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석의 도전인터뷰]
유머정치의 ‘소(笑)변인’시대를 열겠다는 한나라당 새 대변인 이계진 의원
당내에서 반발해도 국민들이 좋아하면 상관없어… 악역도 기꺼이 감수할 생각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한나라당 이계진(59) 신임 대변인이 ‘관행과의 싸움’에 들어갔다. 무조건 붙어보자는 식의, 기존 대변인 문화와는 선을 긋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파격적인 논평에 당내에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그의 ‘입’은 단연 여의도의 화젯거리다. 11월24일 여의도 의원회관으로 그를 찾아갔다. 의원방 입구 안팎에는 ‘한글인터넷주소추진총연합회’ 명의의 ‘한글사랑’ 홍보물과 ‘선물을 받지 않겠습니다. 그 마음만 받겠습니다’는 알림글이 붙어 있다. 그는 대변인을 맡기로 하면서 국어사전을 뒤졌더니 대변인의 사전적인 의미가 “남이나 타 기관에 대해서 대신해서 책임지고 말하는 사람, 또는 말하는 행위”라고 규정돼 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너무 싸움에 길들여졌다 국어사전의 규정인가. 정당에서 규정하는 대변인 구실은 없나. 그것보다 국어사전의 정의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나. = 국어사전적인 의미가 제일 기본 아닌가. (웃음) 초반 논평 때문에 논란도 있고 비판도 있다. = 오히려 한나라당 내부에서 이질감을 느꼈을 거다. 전여옥 전 대변인도 참 잘했지만, 그 방법과는 좀 다르다. 당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없을 수 없다. 논란과 찬사가 잇따를 수 있다. 어떤 면에서는 1 대 9라고 생각하고 싶다. 10% 정도는 걱정할 테고, 나머지 분들은 지켜보거나 기대를 하지 않을까 싶다. 진짜 한나라당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는 친구도 있다. 열린우리당에서 오히려 우호적으로 생각하더라. (웃음) 사람들이 너무 싸움에 길들여진 것 같다. 당내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나. = 공식적으로는 없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있다. 유의하고 참고하라면서 다른 분의 말을 전달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한나라당원입니다. 한나라당을 위한 대변인입니다”라고 대꾸한다. 좀더 강한 공격을 하는 게 옳지 않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야당 대변인이 힘이 없으면 되겠냐는 것이다.
오포 비리 사건과 관련해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이미 구속된 한현규 경기개발원장한테서 현금 5천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 “부인이 암 수술을 했다고 하는데 선거를 치른 분으로서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가고 싶다”고 논평한 것에 대해서는 공직자 윤리 문제에 경솔하게 대처했다는 비판도 있다.
= 진상 조사를 하고 만약 잘못이 드러난다면 형사 처벌하라는 얘기가 있었다. 그런 것까지 정치 공세를 펴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선거 치르고 나서 부인이 암 수술 받고 하면, 개인적으로 그렇게 힘들면 돈을 빌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황우석 교수 논란에서는 “여성의 난자는 자연적으로 생성되고 없어지는 것이다”거나 “지나가는 여성을 납치해서 강제로 탈취한 것도 아니다”는 말을 했는데 반여성적 시각 아닌가.
= 앞뒤 얘기가 많이 생략됐다. 제너나 지석영 같은 사람이 그 위험한 종두법을 시술할 때 가족을 대상으로 했다. 일종의 생체실험이다. 인류를 구하기 위해서 가족에게 그런 실험을 한다는 게 얼마나 가슴이 아팠겠나. 전문적인 의학지식이 있어서 의견을 밝힌 것은 아니었다. 국제적인 기준에 맞췄다면 더 좋았겠지만, 불치·난치병 환자들을 위해 세계에서 최초로 이뤄지는 연구 아닌가. 조금 너그러이 봐줄 수 있지 않느냐는 문제제기였다. 미국이 주도한 최첨단 생명공학이라면 과연 그렇게 문제 삼았겠느냐는 말도 했다. 그들의 아메리카 개척 역사를 보면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는가. 그것 가지고 한-미 관계까지 얘기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것은 아니다. 지금도 이런 얘기를 취소할 생각은 없다.
목소리 키웠다고 기사 폰트가 커지나
취임 일성이 ‘웃을 소’(笑)자를 쓰는 ‘소변인’이 되겠다는 것인데.
