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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최김재연] 우리 안 잡아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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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0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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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사진/ 정수산 기자)

최김재연(31·사진)·김해근(30)씨 부부는 출산을 앞둔 2004년 1월 ‘나체놀이’를 감행했다. 아내의 바람에 남편이 응한 셈이었는데, 최김재연씨가 나체 사진을 찍고 싶었던 이유는 “부푼 몸뚱이가 징그럽고 신기하고 신비해서”였다.

“전라 모델이 패션쇼 피날레를 장식하는 영화 <프레타 포르테>처럼 보통 누드는 여배우의 잘 빠진 곡선으로만 인식되잖아요. 징그러운 제 몸은 ‘누드’로 여겨지지도 않죠.” 20kg 불면서 배와 허벅지가 터지고 갈라지는 ‘몸’의 변화는 흔치 않은 체험이기에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신체 변화가 급격했어요. 처음엔 시댁에 가서 일 안 해도 되는 게 신기했죠. 나중엔 당연한 거라 여겼지만. (웃음) 몸이 너무 힘들어 ‘둘의 자식인데 왜 나만 고생하나’ 싶어 서럽고 짜증만 나더군요.” 24시간 행복한 산모는 광고 속에만 살고 있었다. “그래도 가장 신기했던 건 뱃속의 에일리언이 꿈틀거리는 거예요. 아이와 노는 기분, 정말 좋았습니다.” 사진이 있으면 캥거루 엄마 시절을 평생 추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진가인 지인 박해욱씨의 도움으로 4시간 동안 놀이를 진행했다. “어색한 건 벗을 때뿐이었답니다.”


1년이 지난 올 초에야 게으른 작가에게서 흑백사진 10장을 넘겨받았다. 최김재연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사진 몇 장을 올렸는데, 9월경 한 블로거가 싸이월드의 ‘김인규 사건 대법원 판결에 웃음이 나와 만든 클럽’ 게시판에 ‘펌’을 한 게 인연이 되어 클럽 폐쇄 뒤 기획된 오프라인 전시회에 참여하게 됐다. 무료 촬영의 대가로 필름과 저작권을 소유한 박 작가에게 부랴부랴 연락을 했고, 사진은 11월18일부터 28일까지 서울 홍익대 앞 갤러리 ‘꽃’에 전시됐다.

물론 그도 이미 몇 년 전 김인규씨 부부의 알몸 사진을 봤다. “참 무표정한 사진이었어요. ‘셋째를 임신하면 여자 몸은 이렇게 망가지나’ 싶었죠. 음란물을 판 것도 아니고 자기 표현을 한 건데 일반인에게 판단을 맡기지 않고 법원이 자의적으로 음란하다고 판단해도 될까요. 창작 활동으로 자유분방함을 느끼려는 사람들에게 자기검열을 강요합니다.” 그는 “왜 우린 안 잡아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른 부부들도 큰 형식 차릴 것 없이 사진 찍기를 즐겨보라”고 권한다. 2004년 2월 태어난 이안이는 ‘할아버지’를 “버찌”라고 부르며 쑥쑥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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