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틸만 슈프레켈젠] ‘토지’를 읽는 독일남자

583
등록 : 2005-11-03 00:00 수정 :

크게 작게

▣ 프랑크푸르트=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사진/ 구둘래 기자)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학술담당 기자 틸만 슈프레켈젠은 한국 마니아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주빈국관에서 만난 그는 기자에게 명함을 내밀며 인사를 건넸다. 이제 한국의 명함 문화에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한국의 책 100권’을 비판하는 주간지 <벨트 암 존타크>(Welt am Sonntag) 기사에 대한 반박기사를 써서 한국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한국 마니아가 된 것은 올 6월, 한국조직위원회(KOSAF)에서 주최한 독일 언론인 한국 투어 이후다. 해인사의 팔만대장경과 38선을 보고 황석영·김영하·이승우 작가를 만나면서 한국의 활력에 취했다. 그는 투어의 ‘효율성’에 큰 감동을 받았다. 일정이 꽉 차 있었는데도 투어 중간에 갑자기 부탁하자 들어줬다. 그래서 일정에 없던 서울도서전을 구경할 수 있었다!

한국에 다녀온 뒤 한국 문학을 본격적으로 읽었다. 그전에 황석영, 이문열, 김영하의 소설을 접하기는 했다. 이청준의 <옹고집이 기가 막혀>, 이승우의 <미궁에 대한 추측> 등 독일어로 나온 한국 소설을 섭렵했다. 박경리의 <토지>도 읽기 시작했는데 번역이 느려 은퇴 뒤에나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3주 전에 책을 하나 펴냈다. 아들을 낳은 뒤 ‘문학에서의 아버지의 이미지’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그 주제를 다룬 단편소설들을 <나의 아버지 나의 영웅>이라는 제목으로 묶었다. 3년 전에 기획된 것이라 한국 소설은 없다. 만약 지금 그 책을 다시 만든다면 그는 이승우의 소설도 포함시킬 것이다. 애정이 폭력으로 결론나고, 그 뒤에 놀라운 사실이 숨어 있는 아버지와 소년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인상적이었다.

한국 문학은 지금 독일에서 큰 화제다. <디 차이트>에 기고를 한 황석영은 문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름을 알 정도가 되었다. 그는 한국 작가들이 조금씩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를 바란다. “한국 작가들조차도 한국 문학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 것 같아요. 한국 문학은 고급 문학입니다. 매우 훌륭하다는 것을 한국인도 알았으면 합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이승우의 단편집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