= 대변인 문화에 변화를 주고 싶다. 모든 대변인은 살벌하고 전투적인 말로 상대를 자극한다는 게 정치권에서 상식처럼 돼 있다. 싸움 구경이 재미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것을 계속 봐야 하는 사람들은 정치인을 혐오할 수도 있다. 말싸움을 해야 할 사안도 있겠지만, 사사건건 목소리를 높여야만 대변인인 것 같은 인식도 잘못됐다. 그냥 잘못을 지적하면 되는 것 아닌가. ‘큰 비리라고 본다. 철저히 수사했으면 좋겠다’고 하면 될 것을 책상을 치면서 아우성을 쳐야 하나. 결국 결과는 똑같다. 그렇지 않나. 기사 쓸 때 중간중간에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고 해서) 포인트 수를 크게 키우나. (웃음) 그런 의미에서 메시지만 전달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러나 큰 소리 칠 날도 있을 거다.
대변인 취임이 박근혜 대표의 뜻일 텐데 대변인을 해달라고 부탁하면서 어떤 언급은 없었나.
= 정확히 누구의 뜻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의논은 하지 않았겠나. 가이드라인 제시는 없었다. 나를 필요로 했다면 나의 ‘컬러’를 (박 대표가) 봤을 것으로 본다. 내 컬러를 살리는 게 그분의 인선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블로그에 글을 자주 쓰고 그것이 언론에 기사화되기도 했기 때문에 (박 대표의) 주변 분들이 얘기를 전했다고 본다. 내가 사안을 어떤 눈으로 보고 접근하는지도 유념했을 것이다. 나는 같은 메시지를 전달해도 재미있는 얘기로 시작해서 정곡을 찌르는 방식을 쓴다. 회식이나 모임이 있을 때 내가 한마디 하면 재미있다고 박장대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것을 본 것이 아닌가 한다.
박 대표에게 곤란한 얘기가 무엇이었나.
= 당헌 개정으로 내부에서 싸울 때 박 대표께 이런 얘기를 했다. 버리면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차라리 이번에 당명도 바꾸고 당을 상징하는 빛깔도 진홍색으로 바꾸자고 했다. 기득권에 안주하지 말고 과감히 버리라는 얘기에는 불편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대변인은 중요한 당직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대국민 창구인데 박 대표가 전혀 얘기하지 않았다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
= 며칠 전에 박 대표께서 부른 적은 있다. ‘대변인을 처음 하셔서 어려운 일이 많을 텐데 대변인의 입을 통해 나가는 것은 사견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공당의 당론이나 당의 목소리로 보일 수 있으니까 아마 힘드실 거예요’라는 말이었다. 저한테 찔러주는 말일 수도 있고(웃음), 원칙적인 언급일 수도 있다. 그 말 이외에는 임명 전이나 후에 아무 얘기도 없었다. 그런 면에서 마음이 가볍다. 여러 번 고사하다가 이번에 하게 됐는데 내일모레 그만둘 일이 있으면 그만둬도 좋다는 생각이다.
대변인 역할이 항상 본인 뜻대로 사실관계만 건조하게 전달하지는 못하는 것 아닌가. 정치에서 쟁투는 필수다. 악역을 자청해야 하고, 총대도 메야 하는데.
= 당연히 (총대를) 멘다. 코미디 하려고 나온 것도 아니고, 내 점수를 따려고 나온 것도 아니니 해야 할 것이다. 부대변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려운 말은 나한테 시키라고.
부대변인들은 벌써부터 농반 진반으로 ‘이제 악역은 전부 우리 몫이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한다는데.
= 아니다. 부대변인들에게 분명히 얘기해놨다. 책임지기 어렵거나 곤란한 얘기가 있으면 나에게 달라고 했다. 당의 얘기를 강하게 해야 할 때는 한다. 요즘 젊은 친구들 얘기로 그때그때 다른 거다.
당내 반발 때문에 ‘중간계투 요원’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다.
= 기분 안 나쁘다. 그런 분석도 할 수 있다. 희생타가 아름답다. (웃음)
블로그에 쓴 글을 읽어보면 정치에서 차지하는 말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속담풀이로 현실정치를 풍자하기도 했는데.
= 정치는 말로 이뤄진다. 나는 언어를 전공했고 방송을 30년 했다. 내 철학은 말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말은 가슴에 의한 것이지 머리에 의한 것이 아니다.
대변인은 말의 중요성이 가장 부각되는 자리다. 개인의 정치적 역정에서도 대변인이라는 자리가 중요한 것 아닌가.
= 그래서 책임감을 느낀다. 시사 감각은 있지만, 정치적 공부가 모자라는 점 때문에 그동안 대변인 맡아달라는 제안을 여러 번 고사했다. 정치적 공부를 2년 동안 한 뒤 후반기에 기회가 돌아오면 하겠다고 얘기해왔다. 그러면서 ‘나는 전투적인 언어를 쓰는 대변인은 못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유머 정치를 이해해주는 시대가 오면 대변인을 하겠다는 얘기도 했다. 그전부터 생각이 그랬다. 심각한 일을 앞두고 어떤 얘기를 유머 섞어서 했을 때 ‘쟤, 미친놈 아니야’ 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유머 정치를 하겠느냐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용기를 가진 것은 네티즌 세대는 내 말을 이해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나이 든 세대는 생경하겠지만 자주 듣다 보면 이해할 것이다.
