로’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지금 당신의 대를 이을 만한 선수가 있다고 보나.

= 내가 했던 경기 스타일과 비슷한 선수는 없는 것 같다. 요즘은 (리베로가)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매끄럽게 이어지는 능력은 보완이 필요하다.

16강에 가면 8강에 가는 것이 더 쉽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홍명보 코치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조직적인 면을 중요시하며 그것이 자신의 스타일과 맞는다고 말했다. (사진/ 윤운식 기자)

= 일단 예선을 통과하면 토너먼트 방식이다. 그때부터는 선수들의 심리적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한국 선수들은 그럴 때 훨씬 강해진다. (한국팀이) 강한 팀에 강하고 약한 팀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 축구에 항상 따라다니는 말이 ‘문전처리 미숙’과 ‘골 결정력 부족’이었다. 지금은 좀 나아졌나.

= 많이 향상됐다. 골 결정력 부족은 공격 선수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골 넣는 선수만큼이나 옆에서 도와주는 선수가 중요하다. 골을 쉽게 넣을 수 있도록 해줘야 잘 넣을 수 있다. 지금은 그런 능력들이 많이 좋아졌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경기는 어떤 것이었나.

= 2002년 월드컵 첫 경기였던 폴란드전이다. 세 번이나 월드컵에 나갔지만 그전까지는 항상 ‘지는 월드컵’이었다. 그 경기 뒤 모든 패배의식과 콤플렉스를 한순간에 날려보냈다. 너무 기뻤다. 그전까지 월드컵은 말 그대로 넘을 수 없는 산이었다. 그래서 2002년 월드컵만을 겪은 선수들에게 월드컵은 신이 나고 재미있고 기분 좋은 경험이었을 것이다. 황선홍 선수와 나 정도가 절망과 영광을 함께 겪은 거의 유일한 선수들이다.

4년마다 전율, 그보다 더한 행복 없어

며칠 전 ‘홍명보 장학재단’이 마련한 자선 축구경기가 열렸는데 올해로 세 번째라는 얘기를 들었다. 소아암 어린이 치료와 소녀소녀 가장을 위한 기금을 마련한 것이라는데 사회가 당신에게 준 것을 사회로 돌려주자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한 것인가.

= 선수 때부터 많이 생각했다. 외국의 기부문화를 보면서 느낀 점도 있었다. 물론 외국 스타급 선수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벌기 때문에 우리 상황과는 좀 다른 점이 있지만, 기부문화가 훨씬 더 일반화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국민적인 성원까지 받으면서 경기할 수 있는 운동선수는 축구선수밖에 없다. 그래서 축구선수가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4년마다 한 번씩 전율을 느낄 정도로 생활할 수 있는데 그것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나. 앞으로 후배 선수들은 더 좋은 일을 많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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