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학교의 ‘키다리 아저씨’ 김장훈
등록 : 2001-01-30 00:00 수정 :
너도 나도 고향으로, 가족 품으로 찾아든 1월24일 설날. 과천 서울랜드에는 때아닌 단체손님이 들었다. 오후 2시부터 정문에서는 70여명의 아이들이 목을 빼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뒤 나타난 사람은 분홍머리의 가수 김장훈(32)씨. 김씨는 91년 1집 <그곳에>를 낸 이래 라이브 무대를 중심으로 팬군단을 거느려왔다. 입심좋고 성격좋아 친구처럼 지내는 팬들도 많다. 이날은 가수 김씨가 팬서비스를 하는 날이 아니라 자연인 김씨가 ‘동생들’을 만나는 날이었다. 리쪼, 와플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거리를 한아름 안고 나타난 김씨는 “아저씨, 형아, 오빠야”하고 외치며 달려드는 아이들 속에 곧 파묻혀버렸다.
이들은 초면이 아니다. 아이들은 98년부터 저소득·실직가정의 자녀를 대상으로 방과후 학습지도와 무료급식을 하는 성남 푸른학교(교장 김선미)의 학생들. 김씨와 푸른학교의 인연은 99년으로 거슬올라간다. 그해 2월 성남시 상대원3동의 복지회관에서 방과후 푸른학교를 다니던 아이들이 허락없이 입주했다는 이유로 쫓겨나 공부방을 잃게 된 일이 있었다. 우연히 대학동창한테 이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하던 김씨는 엄마 아빠 손 잡고 놀러갈 형편이 되지 않은 수백명의 아이들이 모여 어린이날 한마당 행사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푸른학교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기로 결심했다. 아이들 각각에게 줄 학용품 세트를 안고 달려온 김씨는 노래를 불러주고 함께 뒹굴며 놀았다. 김씨는 이듬해 어린이날에도 왔고, 올해 1월1일에는 부산에서 새벽까지 콘서트를 한 뒤 곧장 비행기로 날아와 신년모임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뒤 김씨는 푸른학교쪽에 매달 300만원씩 후원하고 “음력 설날밖에 시간이 안 나니 이날 갈 데 없는 아이들과 서울랜드에 놀러가겠다”고 약속했던 것이다. 김씨와 아이들은 날이 저물어 캄캄해질 때까지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워했다.
푸른학교는 성남·용인지역 동네별로 7군데가 있고 지역의 시민사회노동단체에서 푸른학교사랑시민연대를 꾸려 돕고 있다. 방과후 학습지도와 함께 풍물, 노래, 그림그리기, 율동, 견학, 종이접기 등의 특별활동을 하고 수업료와 급식비는 모두 무료이다. 후원이나 자원봉사 문의는 019-636-5342, 통화당 2천원씩 모이는 ARS후원전화는 700-1101이다.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