당내에서는 반발하고 국민들은 좋아하는 대변인이 되는 것 아니냐.
= 당의 반발은 10분의 1이다(국민이 나머지 10분의 9라는 뜻). 괜찮다. 당내에서 반발하고 국민들이 좋아한다면 차라리 그것을 택하겠다.
돈 안 쓰는 정치 실험
방송 일을 접고 정치에 입문한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정치적 비전이 있나.
= 내가 블로그를 중요시하는 이유가 내가 다른 기자들을 만나 일일이 설명하거나 하소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통해 내가 꿈꾸는 세상이 따뜻하고 감동적인 세상이라는 점을 알리는 것이다. 블로그에 들어온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하다. 따뜻했다, 재미있었다, 감동을 받았다는 것이다. 방송인이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치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어루만져줘야 한다. 그런 기조가 박혀 있나 보다. 글을 써도 자꾸 그쪽으로만 흐른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애초부터 정치를 목표로 하지는 않았지만, 정치에 입문한 이상 방송에서 추구하던 것과 지금 추구하는 것이 똑같다고 할 수 있다.
기자들을 만나도 비싼 음식을 안 먹는다고 소문이 났다. 후원금을 일절 안 받고 세비로만 정치 비용을 충당한다는데.
= 현재까지는 잘 왔다. 후원회비는 10원도 안 받았다. 4년을 이렇게 해서 보고서 쓸 계획이다. 웬만한 손님은 국회 직원식당으로 모신다.
일종의 실험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너무 그러면 지나친 이상주의자, 몽상가라는 소리를 듣지 않나.
= 우리 풍토에서는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다. 몇몇 국회의원도 같은 뜻으로 후원금을 안 받는다. ‘실험’ 결과를 보고서로 낼 것이다. 내년에는 중간보고서를 낸다. 정치에는 돈이 필요하지만, 정치인 개인이 돈을 받으면 민원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떳떳해지지 못한다. 그래서 당에 내야 한다는 것이다.
당내에서 반발해도 국민들이 좋아하면 상관없어… 악역도 기꺼이 감수할 생각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한나라당 이계진(59) 신임 대변인이 ‘관행과의 싸움’에 들어갔다. 무조건 붙어보자는 식의, 기존 대변인 문화와는 선을 긋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파격적인 논평에 당내에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그의 ‘입’은 단연 여의도의 화젯거리다. 11월24일 여의도 의원회관으로 그를 찾아갔다. 의원방 입구 안팎에는 ‘한글인터넷주소추진총연합회’ 명의의 ‘한글사랑’ 홍보물과 ‘선물을 받지 않겠습니다. 그 마음만 받겠습니다’는 알림글이 붙어 있다. 그는 대변인을 맡기로 하면서 국어사전을 뒤졌더니 대변인의 사전적인 의미가 “남이나 타 기관에 대해서 대신해서 책임지고 말하는 사람, 또는 말하는 행위”라고 규정돼 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너무 싸움에 길들여졌다 국어사전의 규정인가. 정당에서 규정하는 대변인 구실은 없나. 그것보다 국어사전의 정의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나. = 국어사전적인 의미가 제일 기본 아닌가. (웃음) 초반 논평 때문에 논란도 있고 비판도 있다. = 오히려 한나라당 내부에서 이질감을 느꼈을 거다. 전여옥 전 대변인도 참 잘했지만, 그 방법과는 좀 다르다. 당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없을 수 없다. 논란과 찬사가 잇따를 수 있다. 어떤 면에서는 1 대 9라고 생각하고 싶다. 10% 정도는 걱정할 테고, 나머지 분들은 지켜보거나 기대를 하지 않을까 싶다. 진짜 한나라당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는 친구도 있다. 열린우리당에서 오히려 우호적으로 생각하더라. (웃음) 사람들이 너무 싸움에 길들여진 것 같다. 당내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나. = 공식적으로는 없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있다. 유의하고 참고하라면서 다른 분의 말을 전달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한나라당원입니다. 한나라당을 위한 대변인입니다”라고 대꾸한다. 좀더 강한 공격을 하는 게 옳지 않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야당 대변인이 힘이 없으면 되겠냐는 것이다.

(사진/ 곽윤섭 기자)

전여옥 전 대변인과는 다른 대변인이 되겠다는 이계진 의원. 길게 드리운 전임자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사진/ 곽윤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